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삼오 / 전 호주국립한국학 연구소 수석연구원, 커뮤니케이션 박사]

나라를 이끌 책임을 맡은 대통령과 3부 요인으로부터 말단에 이르기까지 모든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자질을 크게 두 가지로 요약한다면 전문성과 도덕성이 될 것입니다. 거기에다 한가지를 더 보탠다면 ‘창의력’과 ‘열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최고 통치자야 물론이고, 그 아래 각 분야와 수준에서 정책의 집행보다 창출을 책임지는 자리라면 더 그럴 것입니다. 이 세가지 중 공직자의 전문성과 도덕성이라는 두 잣대만 가지고 한국 사회를 조명해보고자 헙니다. 그것만으로도 여러 가지 좋은 통찰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전문성을 말하자니 먼저 해방 공간의 상황이 떠오릅니다. 갑자기 해방을 맞이하였을 때 한국은 주권도 없는 나라였고 우리대로 살림을 해나갈 제도와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갖지 못했습니다. 일제 아래 배우고 양성된 관료와 그들의 필요에 맞는 지식인과 전문인이 전부가 아니었던가 합니다.

이러한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상조치로 미 군정청은 포고령으로 일제의 법 규정과 제도를 당분간 그대로 사용하도록 하였습니다. 해방 후 얼마 동안 한국에서 일제 때 나온 육법전서(六法全書)가 그대로 통용되었고,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배운 민법, 물권법, 토지수용령 등 대부분 법령이 일제때 제정된 것들의 우리말 버전이었습니다.

1948년 대한민국 건국 후 이승만 대통령이 장차관, 판검사, 경찰 수뇌 등 주요 고위 공직자들을 일제하에서 교육받고 훈련된 친일 인사들로 채운 사정도 그것입니다. 더욱 북한 공산주의 세력의 위협에 대처하기 위하여 역시 일제하에 훈련된 인원으로 군과 경찰을 창설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친일파를 척결하기는커녕 오히려 환대함으로써 도덕성은 깡그리 무시된 채, 이 나라를 기회주의자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다는 게 역사가들의 정평입니다.

도덕성이란 무엇입니까? 전체 이익을 개인 이익에 우선하는 양심과 용기라고 저는 정의하고 싶습니다. 대개 사회의 물이 흐려지는 것은 지도자와 공직자의 개인이익(사리사욕) 때문입니다. 그건 공직자가 공과 사를 구분하는 일인데 바람직한 사회발전을 위해서 당연히 지켜야 할 대원칙입니다.

이게 왜 그렇게 중요한가요? 비근한 예를 하나 들어봅니다. 금융과 회계 및 세무공무원은 분명 특수 전문인입니다. 그 공무원이 대기업의 탈세나 분식회계를 돈을 받고 도와주거나 묵인한다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이론(異論)이 있을 수 있으나 해방 후 공간은 불가피했다고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전문인이 넘쳐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반세기가 넘는 동안 각 분야에 걸쳐 대학졸업자야 말할 것 없고, 미국 박사와 각종 국가고시와 자격증 합격자를 중심으로 한 전문인의 숫자는 가히 과잉입니다.

인사청문회

학벌 외 전문성의 또 다른 요건은 경험과 경륜입니다. 그간 정권도 여러 번 바뀌었고 수를 셀 수 없는 정부 산하기관, 위원회, 연구소와 민간 기구와 단체가 설립되고 운영되었습니다. 여기에 그 많은 전문인들이 거쳐 갔습니다. 정치적 위기가 올 때마다 국면 전환용으로 너무 자주 개각을 해온 결과 아마도 한국에서 전직 장차관, 검찰총장, 국정원장(과거 중앙정보부, 안기부)을 지낸 이른바 거물급 인사 숫자가 선진국 중 인구 당 가장 많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런데 왜 고위직에 임명되어 국회 인사청문회장에 나타나는 후보자들은 거의 예외 없이 대어급 부정과 비리에 말렸던 자들이어야 하는가요? 그리고 그렇게 과거를 까다롭게 따진다면 공직자가 될 사람 어디 있느냐와 같은 말 같지 않은 말이 나오게 되는 건가요? 청렴한 전문인이 그렇게 없나요.

고국에서 전해오는 보도를 읽고 보노라면 요즘 한국의 부패와 비리가 그 폭과 깊이 있어 정말 총체적입니다. 심지어 철통같은 국방을 장담하던 참모총장과 별들이 무기 장사에 끼어든 의혹으로 구속되었습니다. 비슷한 뉴스가 없는 날이 거의 한번도 없습니다. 아프리카나 동남아의 후진국을 빼고는 그런 나라가 드물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누군가 체계적인 조사를 한번 해봐야 합니다. 학자들은 무엇을 하는가요.

일본이 재무장을 하고 우리를 향하여 큰 소리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 동맹국인 미국이 가세하고 있습니다. 거기다가 중국의 압력과 북한의 위협은 더 거세지고 있습니다. 지금과 같은 흐트러진 민심과 깊숙이 썩은 사회로 이 풍전등화(風前燈火)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지금부터라도 고위직과 인재 발탁을 전문성은 당연이고 그에 더하여 도덕성을 먼저로 하는 개혁이 있어야 합니다. 해외 한인들도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해서는 안됩니다. 그저 입으로만 일본의 과거사를 규탄하고 미국을 배신자라고 욕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안에서 힘이 모아지지 않고는 대외적으로 늘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국회인사청문회 기능은 더 강화되어야 합니다. 행정 공백과 같은 말은 핑계일 뿐입니다. 관료제도가 자리를 잡은 오늘 장관 임명이 좀 늦어진다고 행정이 지장을 받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