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영철 / 논설위원

어디서든 자칭 애국자들이 문제다. 독일은 특히 심하다. 형태도 다양하다. ‘네오나치’ ‘페기다’ ‘훌리건’…. 네오나치는 인종차별 세력이다. 복장은 기이하다. 해골 티셔츠에 흰 끈을 맨 검은 군화를 주로 신는다. ‘페기다’는 애국유럽인이라는 의미다. 반이슬람 캠페인을 벌인다. 페기다 집회 참석자는 남성, 백인 일색이다. 시커먼 옷을 주로 입는다. 구동독 지역에서 활개를 친다. 민족주의적 성향이 심한 곳이다. 이들은 이민자, 난민, 이슬람인에게 인종차별적 집단행동을 벌이고 독일을 떠나라고 요구한다. ‘제노포비아(외국인 혐오증)’ 중증이다. 그런데도 스스로 애국자라고 주장한다. 상황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난민 유입을 반대하는 폭력시위도 잦아졌다. 반이민 정서가 노골화하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독일 내 난민 신청자 수용시설에 대한 공격행위는 202건. 지난해 전체 발생한 198건보다 많다. 그제는 베를린 근교의 난민수용소로 예정돼 있던 체육관에 시위대가 불을 질렀다. 동쪽 국경지대인 드레스덴 인근 지역에선 시위대가 경찰에게 화염병을 던지고 돌로 공격해 33명이 부상했다. 사민당 당사에는 폭탄테러 위협이 가해졌다. 극우집단의 애국심은 크게 뒤틀려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분노했다. “극우주의자들과 신나치주의자들이 증오를 쏟아내는 것”에 대해 “역겹다”고 했다. 선전포고나 마찬가지다. 선량한 다수의 국민에게는 “수치를 모르는 이들과 맞서 싸우자”고 독려했다. 독일은 시리아 난민의 망명신청에 대해 모두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메르켈의 친난민 행보는 도덕성의 우위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 유럽 최강국으로서 책임감의 발로일 수 있다. 난민문제로 인한 유럽의 분열을 방치할 수 없는 것이다.

메르켈의 걱정은 딴 데 있다. 독일 인구의 중간 나이는 46.2세다. 경쟁국인 영국은 40.0세, 유럽의 평균 41.7세보다 상당히 높다. 독일 출산율은 1.4명으로 영국의 1.8명에 크게 못 미친다. 인구는 1998년 8201만명을 정점을 찍고 지난해 8065만명으로 내리막길이다. 고령화 추세가 독일의 위기를 예고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최강국 지위가 흔들릴 것은 불문가지다. 난민들의 유입을 통해서라도 인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메르켈은 20년, 30년 후를 내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칭 애국자들은 망동만 일삼고 있다. 한 치 앞도 못 내다보는 청맹과니들이 따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