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현 / 논설주간

고용절벽이 심각하다. 대기업 2곳 가운데 1곳이 신입사원 채용을 줄인다. 경기 침체와 정년 연장 탓이지만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안 생기고 있다. 과거엔 한 해 취업자 수가 40만명 증가했는데 현재는 취업 증가 수가 20만~30만명에 머물고 있다. 15만명 이상 일자리가 부족하다. 이걸 어떻게 채울 것인가.

제조 대기업과 금융사는 이미 일자리가 목에 찼다. 되레 거기서 실직자가 양산된다. 새 일자리 창출은 서비스업 혁신과 노동개혁밖에 없지만 국회에 발목이 잡혀 있다. 청년창업이 돌파구지만 여의치 않다.

해법은 국내에서 막힌 일자리를 해외에서 찾는 거다. 해외로 눈을 돌리면 국제적 일자리가 의외로 많다. 한국 청년들의 열정이나 실력, 어학 능력이면 도전할 만한 해외 취업 시장이 넓다. 정부, 지방자치단체, 기업도 우리 청년이 해외에서 꿈과 희망을 펼치도록 도와줄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프랜차이즈의 일자리 아이디어다. 해외로 진출하는 프랜차이즈 기업이 급증하고 있다. SPC(파리바게뜨), BBQ치킨, 미스터피자 등은 해외에서 장사를 잘하고 있다.

글로벌 프랜차이즈로 성장하는 한국 기업의 해외 점포에 1~2명의 한국 청년을 인턴으로 채용하거나 관리자로 파견했으면 한다. 세계 각국 매장에 1명씩만 한국 청년을 내보내도 수천 명의 취업길이 열릴 것이다.

또 중소 프랜차이즈 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센터`를 설립해 청년 일자리의 중개 역할을 하게 한다. 센터 설립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청, KOTRA, 무역협회 등이 주도한다. 서울시는 청년수당으로 현금을 그냥 뿌릴 것이 아니라 해외에 도전하는 청년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낫다. 청년희망재단은 모금한 돈을 해외 취업 희망자에게 매칭 펀드식으로 취업수당을 보조해줘도 좋을 것이다.

해외 동포 기업은 어제 제주에서 개막한 제15회 세계한상대회에서 청년 인턴채용프로젝트(한상&청년 Go Together)를 펼쳐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올해는 49개 한상기업이 작년보다 5배 늘어난 110명의 한국 청년을 채용한다.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청년들은 초봉이 적더라도 해외에서 일을 배운다는 데 가치를 두고 취업에 도전하고 있다. 이들 청년이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동유럽을 누비면서 쌓은 귀중한 경험이 장차 국가에 큰 이득이 될 것이다.

둘째, 해외 우량 기업을 인수·합병(M&A)해서 양질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 중국은 해외 M&A 시장을 싹쓸이해서 해외 일자리 시장까지 영향력을 키워가고 있다. M&A 기업의 주요 자리는 중국계 출신으로 채워져 갈 것이다. 한국의 공항 인프라인 인천공항에도 중국 기업이 손을 뻗쳤다. 우리나라에 들어온 주요 해외 항공사나 화물 항공사의 지상 조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위스포트의 주인이 누군가. 중국 항공사다. 중국 하이난항공이 작년에 3조원을 투자해 세계 최대 항공 지상조업 업체인 스위스포트를 인수했다. 전 세계에 고용인력이 수십만 명에 이른다. 한국 연기금이나 금융사 사모펀드들이 괜찮은 해외 서비스 기업을 인수해 투자 수익도 얻고 청년들의 일자리까지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셋째, 한국이 국제 경쟁력이 있는 기술 분야가 있다. 원전, 해양, 조선수리, 철도, 건설, 의료기술 등이다. 이들 분야에서 글로벌 일자리를 개척해 보자. 한국수력원자력이 최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 건설 중인 한국형 원전 4기에 대한 운영용역 수출에 성공해 총 3000명의 인력을 파견하는 개가를 올렸다.

원전 분야뿐만 아니라 해외플랜트, 고속철도 등 해외 수주 사업에서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베트남, 인도, 미얀마는 수리조선업에 필요한 전문인력을 구하고 있다.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실직한 기술자들을 해양기술 전문기구 등에서 재교육해서 취업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의 뛰어난 의료 서비스가 해외에 널리 알려져 병원 투자 요청이 많다. 그러나 국내법상 영리법인화가 안 돼 해외 진출이 쉽지 않다. 중국에 일찍 진출한 SK병원, 예병원은 국내법 제약으로 중국에서 손을 떼고 나왔는데 지금 그 병원이 너무 잘돼 속이 상한다고 한다. 글로벌 일자리를 막는 규제는 과감히 없애야 한다. 한국의 구조적인 일자리 부족을 글로벌 일자리에서 해결하려는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