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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카이 세대의 퇴장과 혐로 현상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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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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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 동아일보 도쿄특파원]

1월 말 다시 도쿄(東京)에 왔다. 첫 부임이 2006년 4월이니 딱 10년 만이다. 같은 사무실, 같은 이웃들. 오가며 마주치는 얼굴들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대로다. 우연이긴 하지만 심지어 총리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그대로다!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는 일본 사회의 세대교체가 대거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에서 가장 활력이 넘친다던 단카이(團塊) 세대가 60대 중후반을 맞아 일선에서 퇴장하고 있다. 이들은 1947∼1951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로 매년 200만 명씩, 5년간 1000만 인구가 덩어리져 있다. 일본의 발전과 동시에 성장한 덕에 아무 걱정 없이 취직해 평생직장을 누리며 재산을 모은 복 받은 세대라 할 수 있다. 은퇴 후에는 각종 취미활동과 문화활동으로 고급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다.

이들이 대거 연금생활자의 대열에 들어가니 사회는 부담이 크다. 젊은 세대는 노인들이 자신들의 몫을 다 가져간다며 곱지 않은 시선이다. ‘먹튀 세대’ ‘혐로(嫌老) 사회’라는 단어가 심심찮게 들린다. 약자는 먹히고 강자는 먹는다는 뜻의 ‘약육강식’을 패러디한 ‘약육노식(若肉老食)’이란 말마저 나온다.

혹자는 일본 내 세대 간 갈등은 계급 갈등의 양상을 띤다고 말한다. 배경에는 단카이 세대와 너무나 비교되는 젊은 세대의 현실이 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는 2013년 20년 후 일본인 남성 3명 중 1명은 평생 독신이 될 거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35세 미만 미혼자의 90%가 결혼을 원하지만 배우자를 맞을 만한 최소한의 연소득 300만 엔(약 3027만 원)을 확보하지 못해 포기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현실에서는 세대 간 격차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현재 70세인 노인은 복지를 통해 평생 낸 것보다 평균 2150만 엔(약 2억3400만 원)을 더 돌려받지만 20세 청년은 평생 4500만 엔(약 4억9000만 원)을 손해 본다는 통계도 있다. 일본의 미래를 담보할 출산율을 높이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노인복지 때문에 재원이 없다는 정부의 설명은 분노를 부추긴다. 실제로 일본에서 고령자에게 지급되는 사회보장액이 연간 76조 엔(약 828조 원)인데 아동수당 등 가족에 대한 급부액은 5조5000억 엔(약 60조 원)에 불과하다.

일본 정부가 노인복지에만 치중하는 이유는 일종의 노인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즉 노인층이 가장 표가 많고 투표율이 높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지난해 ‘혐로(嫌老)사회를 넘어서’라는 책을 펴낸 일본의 유명 작가 이쓰키 히로유키(五木寬之)는 “유럽 등지에서 보이는 난민이나 이민에 대한 증오가 일본에서는 노인 혐오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인들 스스로 ‘혐오스러운 노인’을 넘어서 ‘현명한 노인(賢老)’이 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84세인 그는 한때 스포츠카 마니아였지만 65세에 운전 기술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고는 면허증을 반납했다. 소싯적 일본에서 내로라하는 멋쟁이였지만 최근 10년간 새 옷을 사지 않았다고 말한다. 의료보험이나 사회복지도 경제적 여유가 있다면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며 스스로 실천에 옮기고 있다. 이기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나눈다는 자세가 본인도 세상도 편하게 한다는 것이다.

한국도 저출산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세대 간 격차도 있다. 젊은 세대에서 3포, 5포론이 나오고 ‘수저론’ 불평이 나오는 것은 그들에게 어떤 기회도 남겨지지 않은 듯 보이는 현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희망 찾기는 한국의 미래와 직결된다. 세대를 불문하고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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