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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바마, 정치의 근본은 생명존중 입니다”
뉴욕일보 송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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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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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새 대통령은 그 이름 자체가 “희망‘이다. 그 이름만 불러보거나 들어도 무언가 더 새롭고, 더 건강하고, 더 정의롭고, 더 평화로운 그 ’무엇‘을 우리에게 가져다 줄 것만 같은 기대가 가슴을 설레게 한다. 온 세계인은 오바마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오바마가 취임하자 말자 내린 두 행정명령이 희망과 절망의 극과 극을 보이고 있어 ‘역시 정치란 어려운 것’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

정치의 근본은 ‘생명존중’, ‘인권증진’이다. 오바마는 물론 모든 정치지도자는 판단 기준을 여기에 두고 정책을 펴나가면 ‘희망’을 살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는 밝은 희망

오바마 대통령은 22일 인권침해 논란을 빚어온 쿠바 관타나모 기지 내의 테러용의자 수감시설 및 국외 중앙정보국(CIA) 감옥을 1년 이내에 폐쇄토록 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함으로써 공약을 지켰다. 또 수사관들에게 인권남용 소지가 있는 심문을 거부하고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도록 하는 행정명령과 테러 용의자들에 대한 군사재판을 재검토하도록 했다. 이는 인권침해 논란을 잠재우고 외교정책에 있어 전임 조지 부시 행정부와의 차별화를 본격화, 미국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털어내겠다는 것으로 분석 된다.

이 첫 행정명령을 발표하자 인권단체와 시민들이 환영했다. 나비 필레이 유엔인권최고대표(UNHCR)는 "법의 지배를 위한 좋은 날"이라며 기뻐하며 "물고문 등 여러 형태의 심문, 적절한 사법절차 없이 오랜 기간 가두는 것 등은 일어나서는 안 되는 탈선적인 일들이었다. 범죄 용의자는 정규 법정에서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앤소니 로메로 이사는 "이는 굉장한 출발이다. 정의회복을 위한 중대한 발걸음"이라고 평가했다. 유럽의회의 CIA 비밀감옥 의혹 조사단을 이끌었던 딕 마티 스위스 상원의원은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깊은 존경심을 갖고 있다. 바로 우리가 미국을 사랑하고 존경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애리조나 주 피닉스밸리에 사는 제이슨 레스토씨는 "오바마의 명령은 미국의 이미지를 좋게 할 것이다. 앞으로 해야 할 일들이 많지만, 이는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스콧츠데일의 시민 데보러 기몬 씨는 "우리가 믿는 가치들에 대해 더욱 선명한 메시지를 전한다"고 반겼다.

여기까지는 “역시 오바마”라는 찬사가 터져 나온다. 관타나모 수용소의 폐쇄는 ‘인권’, ‘생명’의 고귀함을 지키고 키워나가려는 ‘밝음’의 지향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행정명령 ‘낙태’정책엔 큰 실망

그러나 그 이튿날인 23일 두 번째 행정명령은 실망 덩어리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23일 낙태를 시술하거나 낙태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국제 가족계획 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 금지 조치를 해제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치적 갈등 해소라는 명분아래 "낙태를 정치문제로 삼는 것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오바마는 "우리의 딸들이 아들과 똑같은 권리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다만 모든 이들은 원하지 않는 임신을 예방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들은 소속 정당에 따라 낙태 옹호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 재개와 중단을 반복해 왔다. 낙태옹호 단체에 대한 재정지원을 금지하는 ‘멕시코시티 정책'은 지난 1984년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유엔 회의에서 처음 선을 보였는데,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핵심적인 사회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이 정책은 1993년 민주당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집권과 함께 폐지됐다가, 2001년 공화당 부시 행정부가 다시 집권하며 부활했다.

오바마의 이 행정명령은 여성단체와 낙태권리 지지단체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았지만 생명 옹호론자와 보수진영에서는 강력 비난하고 나섰다.

로마 교황청은 성명을 통해 "오바마가 낙태 옹호단체에 대한 지원 금지 정책을 폐기하기로 결정한 것은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자의 오만함"이라고 비판했다. 교황청 생명학술원장인 리노 피시셸라 대주교는 "낙태로 향하는 문을 열어 인간 생명을 파괴하게 될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이는 자신이 옳다고 믿는 자의 오만함"이라고 지적했다. 피시셸라 대주교는 "중요한 것은 권력을 지녔기에 인간의 삶과 죽음까지 결정할 수 있다는 오만함을 버리고 이념적 관점에 스스로를 가두지 않고 경청하는 법을 아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생명을 살리는 쪽’으로 가라

미국에서 낙태 반대운동을 이끌고 있는 지도자 중 한 명인 찰스 채풋(Chaput) 덴버 대주교는 대선 기간 중 여성 가톨릭 지도자들에게 ‘작은 살인(Little Murders)’이라는 제목으로 연설하면서 낙태 찬성론자인 버락 오바마를 지지하는 것은 “교회에 해악”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었다. 그는 오바마를 “낙태 권리를 위해 가장 헌신적으로 일해 온 후보”라며 “가톨릭 교인으로서 오바마 후보를 지지한다는 것은 자기기만, 도덕적 혼란, 혹은 더 나쁜 것을 필요로 하는 행동”이라고 말했었다.

그러나 미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신자들에게 낙태문제를 넘어서서 더 큰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며 투표에 ‘하느님께서 주신 자유의지’를 하느님의 뜻에 맞게 사용하라고 권했다. 그 결과 오바마는 압도적으로 승리했다. 그리고 두 개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필자는 첫 번째 결정은 인권과 생명을 살리는 밝음이지만 두 번째는 그것을 죽이는 어두움이라고 판단한다. 낙태를 살인행위로 여기기 때문이다. 태아를 자연 상태로 두면 생명-인간으로 태어난다. 그것을 ‘내 몸 속에 있다’는 이유로 나의 형편에 따라 없애는 것은 인간으로서 지나친 독단이다. 이는 곧 내가, 인간이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생명경시 풍조’로 이어져 세상을 점차 어둡게 만들 것이다.

불완전 투성이인 인간이 다른 생명의 생존권을 결정할 권리와 자유는 없다. 왜 오바마는 관다나모 수용소의 인권과 생명을 중시하면서, 신이 주시는 태아의 그것은 ‘엄마’의 결정에 맡기는지 안타깝기 그지없다. 엄마 태중에서 죽어가는 태아는 모든 전쟁에서 숨지는 병사의 숫자를 엄청나게 웃돈다. 무엇이 더 중요한가.

정치는 어렵다. 대통령으로서의 결정은 참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그 판단의 기준을 ‘인권’과 ‘생명’에 둔다면 언제나 옳고 바른 결정을 할 것이다. 오바마가 정의와 평화는 인권과 생명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더 크게 실천하기를 기도한다.

[뉴욕일보 송의용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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