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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마구치(山口)에서 본 일본의 두 얼굴-(4)메이지 유신은 곧 근대화 운동이었는가?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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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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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정 / 아시아세미나하우스 이사장

   
 

야마구치 시내에는 유명한 유다 온천이 있다. 옛날 부상한 하얀 여우가 매일 찾아와서 상처를 치료하는 걸 보고 효험 좋은 온천임을 알게 됐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곳이다.

태평양 전쟁 때는 부상병 치료를 위해 이곳에 큰 병원을 짓기도 했다. 이맘 때는 흰여우 축제가 열려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 온다. 이 유다 온천의 중심지에 마츠다야(松田屋)라는 역사있는 여관이 있다.

여관의 현관에 들어서면 넓지는 않지만 차를 마실 수 있는 정갈한 공간이 있고 거기서 안쪽 정원에 나가도록 꾸며져 있다.

일본의 국민 작가라고 불리는 시바료오 타로오(司馬遼太郎)가 마츠다야에 머물었을때 메모했다는 “이 여관은 아마도 만든 지 200년은 지났을 것 같은 정원의 적송(赤松)이 가랑비에 젖어 가지도 그 뿌리쪽의 푸른 이끼도 너무나 선명했다.”(「街道をゆく—湖西の道、甲州街道、長州路」朝日文庫)는 구절이 떠올라 우선 정원 쪽으로 나가보았다.

과연 깨끗하고 운치 있는 일본식 정원이었다. 야마구치를 서쪽의 교토라고 하지만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교토적인 분위기를 보는 느낌이 들었다. 정원의 멋에 나를 잊고 있을 때 여관의 여직원이 다가와서, “이 정원이 유명한 것은 외관 때문이 아니라 역사적 의미 때문이에요. 안에 들어가서 전시물들을 보시면 아시게 될겁니다.”라고 귀띔해 주었다. 그녀가 가르쳐 준 라운지로 들어가 보니 한쪽 벽쪽에 이와쿠라토모미(岩倉具視・귀족), 모오리타카치카(毛利敬親・쵸오슈 한 영주), 사이고타카모리(西郷隆盛・사츠마 한), 기도타카요시(쵸오슈 한), 이토오히로부미(쵸오슈 한), 사카모토료오마(坂本龍馬・토사 한) 등 메이지 유신 주역들의 사진과 필적이 전시되어 있었다. 여관 안에는 유신 자료관도 있고, ‘유신탕’이란 특별한 욕탕까지 설치되어 있다고 한다. 여관의 안내 팜플렛에는 사츠마 한과 쵸오슈 한의 동맹을 성사시키기 위하여 사카모토료오마가 교토와 야마구치를 자주 왕래할 때 이 마츠다야가 그의 숙소였다고 소개되어 있다. 또, 유신이 이루어지기 직전에는 사츠마 한의 사이고오타카모리와 오오쿠보토시미치(大久保利通), 그리고, 쵸오슈 한의 기도타카요시가 이 여관에서 삿쵸오동맹(薩長同盟)을 확인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협의했다고 밝히고 있다.

   
▲ 메이지유신을 결의한 마츠다야 적송 앞에서

대단한 역사적 공간에 서 있음을 느꼈다. 시대를 바꾸려던 혈기왕성한 청년들이 라운지에서 차를 마셨고, 정원을 거닐며 사색도 했으리라. 때로는 긴장감 넘치는 발빠른 움직임도 있었으리라. 이런 모습들을 상상하자니 마치 근대사의 한 장면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조차 들었다. 그러나 점점 감동이 식으며 무언가 허전한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메이지 유신이란 ‘시민’을 바탕으로 한 상향운동이 아니었음이 새삼 확인되는 듯했기 때문이다.

왕실 귀족, 영주, 무사 출신의 ‘영웅’들이 밀실에 모여 운동의 향방을 논의하는 장면에서 시민의 에너지를 집약하는 근대적인 운동의 모습을 그릴 수는 없었다. 물론 시민 운동에도 리더가 있을 것이고 그들만의 비밀스런 회합이 필요할 경우도 있을 것이다.

다만 리더의 등장, 의사결정, 운동의 실천에 이르는 모든 과정에서 개방성・평등성・민주성・합리성이 보장되었을 때 비로소 상향운동이 될 수 있고, 그것이 바로 근대적 시민 운동일 것이다.

마츠다야 여관에서 유신 영웅들의 회동 모습을 상기해볼 때, 분명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짜릿함은 있지만 거기서 개방성・평등성・민주성・합리성이라는 근대의 정신은 엿볼 수가 없었다. 그들의 회동이 메이지 유신의 중요한 한 포인트였다면 메이지 유신 그 자체가 인류의 보편적 역사 발전의 한 과정으로서의 ‘근대’가 빠진, 단순한 복수전(復讐戦)-도막(倒幕) 운동에 지나지 않았잖은가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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