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 김삼오/호주한국일보 편집고문

이완구 총리 지명자의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간 너무 흔했던 선례 대로 그의 도덕성이 또 언론의 도마에 오르고 있습니다. 갈수록 태산입니다. 여러 가지 제기된 도덕성 시비 가운데 저의 1차 관심이며 또 장래 푸른 꿈을 안고 사회에 나서야 할 국내외의 젊은이들에게 의미가 큰 부분 하나에 대하여 짧게 소감을 써보고자 합니다.

먼저 이 지명자의 해명을 서울의 일간지에 보도된 대로 소개합니다. 텔레비전 화면에도 그대로 방영되었습니다. “20년이 넘은 논문을 지금의 엄격한 잣대로 본다면 여러분의 지적이 맞을 수 있습니다. 제가 전문학자가 아니니까 소홀이 한 부분이 있습니다”라고 했습니다.

한 나라의 재상이 될 사람으로서 참 어처구니가 없는 해명입니다. 첫째로 논문 심사의 잣대가 과거에는 덜 엄격했다는 말인데 실은 전혀 반대가 아닌가 합니다. 제가 한국을 떠나기 전만 해도 국내에서 박사(명예박사를 빼고는) 학위를 받기가 어려웠습니다. 학문 수준이 선진국에 비하여 낮은 국내에서 그걸 쉽게 줄 수 없다는 인식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을 것입니다

근년에 와서 국내 박사의 양산은 높아진 학문 수준보다도 대학의 급격한 양적 증가와 교육의 상업화 과정의 결과라고 생각됩니다. 350개에 육박하는 대학의 각 학과에 거의 모두 박사과정을 두고 있는 게 그것입니다. 이 지명자도 그런 변화의 수혜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직접 해봐서 압니다. 한국인의 1차 해외 유학 대상지인 미국만 해도 비슷한 이유로 근년 한국 같지는 않아도 어느 정도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초기 미국 유학은 대부분 국무부 장학금(예컨대 Fullbright 와 East-West Center Scholarships 등)이나 각 대학이 공여하는 장학금을 받아 했습니다.

호주는 한 때 대학 등록금이 없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후 등록금 융자제도로 바뀌었는데 그 혜택은 자국민과 영주권자에 한해서만 허용되었습니다. 그런 이유일까요? 이들 나라 대학 교수들은 국내 학생, 유학생 가리지 않고 청교도적 엄격성으로 다뤘었습니다.

그러던 게 자비유학생 제도(full fee-paying student)가 세계적 추세가 되고 유학이 교육수출이라는 외화벌이 산업으로 탈바꿈한 1980년대 초 이후는 이들 나라의 대학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둘째로 ‘제가 전문학자가 아니니까’라는 발언입니다. 무슨 뜻일까요? 한국의 교수들은 장래 정치인, 기업인, 종교 지도자가 될 인물은 학자가 될 사람과는 다른 잣대로 학위를 지도한다는 말일까요?

한국에서 인사 청문회나 기타 공직자 경력 검증 과정에서 논문 표절, 무단 전재 등 가짜 박사 의혹이 예외 없이 일어나는 이유에는 지도교수들의 학자적 양심도 한몫을 했을 것입니다. 물론 총리, 장관, 국회의원, 총장이라는 굵은 직함에다 박사학위까지 얹어놓는다면 문무를 겸하는 금상첨화(錦上添花)입니다.

털어 먼지 안 날 사람 없다든가, 이렇게 까다롭게 따진다면 총리 할 사람 없다는 한탄을 이해합니다. 문제는 대통령의 지지율 추락, 헌법개정, 남북관계, 빈부격차, 안전불감증, 사회에 만연되어있는 사기 사건과 불신 등 국민 간 논쟁의 메뉴가 되고 있는 이른바 적폐에 대한 해결책은 도덕성 회복 없이는 개미 쳇바퀴 돌듯이 한 치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 누군가 해외 한인사회와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감히 말할 교포가 있을까요? 이들 사회도 갈수록 혼탁한 고국 사회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게 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