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효삼/.재중동포 작가

[강효삼/재중동포 작가]

예순을 갓 넘긴 나이, 이제 한창 살아갈 나이인데 우리 주위에서는 ‘어느 누구는 뼈암에 걸려 죽었소.’, ‘누구는 간암이요’, ‘누구는 또 폐암 말기요’등 소식들이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인구비례가 적은 우리 민족 중에는 암 환자가 더 많은 것 같다.

한창 살아갈 나이인데 왜 이렇게 되는가? 아픈 사람들을 보면 대개 한국에서 고되게 일하며 스트레스를 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설사 한국행을 하지 않았다 해도 그 병의 원인은 한국행과 관련이 있다.

말하자면 아내나 남편이 어느 한쪽이 한국에 있으면서 현지처나 유부남을 사귀기 때문에, 그리고 돈을 부쳐오지 않는 등 고민 때문에 과음하거나 투전에 빠지는 등 원인으로 병이 든다.

이런 어두운 소식을 심심찮게 들으면서 왜 우리민족이 이렇게 됐는가를 사색하고 싶다. 물론 암은 우리민족에게만 생기는 병은 아니다. 하지만 인구비례가 작은 우리로써는 너무 많은 것 같다. 불치병에 걸려 목숨을 잃은 가운데는 악착같이 돈을 벌어 쓰지도 못하고 죽은 사람도 있다. 하여 나는 이런 질문을 해본다. 지금 우리 중국조선족은 잘 살고 있는 것인가?

우리민족은 그 어느 민족보다 잘살기를 소망한 민족이다. 하여 잘 살수 있다면 그 어디든 찾아 떠났고 온갖 멸시와 천대를 받으면서도 잘 살 수 있다면 무엇이든 서슴지 않았다. 개혁개방이후 국문이 열리면서 우리는 혈족이라는 우세를 이용하여 물밀듯이 한국으로 갔다. 잘살기 위해서였다.

우리의 한국행은 뱃길과 하늘길 바뀌었고 그렇게 한국에서 많은 돈을 악착같이 벌었다. 그리하여 빈곤에서 벗어나 아파트를 사고 자식들을 공부시키고 도시로 이사가고 고된 농사를 짓지 않고 안락한 삶을 살고 참으로 그 누구보다 고생 많았던 조선족이 일찍 역사에도 없던 변신을 한 듯싶다. 가장 천한 직업이라 일컫는 농사를 놓고 말해도 농사꾼이 농사를 짓지 않고 토지를 임대한 후 주자만 받아먹으면서 ‘지주’가 되어 게이트볼이나 마작을 치면서 타민족이 구슬땀을 흘릴때 우리는 한가한 날들을 보내고 있는 것이다.

대신 우리는 ‘농촌’이란 이 삶의 터전을 잃어가고 있다. 공동체가 존재한 기반을 잃고 있다는 것이다. 농촌을 포기하면서 민족의 정체성도 잃어가고 있다. 요즘 도시에서 온 우리 아이들은 우리말을 모른다, 우리글도 모른다. 모두가 한족학교 다니면서 동화되고 있다. 동화현상이 얼마나 심각했으면 한족들이 이 땅에서 우리민족의 앞날을 걱정할까? 어느 교육자는 조선족사회가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하나의 민족이 이 땅에서 소실되어 중국은 56개 민족이 아니라 55개 민족으로 될 수도 있다고까지 경고했다. 그러면서 몹시 안타까워했다.

필자는 중국조선족이 모국으로의 대량 이주 때문에 우리말과 글이며 전통에 대한 집착이 늘어갈 줄 알았다. 물론 새롭게 터득한 것도 적지 않다. 허지만 생각 밖으로 돈은 벌어오고도 민족의식은 더 쇠퇴했으니 자본주의사회 영향을 받아서 일체는 돈을 바라보면서 민족 자부심마저 쇠퇴해간다. 게다가 타민족과의 결혼으로 민족의 후대들은 날로 그 수가 줄어들고 있어 “앞으로 조선족이 망한다”는 말을 예사롭게 넘겨버릴 수 없을 만큼 현실은 심각하다.

특히 “정치노선이 결정된 이후에 간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하는데 민족의 앞날을 리드할 민족간부는 날로 줄어들고 있다. 하여 조직성은 그 어느 민족보다 강하지만 지금 노인협회를 내놓고 다른 단체들은 거의 제로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리고 일체는 돈을 바라 모든 것을 희생하다시피 했는데 이젠 돈조차도 많이 벌지 못한다. 게다가 인간 삶의 근본인 건강상태마저 안 좋아 눈앞의 이익만 몰두하면서 눈과 귀가 어둡고 건강상의 문제로 몸도 아프고 마음까지 병들어 수명조차 짧아진다면 이 땅에서 조선족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제 진정 자신을 돌아보고 앞날을 정시할 때다. 과연 우리는 잘살고 있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