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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대인의 명절과 미주 한인 커뮤니티
수지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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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8.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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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 오 / 교육학 박사


   
지난 9월 13일은 로쉬 하샤나(Rosh Hashanah)로 유대인의 설날이라서 로스앤젤레스 교육국은 수업을 하지 않고 학생들과 교직원이 쉬는 날이었다. 제가 일하는 학교는 유대인 커뮤니티인 행칵 팍(Hancock Park) 동네에 있어서 유대인 학부모들이나 유대인계 교직원들이 많은 편인데 그들에게는 큰 명절이었다.

로쉬 하샤나 10일 후인 속죄의 날이라고 하는 얌 키푸르(Yom Kippur)는 올해는 토요일이 되어 학교는 쉬지 않아도 된다. 한인 학부모가 왜 유대인 설날이 학교 휴일이냐고 묻고 난 후 추석이나 설날을 미국에서 지내는 그들도 쉴 수 없느냐고 물어왔다. 그래서 저는 이렇게 대략 설명했다. 로스앤젤레스나 뉴욕 같은 대도시에는 유대인들의 정치적 파워가 막강하다.

유대인들은 미국의 언론계, 경제계, 법조계, 교육계, 의학계, 연예계, 문학계에 골고루 진출하여 리더로 활약하며 미국의 여론과 사회를 휘어잡고 있다. 우리학교처럼 공립학교는 교육국의 교육위원들이 교육정책을 정한다.

옛날부터 유대인 교사들이 많아서 그들이 명절이라 출근을 하지 않으면 교육국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서 대리 교사들(substitute teachers)을 고용해야 하므로 아예 주요 유대인 명절은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쉬는 날로 로스앤젤레스 교육국에서 정해버렸다.

한국인을 비롯한 중국인들이나 월남인들에게 추석과 음력설은 공통적인 명절이니 아시안들이 힘을 합쳐서 동양인들에게 중요한 이 두 명절을 휴일로 정하기에는 아직도 미국 내 동양인들이 더욱 정치적 힘을 키워야 할 것이다. 물론 5월이 동양인 문화의 달(Asian American Heritage Month)로 미국 정부에서 정하기는 했지만 라틴 그룹이나 흑인 그룹에 비하면 미국 내 동양인들의 목소리는 아직 약한 편이다.

시험 점수나 명문대 진학만 중요시 여기는 듯한 동양인 학부모들은 자녀들이 명문대학을 나와서 미국사회에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영향을 끼치고 어떤 리더가 되며 어떻게 공헌하고 봉사하게 될 것인가 하는 장기적 목표, 즉 먼 미래를 볼 줄 알았으면 한다.


미국사회가 원하는 리더는 사고력이 높고, 인간관계가 좋고, 말을 잘하고, 남의 말을 경청할 줄 알고, 글을 잘 쓰고, 문제 해결력이 있고, 갈등 해소 능력이 뛰어나며, 유머 센스가 있는 사람들이다. 이 사회는 시험점수만 높은 공부벌레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10년, 20년, 30년 후, 동양인들이 지금처럼 과학계, 의학계, 법조계에만 진출하지 말고, 정치가, 언론가, 연예인, 작가, 연출가, 등이 많이 나와서 동양인을 대변하는 정책결정을 하고 동양인의 스토리를 미국 주류사회에 알리고 영화나 TV 쇼에 동양인의 얼굴이 많이 나와서 미국 가정의 안방에서 동양인 얼굴을 매일 볼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다.

그렇게 되려면 지금부터 한인 커뮤니티를 비롯한 중국인, 베트남인들의 생각에 변화가 오고 큰 패러다임 쉬프트(paradigm shift)가 이루어져야 한다. 학교, 방과 후 학원, 그리고 가정에서 사고력, 작문력, 독서, 분석력, 스피치, 디베이트, 리더십 스킬, 독립심, 책임감 등을 강조하고 성적과 점수에만 너무 집착하지 않고 균형적인 인간을 만들어내도록 인성교육에도 관심을 많이 두어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이슈나 문제나 사건을 여러 가지 견해로 보고 다른 사람의 견해로 볼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영화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Letters from Iwo Jima)”는 2차 대전의 미국과 일본 간의 전쟁을 미국인의 견해 및 역사적 관점에서만 보지 않고 일본인의 입장에서 본 예(sample)라고 볼 수 있다.

한국 문화를 미국 주류사회에 소개할 때에도 음식이나 춤 등에 그치지 말고 한국문학, 한국역사 등을 주제별로 미국 커리큘럼에 통합시켜 초중고 교사들이 학교에서 가르치고 숙제나 과제도 내어 모든 미국 가정에서 한국에 대한 깊이 있는 지속적인 배움이 되는 날이 와야 되겠다.

어쩌다 한 번씩 불고기나 갈비를 구워주고 부채춤을 보여주는 것에만 그치는 한국 문화 소개, 일 년에 한 번씩 미국 교육자들을 한국 관광 시켜준 뒤 아무런 follow-up이 없이 그 교육자들이 전근가거나 은퇴하면 그만인 그런 프로그램은 장기적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각 주의 교육국 교재편찬 위원회, 교사 지침서 저작자, 초중고 현장 교육자, 커리큘럼 제작자, 미국 주요과목 교재를 편찬하는 주요 출판사, 한국 역사 및 문화를 전문적으로 가르치고 리서치도 많이 해온 대학교수들이 함께 모여 오랜 시간과 예산을 할애하여 질적인 액션 플랜과 커리큘럼 마듈(curriculum module) 제작이 없이는, 어느 단체에서 조금씩 해 놓은 것, 다른 단체에서 조금 노력한 것으로는 하나의 피스 밀 어프로우치(piecemeal approach)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 언어와 문화를 미국 교육계에 소개하는 일을 고등학교나 대학교 때부터 하면 너무 늦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애들이 태권도에 관심이 있듯이 자연스럽게 배워야 된다.

현재 미국학교에서 다문화 교육으로 초등학생 때부터 유태인 명절을 배우고 유대인 게임이나 노래, 그리고 역사를 배우고 있으므로 학생들이 중, 고등학교나 대학에 가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한국문화와 한국어도 초등학교 때부터 기초를 잡아주어야 한다.

SAT 한국어 시험에만 관심을 둘게 아니라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들이 콩쥐팥쥐, 심청전 등을 읽고 토의하고, 미주 한인으로서 100년이 넘은 미주 한인 이민사도 배우고 한국 시조도 써보고 한국장고, 북, 윷놀이와 같은 게임도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초등학교 때는 학생들이 배우면 그들의 학부모들도 관심 있게 배우니까. 미국학생들에게 한국문화와 역사를 가르칠 때에는 미국학생들이 이미 알고 있는 미국 문화와 역사의 사전지식을 기반으로 하여 그것과 한국문화 역사를 비교·대조하는 것이 가장 효과가 있다.

미국의 추수감사절과 한국의 추석을 비교·대조, 미국 인디언 문명의 토템 폴(totem pole)과 한국 장승의 비교·대조, 미국의 mask dance와 한국 탈춤의 비교·대조, 미국의 독립 선언문과 한국의 3.1절 독립 선언문의 비교·대조, 미국의 민권운동(Civil Rights Movement)과 한국의 민주화 투쟁 비교·대조, 미국 성조기와 한국 태극기의 비교·대조, 미국 속담과 한국 속담의 비교·대조 등의 예를 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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