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경/도쿄 가쿠게이대 교수]

３．국내식의 학교교육의 한계와 향후 재일동포 교육 고찰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란 재일동포의 아이들이나 혹은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주재원∙상사원의 아이들에게 과연 국내와 같은 식의 교육이 먹혀 들어갈까? 물론 단기 체재의 주재원이나 상사원들 자녀라면 본국 귀국이나 수험을 위한 일시 교육시설로서의 운영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재일동포로서 일본을 기반으로 생활하지 않으면 안되는 자녀들에게는 한국의 교육 프로그램으로는 충당시킬 수 없는 부분이 많다. 환경이나 사회의 차이점에서 오는 사고의 차이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기에 재일동포 교육에는 아래와 같은 배려가 수반되지 않으면 안된다.

(1) 재일동포 교육용의 독자적 교육과정, 교과서의 개발이 필요하다
(일본의 학습지도요령이나 교과서 내용의 검토도 필요)

(2) 재일동포교육에 필요한 교원양성 프로그램의 다양화 (한일 교환 프로그램도 시야에 넣고 양국의 교원양성대학교 등과 교류∙연계∙협력체재∙MOU도 구상. 참고로 동화교육은 앞에서도 강조했듯이 일본도, 한국도, 그리고 남북 재일동포에 있어서도 일정한 지식을 가진 베테랑의 교사가 교육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 역사 교육은 일국주의(一国主義)입장은 염두에 두면서, 세계사(구미 중심으로 기술되어 온)가 아닌, 보편적 인류사를 기록하는 글로벌 히스토리 개념을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4) ‘민족교육’에 있어서는,
① 교사의 특정 가치관이 강조되거나 ‘민족정신’의 주입교육을 행해온 지금까지의 교육적 방법을 재고해 봐야 한다.
② ‘韓（民族）人’으로서의 정체성과 자부심을 갖게 하기 위해서 우선 한국 문화의 이해를 돕는 정서적 애착심을 키워야 한다.
③ 한일관계에 있어서는 객관적인 사실 인식과 더불어 가급적 균형 잡힌 메타 인지(MetaCognition) 발달로 이끌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상호 교류에는 양국의 문화가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상승효과로 인한 동반 발전）긍정적, 적극적인 발상을 고양시켜야 한다.
④ 재일동포는 원래 하나라는 점. 같은 뿌리의 문화를 공유하는 집단이라는 점의 이해를 더하며, 본국의 분단 대립상태를 완화하도록 돕는 재일동포 공간을 구축한다.

(5)　위에서 제시한 재일동포교육을 실시하는 각 시설에는 가급적 최첨단기술로 세계 톱 수준으로 발전한 한국의 전자제품이나 IT관련 기기(PC, iPad, 전자서적 등)나 전통성을 포함한 다양한 문화를 느낄 수 있는 제품 등을 설비할 수 있도록 정부 혹은 한국 기업들의 장학투자 차원의 지원∙협력하도록 하고, 그러한 것들을 만지고 느끼며 현재 발전 성장하는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자연스러이 생성하도록 대응할 것.

참고로, 덧붙인다면, 원래 ‘민족교육’이란 뿌리(歴史)에 대한 교육을 행하여, 그 민족이나 나라 출신임을 자부심을 가지고, 민족의 정체성을 갖도록 교육하는 것이 취지의 하나이다. 그러나 다른 외국과는 달리 과거의 지배국이었던 ‘일본’이란 특수공간에는 아직도 역사청산이라는 문제가 걸려있고, 역사문제로 인해 심각한 외교문제가 되고 있는 곳에서의 민족교육이기 때문에 반발적인 감정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정치적 문제가 복잡하게 얽혀있기에 오히려 동포교육은 민족 문화를 교육시킴과 동시에, 미래지향적으로 국제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교육을 행하여, 일본을 통하여 세계 각지와 본국을 이어주는 인재로서, 시대를 견인하는 글로컬・코리언으로 육성하는데 힘을 쏟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교육, 특히 학교교육이란 것은 나라나 사회의 요구, 학문적 요구, 어린이(교육)요구에 응하며 성립, 변화하는 것이다. 사회적 환경은 항상 변화하고,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간상도 변한다. 그렇기에 시대나 사회상황에 맞춰가며 교육도 변화하지 않으면 안된다.

말을 바꾸자면, 교육에는 미래가 걸려있다는 것이다. 교육을 행하는 학교는 학문의 방법을 활용하여 그 성과를 거두려 하기 때문에 학문의 발달과 더불어 교육내용도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그리고, 교육의 주체인 아이들의 발달, 아이들의 행복감(만족도)에 관한 발상도 변화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발달관에 응하기 위하여 어떤 교육을 준비해야 할지가 과제가 된다¹⁹⁾.

아이들의 교육에는 보편적인 가치나 지식을 전하려는 성질이 포함되어 있지만, 교육을 행하는 사회나 시대상황에 따라서 교육의 내용도 바뀌어진다. 즉, 재일동포 교육에 요구되는 사회적 조건, 아이들의 발달조건은 한국 국내의 교육과 동일할 수 는 없는 것이다. 재일동포는 적어도 한국, 일본, 그리고 동포사회라는 세 사회에 관련되어 살고 있다. 그 때문에 재일동포 교육은 다른 재외동포 교육과 같은 맥락으로 생각해서도 안된다.

