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신정부가 탈북자의 자국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 정부가 나서줄 것을 촉구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카싯 피로미야 태국 외무장관은 29일 오영선 태국 주재 북한대사와 만난 자리에서 탈북자의 태국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이 중국과 협력해 대책을 마련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교도통신이 보도했다.

카싯 외무장관은 오 대사와 면담 뒤 기자들에게 "중국, 라오스, 미얀마를 거쳐 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의 불법 입국에 대해 언급했다"면서 "탈북자들이 제3국으로 가기 위해 태국으로 입국하는 것을 더 이상 원치 않으므로 북한이 이 문제에 대해 중국과 논의할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카싯 장관의 이 같은 요구에 대해 오 대사가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태국 주재 한국대사관은 이 통신의 보도 내용을 확인하는 한편 탈북자에 대한 태국 정부의 입장에 변화가 있는지를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태국 외무부 실무자와 접촉해본 결과 카싯 장관은 탈북자에 대한 기본 원칙을 북한 측에 밝힌 것뿐이라는 답변을 들었다"며 태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 여부를 더 확인 중에 있다고 말했다.

연간 수백명씩 태국으로 들어오는 탈북자들은 그동안 밀입국자로 처벌을 받은 뒤 추방형식으로 한국이나 미국행을 택해왔다. 태국 현행법상 불법입국자는 2천~6천바트(약 8만~24만원)의 벌금을 물거나 그 벌금액수에 해당하는 기일(10~30일)만큼 구류처분을 받은 뒤 추방절차를 밟게 된다.

북한 대사관은 태국으로 들어온 탈북자에 대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으며 이들의 제3국행에 대해 어떤 간여도 해오지 않았다.

카싯 장관은 또 1970년대에 북한에 납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태국 여성 아노차 판조이의 행방도 밝혀줄 것을 오 대사에게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 대사가 자신에게 북한을 방문해줄 것을 구두로 요청했었다고 덧붙였다.

카싯 장관은 작년말에 아피시트 웨차치와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들어선 이후 자국 주재 각국 대사들을 만나 양국의 현안을 논의해오고 있다.

[방콕=연합뉴스 / 전성옥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