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형 / 주필

히로히토 일왕은 1945년 8월15일 무조건 항복을 한 후 9월2일 미주리호 함상에서 9월2일 항복조인식을 가졌다. 그리고 9월27일 맥아더는 히로히토를 불러 회심의 사진을 한 장 찍었다. 모든 장식을 제거한채 불안하게 서있는 히로히토의 머리는 우뚝 선 맥아더의 어깨높이에 간신히 닿았다. 왜소하고 초라해 보였다. 이사진을 본 일본인들은 맥아더가 총독으로 군림하고 일본은 패전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이를 70번째 기념하는 한중일의 행사와 감회는 제각각이다. 한국의 광복70주년은 덤덤하고 일본은 과거를 세탁해 마치 승전국양 꾸민 아베담화를 14일에 낸다. 중국은 9.3일 러시아 푸틴등 여러나라 대통령, 총리등을 끌어모아 일본 파쇼를 지탄하는 제1회 전승절을 갖는다.

중·일의 행보는 그들이 무슨 카드를 펼치려 하는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비상하게 쏠린다. 중국 전승절엔 과연 몇나라 정상이 참석해 시진핑을 으쓱하게 할지 궁금하다. 아베담화내용은 한국과 중국이 희망하는 대로 나올지 목을 빼고 컨닝하고 싶어 한다. 한· 중이 그정도면 익스큐스(excuse)할수있겠다 싶으면, 내용이 삐딱하지 않으면, 한중일정상 회담이 10월경 성사될수 있다는 관측이다. 그럼 한국은 무슨 카드를 쥐고 있나? 우리는 그것을 모른다. 싸드(thaad)의 약효도 증발해버리고 없다.

따지고 보면 광복70주년이란게 뭐 대수로울 것도 없지 않은가? 그런데 상대적으로 중국, 일본의 기세가 등등한 것 같으니 100년 묵은 낭패의 기억이 떠오르고 경원선복원공사 정도로는 성에차지 않는단 말이다.

인간은 현재가 어려우면 가슴이 뻥 뚫릴 미래가 그립다.점괘라도 보고프다. 시간의 길이를 확 늘려서 광복 100주년, 즉 2045년쯤으로 가보면 어떨까. 그때쯤 통일한국이 돼 있을까. 한국이 중국,일본에 큰 소리 칠 순 없을까. 맞다. 수년전 골드만삭스가 그에 딱 맞는 보고서를 낸바 있다. 2050년쯤 가면 한국은 통일이 돼있고 남북한 1인당 GDP가 8만달러를 훨씬 넘어 미국다음 세계 2위로 발돋움한다는 것이다! 통일한국의 경제력을 영국 독일보다 한차원 위에 갖다 놨다. 얼마나 통쾌한 광경인가. 이 보고서를 만든 장본인은 브릭스(BRICs)란 용어를 만든 짐 오닐이니까 더욱 믿음직 하다. 하지만 근래 브릭스는 쪼그라 들고 오닐은 골드만삭스를 떠나갔다.

자고로 하늘에서 공짜로 떨어지는 감은 없는 법.치밀한 계획과 절치부심으로 실천해야 열매를 따게된다. 외국의 사례를 보라. 중국은 등소평의 소강사회, 그리고 시진핑의 중국의 꿈을 일대일로(一帶一路),AIIB, 위안화 국제화로 착착 옮겨가고 있다. 독일은 1968년부터 빌리 브란트가 통독을 아예 기획하고 20년만에 꿈을 실현했다. 메르켈의 성공은 하르츠개혁이라는 10년간의 담금질 덕분이다.

골드만삭스의 통일한국 보고서에는 하나의 조건이 붙어 있다. 체제전환국은 연평균 GDP성장율이 6.5%였는데 한국의 경우 7%이상이 상당기간 지속해야 세계2위가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국 간판기업들 무너지는 소리가 요란하다. 인구절벽,고용절벽, 중후장대산업 절벽 등등...어떤 변수를 넣어봐도 유자가 탱자로 쪼그라 들듯 위태로와 보인다.

무슨 수로 7% 성장을 상당기간 한단 말인가. 박근혜대통령은 지난주 노동개혁등 4대개혁을 강조했다. 서비스산업을 키워 청년일자리를 마련하겠다고도 했다. 좋은 방향성이다. 그러나 중장기 체계가 안잡혀 즉흥적으로 보인다.

세계적으로 좀 한다는 나라치고 `2020년 전략`이 없는 국가는 한국 뿐이다. 미국,영국, 호주, 캐나다, 프랑스 같은 나라들은 모두 `미래전략단`을 국가가 운영하고 국가장래를 설계한다. 심지어 핀랜드도 4년마다 `미래 15년 플랜`을 수정해 의회에 보고한다. 의회에 기능을 둔 나라도 많다. 그에 비하면 한국은 5년단임 대통령들은 즉흥성 전시행정에 매몰돼 왔다. 이런 식으로 가면 광복100주년, 2045년이 돼도 통일은 커녕 골드만 삭스의 축복도 크게 빗나가 있을 수 있다.

올해 광복 70주년은 솔직히 쓸쓸하다. 전략과 대응이 없는데 따른 업보다. 한국의 국가운용 전략의 일대전환이 필요하다. 안그러면 한국의 운명은 주변국, 커닝국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