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필ㅣ 동포세계신문 편집국장

재한조선족연합회(회장 유봉순)는 지난해 12월 27일 오후 서울 홍제동 조선족연합회 문화활동실에서 한해를 총결 짓는 총회를 개최하였다.

이번 총회는 각별히 관심을 갖는다. 이유는 조선족연합회가 운영하는 ‘신용호조부’문제로 지난 9월 23일 연합회 사무실이 경찰로부터 압수수색을 받고 임원들이 몇차례에 걸쳐 경찰조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유봉순 회장 등 임원들이 출국금지 명령을 받고 구속되었다는 소식에 조선족연합회가 뭔가 단단히 잘못했다는 인상을 주었다. 한국 언론에는 “조선족동포를 등친 조선족단체”로까지 보도되어 단체 이미지가 땅에 떨어졌다.

“그래도 스스로 잘 운영해오던 단체라 생각했는데…” 말하며 안타까워하는 동포들도 있었다.

문제의 발단은 신용호조부에 목돈을 넣고도 몇 달째 1.5% 이자를 받지 못하는 회원이 원금 회수책으로 경찰서에 신고를 하게 되면서이다. 이로 인해 조선족연합회는 무등록 유사수신 행위와 무등록 대부중개업 행위 등으로 조사를 받게 되었다. 또 한편에서는 신고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말을 추적하면 조선족연합회 신용호조부로 들어간 돈이 야당 특정 인사에게 정치자금으로 들어갔을 것이라는 제보내용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경찰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석달 넘게 경찰조사가 이루어지고 악성 루머가 퍼지면서 조선족연합회는 극도의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연합회 사무실에서 생활하는 유봉순 회장은 보일러 수리비조차 대지 못해 12월 달 20여일 간을 냉방에서 홀로 생활할 정도로 생활고도 겪었다.

12월 27일 총회때 조선족연합회 회의실에는 100여명의 동포들이 모였다. 평소보다 두 배 넘는 인원이 모인 것이다. 연합회의 근황이 걱정되어서 또는 신용호조부 문제 등으로 이래 저래 관련되어 있는 조선족동포들이 궁금하여 참석한 것으로 보인다.

오후 2시부터 뱃노래 등 힘찬 노래로 시작한 총회가 시작되었다. 유봉순 회장이 인사말 겸 입장을 밝힌다. 먼저 경찰조사를 받았던 과정과 진행사항을 소개하고 유 회장은 “정말 죽고 싶도록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잘못한 게 없는데 왜 이런 어려움을 겪는가 생각하며 반드시 이겨나가야 한다는 생각을 갖습니다. 그런 가운데 회원분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고 심지어 연합회가 어렵다는 것을 알고 먼저 쓰라고 돈을 보태주는 회원들이 있어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고 말한다. “그리고 무등록으로 운영하는 것이 문제라고 하니 신용호조부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밝혔다.

총회에는 조선족연합회 설립 당시부터 관심 갖고 지켜봐오던 이구홍 (사)해외교포문제연구소 이사장, 배덕호 지구촌동포연대 대표도 참여해 격려의 말을 해주었다.

60년간 해외교포문제를 고민해온 이구홍 이사장은 “여러분 왜 연합회 사무실 앞에서 시위를 안하십니까? 언론에는 70억 원에 이르는 돈이라는데, 이런 큰돈을 사기 쳤다면 내 돈 내놓으라고 시위를 해야 되는 것 아닙니까?”라고 운을 뗀 뒤 “내가 줄곧 지켜본 바로는 연합회가 사기를 치려고 신용호조부를 운영한 것이 아니라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한국사회의 이주민들입니다. 이주민들을 위해서 정부가 무엇을 해줄 수 있다고 봅니까. 제 경험으로는 절대 그런 일은 없었습니다. 결국 이주민 스스로 힘을 모아서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겪었습니다. 그것이 이주민 역사의 과정이고 한 페이지입니다. 여러분들도 지금 그런 길을 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국사회에서 정말 여러분들 스스로 잘 해보기 위해서,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신용호조부’를 만들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정말 존경 받을만한 사람들입니다.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격려의 말을 하였다. 우레 같은 박수소리와 함께 동포들의 눈에서는 눈물이 절로 흘러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배덕호 대표는 조선족연합회 문화활동실 벽에 걸려있는 사진들을 가리키며 “저 사진을 보십시오, 2000년 초부터 맨 바닥에서 드러누워 조선족동포의 불법체류 문제를 해결하고 자유왕래를 부르짖어 온 역사를 써온 단체가 바로 여기 앉아있는 조선족연합회”라며 “여기서 주저앉지 말고 힘을 모아 다시 일어납시다”라고 말하였다.

