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진 / 법무법인 로플렉스 대표 변호사

통일이 얼마 안 남은 듯하다. 막연한 두려움, 비판, 회의에도 불구하고 통일은 부정적인 면보다 긍정적인 면이 훨씬 많은 축복이다. 통일은 한민족에게 `정상화`를 의미하고 반드시 이뤄야 하는 역사적 과제이며 엄청난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면 통일한국은 어떤 국가여야 할까? 제도는 옷과 같은 것이어서 몸에 맞지 않으면 아무런 쓸모가 없다. 한민족은 본래 자유분방하고 순수하며 꾸밈이 없고 속도가 빠르며 활력이 넘친다. 통일한국은 무엇보다 한민족의 이런 유전자가 잘 발현될 수 있는 국가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한민족의 본모습이라고 알고 있는 조선이나 개화기의 모습은 중국화가 많이 된 것이다. 한민족의 역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나라는 단연 중국이다. 중국인, 즉 화하족의 특징은 질서를 중시하고 천편일률적인 사고를 하며 꾸미기를 좋아하고 현실적이며 강인한 인내력이 있다. 고구려나 백제가 언제부터 중국화되었는지 알기 어렵지만 신라는 6세기 초 법흥왕 재위 기간을 즈음해서 중국화가 시작되었다는 사실이 사료나 유물에 의해 확인된다. 중국식 시호와 연호의 사용, 율령의 반포, 불교의 공인, 중국식 이름의 사용 등이 중국화의 징표들이다. 7세기 전반 경주에는 돌무지덧널무덤 대신 중국식 석실분이 등장한다.

중국화가 나쁜 것은 아니고 장점도 분명히 있다. 다만 중국인의 특성은 한민족과는 너무 달라서 서로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한민족의 중국화는 정인지의 표현을 빌리면 "둥근 장부가 네모진 구멍에 들어가 서로 어긋남과 같은" 것이었다. 그 후 중국색은 지배계층을 중심으로 점점 짙어가고 조선 중기에 이르러 절정에 이른다. 반면 `민(民)`은 중국화가 덜 되어 한민족 고유의 기질이 유지되었다. 틀에 박히고 엄격하며 격식을 좋아하는 지배층과 자유분방하고 활력이 넘치는 피지배층의 성향 차이는 고려시대부터 `민`의 봉기의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판소리나 탈춤의 사설에는 `민`의 조롱과 풍자가 담겨 있다.

19세기 이후 서구 세력의 침투로 인한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위상 저하와 일제에 의한 강점은 탈중국화의 계기를 마련한다. 1000년 이상 한민족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친 중국의 틀을 깨뜨리고 나와 고유의 특성으로 돌아가는 실마리를 풀게 된 것이다. 그 흐름을 가속화한 것은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시장경제 제도의 도입, 한글의 대중화 등이다. 20세기 중반에 이뤄진 한글의 대중화는 탈중국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글 탄생의 의미는 백성들이 사용하기 쉬운 고유의 문자가 생긴 데 있던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한자 한문의 지식 기반과 이를 뒷받침하는 근원적 사상을 송두리째 바꾸고 한민족의 정체성을 살리는 단초였다.

한민족 고유의 특성이 되살아나고 중국의 틀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아직도 잔재는 곳곳에 많이 남아 있다. 중국(유교)의 틀로 돌아가려는 시도들이 종종 눈에 띄기도 한다. 가정, 직장, 사회에서 이런 갈등이 계속 나타난다. 20·30대의 섹스 라이프를 소재로 하는 TV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끄는 등 젊은 세대들은 매우 자유롭고 솔직해졌다. 반면 기성세대는 유교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세대 간 갈등이 끊이지 않는다. 각종 정치나 사회 현안을 놓고도 자유로운 사고와 경직된 사고가 끊임없이 충돌한다.

통일한국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참모습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고대사 연구에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서 왔는가?`라는 질문에 답해야 한다. 벽에 부딪힐 때마다 전통과 유산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우리의 참모습에 맞는 제도, 본성이 덜 억압받는 국가, 이를 통해서 우리는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다. 우리의 통일한국은 인류에 비전과 희망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