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원 / 논설위원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는 말에는 애틋한 부정이 녹아 있다. 춘추시대 진(晉)의 장군 위과. 그의 아버지는 대부였다. 위과는 서장자였다. 늙은 아버지는 애첩 조희를 두고 평소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죽으면 좋은 사람을 골라 시집을 보내거라.” 죽음을 앞두고 말이 달라졌다. “나와 함께 순장을 시켜 달라.” 삶과 죽음의 갈림길에 놓인 조희. 목숨을 구한 이는 위과였다. “효자는 정신이 맑은 때 남긴 말씀을 따른다”며 조희를 시집보낸다.

기원전 594년 7월 진(晉)을 공격한 진(秦). 위과의 군대는 궁지에 몰렸다. 그런데 어쩐 일일까. 그를 공격하던 두회의 마병은 족족 쓰러졌다. 묶어 놓은 풀에 걸려 말과 군사는 달릴 수 없었다.

그날 밤 위과의 꿈속에 나타난 노인 왈, “딸을 좋은 곳으로 보내 준 은혜를 갚고자 했다.” 딸의 운명을 걱정한 아버지. 얼마나 애를 태웠으면 죽은 뒤에도 은혜를 갚고자 했을까.

이슬람 세계는 다를까. 베를린공항 테러를 계획한 ‘IS’(이슬람국가) 추종자 자베르 알바크르. 그를 잡은 것은 독일 경찰이 아니다. 3명의 시리아인 이었다. 알바크르를 집으로 유인해 전선으로 포박한 뒤 경찰에 넘겼다. 이름을 ‘모하메드 A’라고만 밝힌 시리아인은 말했다. “화가 났다. 우리에게 문을 열어 준 독일에서는 그런 일을 용납할 수 없다.”

죽음의 땅을 빠져나오는 시리아인들. 그들 눈에는 눈물 마를 날이 없다. 배가 난파하는 날에는 가족의 허망한 죽음을 지켜봐야 한다. 갈 곳이 없다. 처자식 손을 잡고 얼마나 발을 동동 굴렀을까. 모하메드 A의 말, 결초보은을 한 조희의 늙은 아버지 마음과 다르지 않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다른 이름은 ‘난민의 어머니’다. 난민들은 그렇게 부른다. 독일의 난민 포용정책. 독일에 감사하는 시리아인은 모하메드 A뿐일까. 수두룩할 것 같다. 독일의 미래는? “은혜로운 나라 독일”을 칭송하는 사람이 많은데 어찌 어둡겠는가. 메르켈의 대계(大計)는 보석처럼 반짝인다. 일본. 고추냉이 테러를 하고, 구경 간 13세 한국 아이를 걷어차고…. 그 미래는 무엇일까. 모든 일본인 마음이 그렇지는 않으리라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