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ydney Korea Herald  (김인구 편집인)

한국이 잘 사는 22개 나라 중에서 빈곤국가에 대한 지원이 가장 인색한 나라로 꼽혔다. 미국 워싱턴에 있는 글로벌개발센터가 지난 5일 내놓은 ‘2008년 개발기여도지수(CDI)’ 보고서가 밝힌 내용이다.

글로벌개발센터는 국민소득이 높은 국가를 대상으로 해마다 대외원조, 통상, 투자, 이민, 환경, 국가안보와 기술 등 7개 부문에 대한 빈곤국 발전 기여도를 평가해 CDI를 발표해 왔다. 한국은 올해 처음으로 조사 대상에 포함됐는데, 첫 조사에서 꼴찌를 한 것이다.
보고서는 한국을 22위에 랭크시킨 이유에 대해 “외국원조 프로그램이 매우 적고, 개발도상국의 수출품에 대한 장벽이 가장 높으며, 개발도상국의 미숙련 노동자에 대한 입국 허가율이 낮다”고 지적했다.
글로벌개발센터의 조사 기준과 방법이나 보고서 내용을 100% 신뢰할 수 있느냐 하는 지적이 있을 수 있으나, 2008년 12월 오늘 현재 한국에 대한 국제적인 인식이 어떠한지 짐작해 볼 수 있는 자료라 하겠다.

오랫동안 국제사회를 이끌어 가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이른바 서방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이나 나라가 가난한 사람이나 나라를 지원하는 것을 당연히 해야 할 일로 여긴다.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부자들에게 많은 세금을 걷어서 국가 차원의 사회보장제도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나눠주고 있다. 호주도 마찬가지다. 유럽보다 사회보장제도가 취약한 미국에서도 어릴 때부터 돈을 벌게 되면 일정액을 기부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다.
그러나 동양권에서는 아직 이러한 인식이 잘 정착되지 않고 있다. 동양이 서방보다 오랫동안 경제적으로 쳐져 있는 것도 이유일 수 있겠지만, 경제대국 일본이 CDI 보고서에서 저조한 외국 원조와 이민 제한정책으로 21위에 랭크된 것을 보면, 아직 기부와 원조 문화가 생활화 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콩 한 쪽도 나눠 먹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나라 안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빈곤국가 원조에 인색한 편이다. 또한 자원 부족 국가로 무역에 의존하면서도 개방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정서적으로 거부감을 갖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이른바 ‘글로벌’이 아직도 구호에만 그치고 있다는 이야기다.
한국인들은 백인들의 인종차별에 대해 지적하면서도 동남아인들이나 같은 한민족인 중국 동포들에 대한 자신들의 차별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자신들이 힘들다고 떠난 농촌이나 도시의 3D 업종에서 동남아인들이 대신 일한지 오래 됐음에도 그들의 존재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정기적으로 게재하고 있는 각국의 환율변동폭에 따르면, 12월초까지 한 해 동안 미국달러에 대해 한국 원화 가치가 57%나 떨어졌다고 한다. 세계 13위권 나라의 경제가 너무나 취약함을 보여주고 있는 수치다. ‘미국이 기침하면 한국에선 감기가 걸린다’는 수십년 전의 말이 아직도 통용되고 있다. 지난 달 열린 G20 정상회의장 주변에서는 ‘아시아에서 중국과 일본만 오면 됐지 한국은 왜 왔느냐’는 이야기가 나왔다고 한다.
이게 뉴욕발 금융위기로 드러난 2008년 12월 현재의 한국 위상이며 한국인들의 모습이다.
단기간에 국가 주도의 강력한 개발정책과 특정 분야에 편중된 경제발전을 하다 보니, 마치 몸집만 거대하게 커진 비정상적인 아이와 같은 경제 구조가 돼 버렸다. 또 급속한 경제성장으로 인해 구성원인 한국인들도 경제성장단계에 걸맞는 가치관이나 인식을 갖추지 못해 세계 13위 국민이라고 하기에 어딘가 부족해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한국인들에겐 어설픈 경제선진 국민 흉내를 낼 상황이 아닌 것 같다. 이제부터라도 한국은 물론 한국인들은 외적 성장에 걸맞게 내실을 튼튼히 해야 한다. 몸집 키우기에 온 국민이 매달렸던 것처럼 경제 시스템은 물론, 잘 사는 나라에 걸맞는 국민의 의식도 갖춰야 한다. 전쟁의 폐허에서 ‘한강의 기적’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섰던 한국인들의 저력을 다시 한번 발휘해, 국제사회에서 제대로 된 평가를 받는 것이 2008년 말 한국인에게 주어진 숙명적 과제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