[이수경 /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 이수경/도쿄가쿠게이대 교수

일본 국립대의 대표적인 도쿄대학교가 군사연구를 해금(解禁)하였다는 뉴스가 ‘산케이신문’에서 보도됐다. 지정학적인면에서 촉각을 세울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선 인용뉴스를 다퉈서 보도했고, 드디어 재무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軍學연계가 현실화 되는 것처럼 알려졌다. ‘산케이신문’ 보도의 골자는 다음과 같다.

도쿄대학이 금지해왔던 군사연구가 해금된 것이 15일, 밝혀졌다.
도쿄대 관계자가 명확히 했다. 아베신조 정권이 대학 군사연구의 유효활용을 꾀하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각료회의에서 결정한 것을 발판으로, 정부로부터 매년 800억 엔 규모의 교부금을 받고 있는 도쿄대학이 방침을 전환했다. 군사연구를 금지하고 있는 다른 대학의 운영방침에도 영향을 줄 듯하다.

도쿄대는 쇼와 34년(1959년), 42년(1967년) 평의회에서 ‘군사연구는 물론, 군사연구라고 의심받을만한 것도 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확인했고, 전 학부에서 군사연구를 금지했다. 게다가 도쿄대학교와 도쿄대 직원조합이 1989년에 군사연구와 군으로부터 지원을 받는 것을 금지하기로 합의하는 등 군사기피 체질이 계속되어 왔다. 그런데 지난해 12월에 대학원 정보이공학계 연구과 가이드라인을 개정하며 ‘군사・평화이용의 양의성을 깊이 의식하고 연구를 진행한다’고 명기했다.

軍民양용(dual use）기술연구를 용인했다. 단, ‘성과가 비공개가 되는 기밀성이 높은 군사연구는 행하지 않는다’는 자제도 표명했다. 전에는 ‘일체 예외없이 군사연구를 금지한다’고 했었다. 도쿄대 등에 의하면 평의회는 심의기관에서 군사연구의 필요성 등 운영방침의 결정권은 총장에게 있다. 총장에게는 심의 결과에 따를 법적인 의무는 없다. 그럼에도 도쿄대는 평의회에서 일부 총장 등의 군사기피에 관한 발언을 빌미로 금지 방침을 계승하여 왔다.

(중략)

도쿄대의 군사연구에 대해서는 지난해 4월, 여러 명의 교수들이 2005년 이후 미국 공군산하 단체로부터 연구비명목 등으로 현금을 받은 것이 판명되어 학내 독자적 규정에 손발이 묶여있던 연구자가 반기를 들고 일어났다. 5월에는 방위성이 고장이 있었던 항공자위대 수송기의 원인규명을 위해 대학원 교수에게 조사협력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하기도 했다.
(산케이신문産経新聞 1月16日(金)7時55分 配信 인용)

전쟁과 관여되는 군사연구와는 철저히 담을 쌓고 고집해왔던 도쿄대학교가 드디어 많은 교부금을 정부로 받은 만큼 군사무기 연구에도 협력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처럼 보도됐다. 그러나 그 기사가 나간 당일 도쿄대학교 하마다 준이치 총장이 즉시 도쿄대학 입장을 밝혔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도쿄대학의 군사연구 금지에 대해서(홍보실) 2015년 1월 16일 게재
학술 면에 있어서 군사연구 금지는 정부 견해에도 나타나 있듯이 제2차 세계대전의 참화에 대한 반성과 더불어 도쿄대학 평의회에서 총장발언을 통하여 계승해온 도쿄대학 교육연구의 가장 중요한 기본원칙의 하나이다. 이 원리는 ‘세계의 공공성에 봉사하는 대학’이 된다는 것을 목표로 하는 도쿄대학 헌장에 의해서도 입증되고 있다. 일본국민의 안심과 안전에 도쿄대학도 큰 책임을 지닌 것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그 책임은 무엇보다 세계의 지성과의 자유 활발한 교류를 통한 학술 발전에 의해서만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이다. 군사연구가 열려있는 자유로운 지(知)의 교류의 장애가 되는 것은 회피할 수 없을 것이다.

