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구 / 해외교포문제연구소 소장


얼마 전,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주관으로 ‘국적제도개선을 위한 정책토론회’가 개최되었다. 법무부 관계자를 비롯하여 해외입양인, 외국국적 동포, 재한화교, 재한조선족, 대학생·일반인 등 200여 명의 방청책들은 정부측의 발제와 지정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에 귀를 기울였다.

우선 이명박 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엄격한 단일국적주의 완화 방침에 대해 방청객 대다수들은 공감하는 분위기였다.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관계자가 토론 현장에까지 나온 것만으로도 신정부가 이중국적 허용을 심도 있게 검토 중임을 알려주기에 충분했다.

오랜 해외이주생활을 통해 거주국에서 뿌리를 내리고 있는 재외동포들도 이날 토론회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 미주한인회총연합회 김승리 회장의 경우, 직접 토론자로까지 나서고 싶다는 의사를 표명했는가 하면, 영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는 물론 재한조선족문제를 오랫동안 다루고 있는 전문가들과 동포언론 관계자들은 정부측 발제와 답변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였다.

사실 이중국적허용문제는 1980년대 이후 약 20여 년 동안 “허용검토 시사→국민여론 및 정부부처의 반대→시기상조론 대두 및 좌절”이라는 정해진 패턴을 밟아왔다. 그러나 이번만큼은 달랐다. 해외(일본 오사카)에서 태어나 대한민국 대통령의 자리에까지 올라간 대통령께서 재미동포간담회(08.4.15~16) 석상에서 이중국적 허용문제를 “신중하되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이날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이중국적 허용대상 부류는 선천적 이중국적자, 해외입양인, 부모를 따라 외국국적을 취득한 미성년자, 국가경쟁력강화에 필요한 글로벌고급인력, 국내결혼이민자, 재한화교 등에 국한되었을 뿐, 오랜 해외이주생활에서 배우고 익힌 경험과 지식을 모국발전에 기여하고 싶은 자발적 이민자들을 포용하겠다는 어떤 가이드라인이나 미래청사진도 제시되지 않았다.

우리 국민정서가 병역문제나 세금납부 등을 이유로 외국인이나 외국국적동포들의 이중국적을 허용하지 않으며, 숨어 있는 이중국적자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는 점은 십분 이해된다. 그러나 글로벌 코리아를 위해 국가경쟁력강화가 시급한 이 시점에서 400만 외국국적 동포들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이 이중국적 허용 이외에 다른 어떤 대안이 있을까.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주권제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도 대한민국이 처한 제반 환경 때문에 일면 일리가 없지 않으나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을 그리기에는 너무나 옹색하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좀 더 과감한 정책구상이다. 2050년 이후의 한반도를 내다보면서 한민족의 외연을 확장해야 하며, 글로벌시대에 발맞춰 보다 많은 수의 인구가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좀 더 과감하면서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