신용호조부 때문에 연합회를 운영해 올 수 있었지만, 또 이것 때문에 어려움을 겪게 된 재한조선족연합회, 2016년 새해에는 위기를 극복하고 재도약하는 단체로 일어설 지, 아니면 이대로 주저앉아 불명예스런 단체로 추락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총회 분위기를 보아서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겼다.

재한조선족연합회 유봉순 회장과의 일문일답

"더 멋진 연합회 만들자는 회원들 말에 용기 잃지 않아"

본지 기자는 총회를 마친 12월 31일 유봉순 회장을 별도로 만나 입장을 들어보았다. 이는 지난 11월 7일 인터뷰 후 두 번째이다. 지금까지의 과정과 궁금한 사항을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총회를 마치고 회원들의 반응은 어떤가?

“총회가 끝나고 회원들이 많이 안정화 되었다. 새해 맞이 인사로 50여명의 회원들이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었다.”

-경찰조사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가?

“9월 23일 경찰 8명이 들어와 압수수색을 당하고, 곧바로 변호사를 선임해 도움을 받았다. 변호사에 따르면 다단계, 대부업, 사기성 등 3가지 문제를 조사한다고 들었다. 10월 5일 신용호조부를 담당한 유지란이 조사받고, 12일 내가 조사를 받았다. 그런 중에 유지란의 남편이 후두암 말기로 1년 9개월간 투병생활을 하다 10월 23일 사망하는 일을 겪게 되었다. 장례를 마치고 10월 26일 유지란과 내가 함께 조사를 받았고, 27일 유지란이 별도 조사를 받았다. 11월달엔 2일 내가 조사 받고, 6일 신문기사에 났다. 8일 내가 조사를 받았다.”

-경찰조사를 받게 된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

“경찰서에 신고는 6월달에 접수된 것으로 안다. 9월 6일 문화공연이 있어서 경찰조사가 뒤로 미뤄졌다고 하는데, 신고자는 신용호조부 회원 중 1명인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4월부터 자금이 딸려 170만원에 해당되는 이자를 지급해주지 못했는데, 원금을 돌려달라고 6월부터 재촉해 당시 550여만원을 지급해주었다. 경찰서에 신고하면 원금을 빨리 받아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그런 것같다.”

-신용호조부로 들어간 돈이 정치자금으로 들어갔다는 이야기는 뭔가?

“황당하다. 우리도 어려운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나. 우리가 문화공연을 할 때 박원순 서울시장과 문재인 민주당대표가 찾아와 격려했는데, 그 당시 우리가 야당 인사들만 초청한 것도 아니었다. 그것을 신고자가 곡해하고 그런 말을 한 것같다.”

-무등록 유사수신과 불법 대부업으로 걸렸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이런 문제로 2009년에도 조사를 받은 적이 있다. 그때는 받는 이자율이 낮고 또 그렇게 해서 받는 이자 중 일부를 조선족동포를 돕는데 사용한다 해서 ”수고한다“고 칭찬까지 들었고 무혐의로 끝났다. 그래서 우리는 이렇게 해도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다. 새해에는 합법적으로 해야겠다 생각해서 서대문구청에 문의해보니 10만원 내고 하루 교육을 받고, 대부중개업으로 신고하면 된다고 해서, 이 사태가 마무리 되는대로 신고하려고 한다.”

-항간에는 연변의 한옥희와 유사한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1990년초 연변에서 일어난 한옥희 사건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한옥희는 고액 이자를 주어서 투자를 받아 이불공장을 운영해 물의를 일으켰던 사건이고, 우리는 단지 돈 있는 사람들을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연계해주고 2% 이자 중 0.5%를 받아 쉼터와 문화활동실 등 연합회 활동운영에 사용한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통장엔 돈이 쌓여있을 수가 없다.”

-돈을 빌려간 사람들이 이자를 제때에 내지 않아 생긴 문제는 아닌가?

“신용호조부가 어려워진 것은 2013년부터였다. 출국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또 어느 때보다 급하게 돈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자만 받아 그것을 충당하기가 어렵게 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다보니 올해 초부터 이자를 제때에 못주는 현상이 생겼다. 그렇다고 돈을 빌려가고 이자를 내지 않는 조선족동포는 없다.”

-어떻게 문제를 풀어나갈 생각인가?

“경찰조사에는 충실히 받겠다. 잘못한 것이 있다면 달게 받겠다. 그리고 이번 경험을 교훈삼아 신용호조부를 합법적으로 운영하도록 하겠다. 무엇보다도 회원들이 함께 이 어려움을 잘 극복할 수 있도록 서로 돕고 힘을 보태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유봉순 회장은 이번 계기로 연합회 회원들이 흐트러지지 않고 “연합회를 더 멋있게 만들자면서 단합하는 모습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