군사연구의 의미는 애매하고 방어 목적이면 허용해도 된다는 발상이나 공격목적과 방어목적과의 구별은 곤란하다는 생각도 있을 수 있다. 또한 과거 평의회에서의 논의에서도 나왔듯이 학문연구는 그 취급방법에 따라서 평화목적으로도 군사목적으로도 이용될 수 있는 가능성(両義性：Dual Use)이 본질적으로 존재한다. 실제로 현대에 있어서 도쿄대학에서의 연구 성과에 대해서 듀얼 유스의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을 고려하면 도쿄대학에 있어서의 군사연구 금지 원칙에 대해 일반적으로 논할 뿐이 아니라 세계의 지성과의 자유 활발한 교류야말로 가장 국민의 안심과 안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기본인식을 전재로 하고 있고, 그 때문에 연구 성과의 공개성이 대학의 학술적 근간을 이룬다는 것을 염두에 두며 구체적인 개별적 장면에서의 적절한 듀얼 유스의 방법을 신중히 의논하여 대응하여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平成27(2015)年 1月 16日
東京大学総長　濱田　純一(http://www.u-tokyo.ac.jp/ja/news/notices/3564/인용)

▲ 도쿄대학교 야스다강당.  ⓒ이수경

최근 일본은 군산복합체를 통한 군수산업 및 군사 재무장을 통한 부국강병에의 화려한 영화를 염두에 둔 평화헌법 9조 개정, 자위대의 군대화(교전권 확보, 군 파견을 통한 무기산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 재생 등)를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게 전개 되어왔다. 국민전체의 정신 무장을 위하여 정부는 국민의 결속과 적극적 평화(일본의 파워로 상대를 지킴)를 주장하며 근대 내셔널리즘의 부활처럼 우경화 움직임을 보여 왔고, 방위성의 판단으로 기밀성의 유무를 묻는 비밀특정보호법을 발동시켜 그야말로 해석에 따라서 국가기밀이라 지정되면 국가반역죄로 몰릴 수 있게 되는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런 상황 속에서 브레인, 지식, 연구 인프라가 정비된 도쿄대의 환경 속에서 군사 연구를 한다는 것은 최고의 연구기관을 얻게 되는 셈이다. 그러나 전쟁의 참상 속에서 재정비된 대학 세계는 국내의 무장보다 국제적 신뢰 속에 지식을 추구하며 세계 지성인들과의 교류를 보다 중시하며 국민의 신뢰를 얻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밝힌 것이다.

▲ 도쿄대학교의 상징과 같은 아카몬(赤門).  ⓒ이수경

일본은 전쟁 말기에 해군의 지시하에 교토제국대 등에서 우라늄을 사용한 핵무기 제조 등을 연구한바 있고, 당시 식민지였던 한반도에서 우라늄 등 지하자원을 공출해간 적이 있다. 그러나 침략전쟁의 말로는 패배였고, 두 번 다시 전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군대를 가지지 않는다는 약속을 법으로 선언하며 국제사회에 복귀했다.

그 뒤 폐허가 되었던 일본은 Economic Animal이란 소리를 들으며 정치와 경제를 분리하는 정경분리론으로 부유한 국가가 되었고,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때는 미군의 병참기지 및 군수산업 활성화로 군비제공을 하며 역동하는 세계의 경제대국이 되었다. 그러나 90년대의 거품경제가 빠진 이후의 불황과 더불어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폐해가 속출되는 속에서 마치 영화감독처럼 시나리오를 준비하며 강력한 호전적 성향으로 나타난 아베정권 이후 일본사회도 예전의 여유로움을 잃어가고 배려심이 결여된 사회가 되고 있다. 그 속에서 보도된 기사를 통해 여론형성을 내세우려하는 의도를 간파한 대학 측이 세계 속의 시민들에게 자신들의 평화입지론을 선언한 것이다.

이미 하나의 국가, 민족만을 주장할 수 있는 자민족중심주의(ethnocentrism)로는 세계에서 살아갈 수 없는 다문화 글로벌사회이다. 한국에도 156만이 넘고, 일본도 208만이 넘는 외국출신 주민들이 살고 있기에 이젠 현실적인 다문화상생주의 사회제도를 모색하고 실행하지 않으면 안된다. 때문에 한편으로는 글로벌인재 육성을 위하여 일본 정부는 세계 대학랭킹 100위내를 목표로 하는 Super Global University 창성 지원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고, 과학과 영어 교육에 힘을 쏟으며 다문화공생사회교육도 병행 중이다.

세계적 추세를 형식으로 따르며 한편으로는 강병책을 통한 국가경제 재생을 꿈꾸는 모순이 현재 아베정권의 색상이다.

이러한 그의 발상을 확대시켜주는 언론 및 우익 움직임(재특회 등의 헤이트 스피치 포함)이 되레 일본의 미래를 영원한 전쟁국가란 이미지를 심고 세계 속의 고립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이 교사가 되었을 때, 그 제자들에게 “국가와 민족을 위해서 전쟁터에 가서 죽어다오”란 집단주의적 용어로 교단에서 참전 및 죽음에의 권유를 해야 하는 악몽이 결코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일본의 전쟁 및 군수산업에 대한 야욕이 전후 일본이 쌓아온 ‘평화대국 일본’이라는 세계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우가 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이제는 한 국가의 역사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global history’를 함께 공유해야 하는 세계 시민의 관점에서 정치를 수행하며 시대를 이끌어야 한다는 의식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높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