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복 / 기자

내 아이에게 보다 나은 성장환경, 교육환경을 마련해준답시고 외국으로, 대도시로 돈 벌러 나가 우리 민족 학교들마다 결손가정학생이 대부분인 현실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경제적으로는 여유로워졌는지 모르겠으나 성장기에 부모가 곁에 없어 아이들이 겪는 감정적 빈곤과 심리적 고통 그리고 하나밖에 없는 내 아이의 성장기를 곁에서 지켜보지 못한 부모들의 허탈한 마음, 현대판 이산가족들의 가슴 아픈 풍속도이다. 그런데 이러한 현대판 이산가족의 범위가 갈수록 넓어져 “그야말로 집집마다 이산가족”이 된 것이 현실이다.

그전에는 부모가 아이를 떼어놓고 멀리 나갔다면 이번에는 성장한 자녀가 부모들을 떠나 멀리 날아간다. 보다 윤택한 생활을 위해 부모들이 돈 벌러 나가서 악착스레 일하는 것이 과거의 이산가족이었다면 상대적으로 번듯한 직업에 유복한 살림을 영위해가면서 자녀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놓았는데 좋은 대학, 좋은 직장의 취직을 위해 대도시로, 선진국으로 날아가고 부모만 덩그러니 외롭게 남겨진 것이 오늘의 새로운 이산가족이다. 어린 자녀들이 겪는 감정적 빈곤 못지않게 고향에 남겨진 부모들이 외로움에 떨고 있다.

“쥐면 부서질까, 놓으면 날아갈까” 애지중지 키워온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이 멀리에서 밥은 제대로 먹는지, 아프지는 않는지 매일같이 걱정과 그리움에 밤잠을 설치는 중년세대, 그나마 행동이 자유로운 이들은 좀 나은 편이지만 좀 더 나이를 먹고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하면 자주 들여다보고 옆에서 보살펴주는 살뜰한 식구가 없는 현실이 가뜩이나 서글픈 마음에 얼마나 소금을 끼얹는지 모른다.

정성들여 뒷바라지를 해주어 좋은 대학에 입학하고 좋은 직장에 취직해 대도시나 외국에서 살고 있지만 외지에 있는 자녀들도 늘 부모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안고 이국타향에서의 서러움을 감내하며 힘든 것은 마찬가지이다. 꿈을 안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도전하며 분투의 시절을 보내고 있지만 빌딩숲이 즐비한 대도시에서 그들은 결국 하층생활에 부대끼기도 한다. 저마다 가진 꿈이 다르고 삶의 목표가 달라 옳고 그름을 논할게 아니라는 지적도 있지만 목적이 명확하지 않고 실력도 구비하지 못한 채 허영심에 고향을 떠나는 경우도 있어서 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부모나 자식이나 떠나야 하고 헤어져 살아야 하는가? 가족이 함께 희로애락을 맛보면서 모여살수는 없는 걸가?

행복의 기준, 살아가는 의미에 대해 다시 곰곰이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된다. 학교와 같은 곳에서 이상, 전도 교양을 보다 실질적으로 가르치고 가정에서도 혈육의 정, 가족 사랑을 실천하며 좀 더 가치관과 교양을 지도하고 정부나 사회가 우리 지역을 보다 살기 좋은 고장, 돌아오고 싶은 고장으로 건설해 나가면 상황이 개변될까? 이러한 문제가 전 조선족사회에 보편화된 현실에서 우리 모두 진정으로 고민하고 되새겨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