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와 “희망”을 외치며 미국을 일깨운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1월20일)을 앞두고 미국은 생기(生氣)에 차 있지만, 반대로 그늘도 엄청나 우리를 긴장시킨다.

이라크ㆍ아프칸과의 전쟁이 여전히 해결점을 보이지 않고, 금융 쓰나미에 이은 실물경제 침체는 “자본주의의 종식”, “미국의 쇠퇴”라는 섣부른 조종(弔鐘)까지 울려대기도 하고, 설상가상으로 때 맞춰 터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면공격은 오바마의 첫 대응을 시험하고 있다. 국내문제 또한 산적해 있다. 경제침체 하나만해도 100년만의 난제라는데, 교육, 이민, 복지 또한 경제난에 발목이 잡혀 국민들이 기대했던 “오바마식 변화”가 암초에 부딪치지나 않을까 염려가 크다.

이런 난제들 속에서 한인들이 특히 주목해야 할 현안도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이 한미FTA 비준과 북한핵문제를 완전무결하게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문제일 것이다. 재미한인들은 ‘코리안-아메리칸’이라는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크고 작은 미국의 정치ㆍ사회적 문제에 뛰어들어 한국과 미국의 공동이익과 한인이민자들의 권익신장에 최선을 다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뭐니 뭐니 해도 ‘정치력’을 더 키워야 할 것이다.

지금 미국의 각 소수민족들은 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에 맞춰 자신들의 이득을 위해 총력을 쏟고 있다. 우리는 오바마의 당선을 위해 몰표에 가까운 지지를 보였던 히스패닉계 이민자들이 각료 등 주요 인선을 앞두고 히스패닉계를 더 많이 중용하라고 요구한 사실을 눈여겨보아야 한다. 아시안들도 대선 당시 75%나 오바마를 찍었다고 밝혀졌지만 히스패닉계 같은 집단적인 요구사항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재미한인들은 이 같은 정치적 상황을 바로 인식하고 정치력을 키워 우리의 이익을 위해 더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한다.

근래 들어 한인사회의 정치력이 크게 신장됐다고 자타가 공인하고 있다. 대뉴욕지구 한인유권자만도 뉴욕 주 3만2,000명, 뉴저지 주 1만9,400명 등 5만 명이 넘는다. 또 이번 대선을 통해 민주당, 즉 오바마를 집단적으로 지지하는 결집력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것은 정치력의 한 축인 유권자의 힘일 뿐, 또 다른 한 축인 ‘한인 정치인 배출’은 제자리걸음이다. 미 동부지역 선출직 한인정치인으로는 뉴저지 주 에디슨시의 ‘준 최’시장, 2009년 11월 선거에서 보스턴 시장 선거에 도전하는 ‘샘 윤’시의원, 올 들어 뉴저지 팰리세이즈 파크시 시의회 의장이 된 ‘제이슨 김’, 레오니아시 시의회 의장이 된 최용석 씨와 몇 명의 시의원이 있다. 아직은 열 손가락도 못 채우는 빈약한 형세다.

우리는 올해도 한인사회의 중요한 목표가 ‘정치력 신장’임을 강조하며 그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각론적(各論的) 활동으로 이제껏 해온 유권자 확보, 미국 정치인 우리 편 만들기, 한인정치인 배출 외에, 특히 ‘배출된 한인정치인의 활동 평가’를 추가 하고자 한다.

사실 이제까지의 한인사회는 한인정치인 배출에 너무 목말라 선출직 한인정치인의 출현에 거의 무조건적인 지지와 찬사를 보냈었다. 그러나 이젠 한인사회도 그 단계를 뛰어 넘어야 한다. 몇 명 안 되는 한인정치인 일수록 “일당백(一當百)”의 자질과 활동을 보여야만 한인사회와 미국의 요구에 순응하는 정치인이 될 것이고, 그들이 더 큰 힘과 능력을 갖는 정치인이 될 때 한인사회의 정치력도 커질 것이다. 이제 우리는 그런 관점에서 정치력 신장을 반성하며 한인정치인들을 냉정히 평가해야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출현은 미국의 정계와 사회, 특히 민권운동과 정신적인 가치관에 큰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다. 앞서 히스패닉계의 집단적 움직임에서 보듯 이 변화를 적절히 활용하지 못했다가는 한인이민자들은 삼류 이민 집단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여기서 살아남는 길은 더 효율적으로 정치력을 키우는 길 뿐이다. 이제 한인사회도 한인정치인의 질(質)을 따져 평가하고 지원할 것은 지원하고 요구할 것은 요구함으로써 더 효율적으로 정치력을 키워야 한다. 그 힘으로 미국의 올바른 발전에 공헌하는 이민 집단이 되어야 한다.

[뉴욕일보 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