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협 / 문화일보 정치부 차장

▲ 김상협/문화일보 정치부차장

2025년 2월 5일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 동해 로켓 발사장. 요란한 화염을 뿜으며 미사일이 솟아오른다. 바로 앞 동해 수중, 잠수함 수직 발사관을 뚫고 또 한 발의 미사일이 발사된다. 각각 남서쪽과 남남동쪽을 향해 날아간다. 김정은의 활동 소식은 1주일째 끊긴 상황. 그러잖아도 북한이 극도의 정정 불안을 보이던 차, 동해에서 정찰활동 중이던 미국 해군 7함대 항공모함 조지워싱턴과 핵잠수함 올림피아에 비상이 걸린다. 한·미연합군은 킬체인을 통해 요격과 원점 타격 수단을 5분 만에 결정한다. 시설 장악을 위한 특전사도 투입한다. 같은 시각 위성을 통해 한반도를 감시하던 중국군 역시 다급하다. ‘설마’ 하면서도 동해에 와 있는 미 항공모함이 걸린다. 발사체 좌표를 정밀 분석하는 동시에 요격·반격 무기체계를 가동한다. 압록강 너머 동계훈련 중이던 셴양(咸陽)군구 제39집단군에는 신속대응군 투입을 명령한다. 김정은인지, 극우 군부인지, 무슨 이유로 어느 곳을 조준해 미사일을 쐈는지 정확한 사태 파악도 되기 전 순식간에 무수단리, 북서쪽 73㎞ 풍계리 핵실험장, 동해 일대는 양측이 뒤섞여 대치한다. 일부 오인에 의한 교전은 잠잠해졌으나 서로 군대를 뺄 생각은 없다. 주범이 상대가 아닌 줄 알면서도 지속되는 쌍방의 군사작전은 국제정치적 계산법 때문이다. 북한의 대량파괴무기(WMD)를 해체한다는 명분과 자국민 보호, 국가경제와 안보를 지킨다는 구실을 내세운다.

북한 급변사태 시 가능한 시나리오 중 하나다. 한국이 가장 피해야 하면서도 현실성이 꽤 높게 평가되는 시나리오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과 창완취안(常萬全) 중국 국방부장이 4일 서울 한·중회담에서 합의한 ‘국방부 간 핫라인’이 설치되면 상황은 좀 달라질까. 같은 시점으로 ‘백 투 더 퓨처(Back to the future)’ 해보자. 미사일 화염 포착 직후 용산 국방장관실 핫라인을 통해 한·중 국방장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오간다. 흥분했던 초기 대화는 서로 일말의 적의도 없음을 확인하고 공동대책 모색으로 옮아간다. 일분일초를 다투는 순간, 한국 장관의 짧지만 강한 메시지가 전달된다. “마침 조지워싱턴호가 근처에 있다. 이지스함 미사일로 일단 요격하고 2차 도발을 못하게 F35A 전투기 편대로 원점 타격을 하고 돌아오겠다. 중국이 신속대응군과 지상군을 투입하는 일은 없도록 하자. 중국이 우려하는 상황은 절대 없도록 지혜롭게 처리해나갈 수 있다. 나머지는 추후 논의하자.”

중국은 여러 이유로 북한 진주를 포기할 수 없으면서도 한국의 설득이 갖는 정치적 구속력이 부담일 수밖에 없다. 긴급 발동했던 병력 이동명령은 철회한다. 여기까지면 핫라인 역할은 일단 성공적이다. 진짜 성공의 관건은 그때까지 외교안보 당국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무엇보다 중국의 걱정거리를 없애야 한다. 국제법으로 보장된 북한에 대한 한국의 연고권, 한국 주도 통일의 정당성을 관철해야 한다. 한·미가 과도기적 ‘북한 안정화 작전’을 수행하더라도 압록강·두만강이 군사대치 전선이 되지 않으며 중국의 경제·정치·군사적 불이익이 없다는 점을 납득시키는 과제다. 유엔 주도하의 국제분쟁 해결 가능성도 차선책으로 열어놓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