우리 정부는 ‘민족교육’을 강화하여 재일동포를 ‘국민’이란 틀 속에 넣어두고, ‘우리(檻)’ 속에 가두려는 의도를 전제로 재일동포의 동화교육을 하는 것은 아닐까? 물론 앞에서 말했듯이 본국의 남북대치상대로 인한 갈등에서 기인하는 북한계 조총련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에 한국계 재일동포를 국민으로서 ‘장악’²⁰⁾해 두고 싶어 하는 정책이 전개되고 있으리라. 하지만 재일동포는 본국과 다른 사회∙문화 속에서 생활하기 때문에 본국식의 장악이 강해지면 되려 이질감을 느끼고 궤리의 후유증(이탈)을 자아낼 가능성이 높다.

일본은 3∙11동일본대지진 이후, 일본인의 결속을 강화시키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긴 하나, 전후 민주주의 체제 하에서 시민사회를 형성하여 왔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전쟁(휴전상태)의 불안정 속에서 애국주의가 수반되는 병역(의무) 등을 통하여 ‘우리’ 문화가 강조되고, 뿌리 깊은 유교문화도 영향을 미쳐, 사회적 위계질서가 강하게 작용되고 있다²¹⁾. 즉, 한국의 국민과 재일동포와는 같은 국민적 평등성으로 취급할 수는 없고, 정서적 정체성 문제, 삶의 방식 (생활∙사고) 등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재일동포에게는 같은 민족성을 공유할 수 있다는 면을 명확히 인식시키기는 하되, ‘국민’을 강요하며 장악하기 보다 역도산(力道山)이나 손정의(孫正義)와 같이 그들의 활약을 통해 한국의 세계적인 지위향상이 가능하도록 글로컬∙코리언으로서 성장하도록 자부심을 높여주고, 세계와 본국을 잇는 가교로서, 또한 다문화사회를 활보하는 세계시민(코스모폴리탄)으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연구한 컬리큘럼을 준비하여 교육을 하도록 해야 한다.

한민족에 뿌리를 둔 재일동포는 단순히 ‘한국인’ 혹은 ‘조선민주주의공화국 사람’이 아니라 추상화한 ‘韓人’ 혹은 지역화한 ‘朝鮮人(북한계 동포)’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갖고 일본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지구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되는 숙명을 갖고 있다. 재일동포 교육에는 이러한 그들의 숙명을 이해하고 맞추는 방향성이 모색되어야 한다.
‘국민’은 배타적 밀집집단이다. ‘우리’ 이외의 것은 배제된다, 한국계의 재일동포가 한국 국민이라는 ‘우리’의 구성원으로 넣으려고 한다면 필연적으로 일본국민 혹은 조총련계 동포들과의 관계는 배타적으로 되어, 한국정부가 추진하려는 한일동반 관계, 혹은 남북통일의 가능성조차 희박하게 되어버린다. 또, ‘우리’의 구성원으로 들어오더라도 다문화권 출신 동포라는 이질감으로 인하여 한국(본국) 사람과의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유리벽으로 인한 폐해가 파생될 가능성도 다분히 있다. 그렇기에 ‘국민 형성’을 고집하는 재일동포 교육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재일동포의 문화적 발신력이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일본인의 문화에서도, 한국(본국)인의 문화에서도 떨어져 있는, 독자적인 재일동포 문화를 영유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 놓여져 있는 재일동포들을 배타적 밀집집단으로 만들어버리면 문화적 고립이 더욱 심각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에 돌아갈 가능성이 희박한 재일동포지만, 역으로 생각하면 풍요로운 다문화적 은혜를 향유하고, 민족적 정체성을 가지고 한반도나 일본, 재일동포 사회를 잇는 역할²²⁾과 동시에, 다문화 사회를 넘나들며 세계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며, 자신들이 존재성을 자부할 수 있는 삶을 추구하는 것. 그 것이 재일동포가 가야 할 앞날이며, 그러한 시대적 견인역의 성장을 도와줄 수 있는 교육이 향후, 한국정부가 제공해야 할 재일동포 교육이어야 할 것이다.(끝)

각주

19)권오정『사회과 교육의 구조와 쟁점』,교육과학출판사,2005년판 참조.

20)여기서 말하는 「장악」이란 개념은 아래에서 참조.
John Torpey,The Invention of the Passport: Surveillance, Citizenship and the State,2000(藤川隆男감역『パスポートの発明』（法政大学出版局、2008）.

21)그 속에서 한국은 현재 150만명을 넘는 다문화권 출신 주민이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미국에 살고있는 한국계 동포가 190만명을 넘는다는 아이러니한 현실도 존재한다.

22)남북한 대립이나 재일조선, 일본과의 관계를 완화시키기 위한 교육의 역할도 시야에 넣으면서 불행한 민족간 분열에 대해서도 본국의 외교력에 한계를 보였을 때, 재일동포간의 독자적인 움직임으로 서로가 다가서서 신뢰관계를 구축할 것. 그러기 위해서 남북간의 옹호교육프로그램 개발이나 동포교육의 컬리큘럼, 수업안 작성, 문화기획 등의 공동작업을 점차 해 나가는 것이 내일의 동아시아 상생사회의 평화구축에 이어지는 지름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