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일보]
2008. 12. 4(목) / 송의용 칼럼니스트


“재외동포청의 설립은 외형적으로는 그럴싸하지만 현실성이 없다.”

참 맥빠지는 소리다. 더구나 이 말이 재외동포 문제에 관한 한 늘 발목 잡는 외교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재외동포정책을 총괄하는 재외동포재단, 그것도 한창 의욕적으로 팔 걷어부치고 일해야 할 취임 100일을 갓 넘긴 신임 이사장 입에서 나온 말이기에 더 참담하다.

재외동포청 신설은 재미한인은 물론 700만 재외동포의 오랜 숙원이다. 그 열망이 “재외동포는 민족적 자산”이라던 이명박정부의 고위 책임자들에 의해 이렇게 부정되고 있다.

재외동포청 신설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는 이 말은 워싱턴DC를 방문 중인 재외동포재단 권영건 이사장이 2일 한인단체장들과의 간담회에서 밝힌 것이다.

권이사장은 그 이유를 ‘현재 외교부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는 재외동포재단이 국무총리실 산하로 들어가 재외동포청으로 격상 될 경우 위상은 높아지지만 외교부와 유기적 협조가 어렵고 현재 예산으로는 독립적 운영이 불가능하다’며 ‘대신 연간 370억원인 재외동포재단 예산을 1,000억원 가량으로 확대하면 재외동포들에 대한 보다 효과적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외동포재단의 새 이사장이 어떻게 이렇게 무기력하고 패배적인 사고에 갇혀 있는지 도무지 이해 할 수 없다. 권이사장은 8월18일 취임한 신임이다. 더구나 임명 때부터 ‘보은성’, ‘전리품 인사’라는 비판과 비전문가라는 지적을 받았다.

그는 대통령선거 당시 이명박 후보 외곽지원단체인 ‘선진국민연대’ 상임의장직을 맡았었고, 경력도 안동대 총장,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회장, 평화통일정책자문위원 등을 역임해 화려하기는 하지만 재외동포문제를 다룬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신임 이사장이라면 ‘이대통령 당선을 도왔기 때문에 재외동포재단 이사장이 된 것이 아니라, 능력과 비젼으로 임명 받은 적임자’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라도 더 능동적으로 활기차게 일하며 효율적 새 아이디어를 개발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기껏 ‘예산이 적으니 더 늘려주면 잘하겠다’는 핑계나 대고 있으니 어찌 재외동포들이 답답해하지 않겠는가.

더구나 지금은 한국과 전세계가 금융 쓰나미에 이은 경제침체로 허덕이고 있다. 이런 위기 에서 이대통령 말대로 민족적 자산인 재외동포는 활용하기에 따라 위기돌파의 디딤돌이 될 수 있다. 권영건 이사장 자신도 2일 워싱턴DC 간담회에서 “전세계 176개국 700만 재외동포는 한국으로서는 중요한 자원이다. 이들을 잘 활용해 재외동포와 한국 간 경제적 공동번영을 이룬다면 한국은 분명 경제대국이 될 것”이라고 직접 말하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눈에 불을 켜고 적극적으로 재외동포들을 활용할 방안을 찾아 국난(國難) 해결에 앞장서야지 예산타령이나 해서야 안 될 일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다. 동포재단과 권이사장은 국가에 충성하고 공헌할 기회를 스스로 방기하는 것이나 아닌지 참 답답하다.

또 재외동포재단이 태생적 한계로 외교부의 영향력을 피 할 수 없다면, 온 지혜와 힘을 모아 당당하게 외교부와 맞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지, “…유기적 협조가 어렵고…”라는 이유로 재외동포청 신설에 찬물을 끼얹는 일은 소극적, 현실안주적 패배의식 이다. 아니, 그보다 재외동포청 신설을 바라는 재외동포들의 열망에 비하면 그것은 직무유기이며 배신이다.

신임 권이사장은 신임답게, 또 대통령의 보은에 보은하기 위해서라도, 국민과 700만 재외동포를 위해 새 아이디어를 개발하여 강력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다.

예산이 부족하다면 확대하는 것은 그 자신과 동포재단의 능력에 따라 가능한 일이다. 그 과정에서 설사 외교부와 이견이나 충돌이 일어나도 겁낼 것 없다. 그것이 진정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라면 외무부도, 국민도 다들 재외동포재단의 편이 될 것이다. 더 치열하게 활동하라. 재외동포재단의 뒤에는 700만 재외동포, 투표권을 가진 300만 재외국민이 있다. “담대한 희망”은 오바마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그것은 역사를 전진시키려는 사람 모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