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규/국제타임즈 편집위원

6·25 발발 66주년이 되었다. 그때, 한반도에서 전개된 모든 상황을 살펴보면, 한국은 망할 수밖에 없는 운명에 처해 있었다. 몇 가지 이유를 찾아보자.

우선 북한의 김일성은 장기간에 걸쳐 철저히 전쟁준비를 했다. 속전속결로 단기간에 남한을 완전히 정복할 수 있는 작전계획을 세우고, 탱크를 앞세워 20만의 대군으로 남한을 기습적으로 침공했다. 하지만 남한은 전쟁준비 같은 것은 전혀 없었다. 군비 또한 빈약하기 그지없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당시 남한에서 미군이 모두 철수한 상태였다는 사실이다. 특히 '애치슨 독트린'에 의해 한국은 미군 방어선 밖에 놓여 있었다.

반면, 북한 측에서는 소련과 중국이 김일성의 남침계획을 전면 후원하고 있었으며, 초기 소련 공군이 직접 참전하기도 했었다.

북한군은 남침을 개시한 지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하였으며, 김일성은 일주일 내로 남한 전체를 접수한다고 큰소리를 치기도 했다.

한국의 운명은 말 그대로 '바람 앞에 놓인 촛불'이었다. 대한민국이란 국호는 세계 지도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해있었다. 그렇지만 한국은 망하지 않았다. 여러 가지 요인들이 있었고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한국을 구한 영웅들도 많았다. 거기 가장 중요한 두 사람의 미국인이 있었다.

한 사람은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해리 S. 트루먼이었고 또 한 사람은 미 극동군 사령관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이었다.

6·25가 터지던 주말, 트루먼은 미주리주의 고향집에 있었다. 밤 9시경, 딘 애치슨 국무장관으로부터 북한군의 전면 남침에 대한 보고받은 트루먼의 입에서 튀어나온 첫마디는 다음과 같았다고 한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개자식들을 저지해야 한다."

이튿날 워싱턴으로 날아온 트루먼은 '블레어 하우스' 회의에서 미군 투입과 침략군 저지를 결정했다.

그리고 7월 1일, 그 유명한 스미스 부대 406명이 최초의 미 지상군으로 부산항에 상륙하였다. 그것은 유엔 결의가 있기 전에 트루먼의 결단에 의해 이루어진 조치였다.

그때 만일 트루먼 대통령이 참전 결정을 미루거나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머뭇거렸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대한민국은 망하고 말았을 것이다.

맥아더 장군은 미군 및 유엔군 사령관으로 한반도에서 침략군을 물리치고 실제로 대한민국을 구한 위대한 지휘관이었다. 특히 국방부와 해군이 강력 반대했던, 성공률 5000분의 1이라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했다.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맥아더는 잘 기억되고 있지만, 트루먼 대통령이 한국을 구한 진짜 '은인'이란 사실은 대체로 잊고 있다. 오히려 맥아더를 전격 해임한 것 등 때문에 많은 한국인들의 트루먼에 대한 인식은 좋은 편이 아니다. 그렇지만 6·25에서 한국을 구하는 데 가장 결정적인 일을 한 지도자는 바로 트루먼이다.

인천 자유공원에 맥아더 동상이 세워져있다. 그러나 그곳에 트루먼의 동상도 나란히 세우는 것이 옳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