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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태풍’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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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09.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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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창중 / 문화일보 논설위원]


   
이건 절규. “이명박 만세!” 이명박 집권의 일등 공신 이재오, 망명 아닌 망명의 길을 떠난 이재오가 백두산 천지에 올라가 기상 악화를 뚫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외친 감격의 사부가(思父歌). 유치하지만 권력을 향한 처절한 의지다. 그의 3월초 귀국이 기정사실화돼가고 있다. 그의 귀국 결정 역시 출국과 마찬가지로 대통령 이명박의 ‘묵시적 동의’에 의해 이뤄지는 것 아닐까? 대통령 이명박의 묵시적 승인이 없다면 이재오는 귀국 결정을 자의적으로 할 수 없다고 봐야 한다. 왜 그의 귀국을 허용할까? 이재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지리멸렬 한나라당을 저렇게 놔두고서는 집권 2년차를 다 보내도 되는 일이 없다고 본 것. 그래 이재오를 불러와 해결사로 심자. 한나라당에 대한 대통령 친정체제의 본격화를 의미하고 있다. 한 정치인의 단순한 귀국이 아닌 것이다. 이재오는 서울시장 출신을 당으로 들여와 허허 벌판에서, 무에서 유를 창조한 무서운 저력의 돌파형이다. 대통령 이명박의 이재오 귀국 허용은 ‘이명박 주식회사’의 권력 재편을 당연히 예고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 주식회사’의 운영 방식에 대한 수술이 단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게 행정부에 심복들을 내려보내 ‘왕실세 차관제도’를 만든 것이다. 왜 그럴까? 집권 1년을 다 보냈지만 대통령 이명박은 초라한 성적표 앞에서 초조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사람을 믿지 못하겠다, 믿을 사람을 심어 내가 직접 더 챙기는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경제도 직접 챙겨왔지만 라인이 복잡해 혼란스럽다. 그게 청와대 지하 벙커에 ‘워룸’을 만들게 된 심리적 동인이다. 그걸로 내가 확실히 챙기겠다. 한나라당을 돌아보면 한숨이 푹푹 나온다. 쟁점 법안 하나 통과시킨 게 없다. 기업인 입장에서 볼 때 이렇게 소모적인 집단이 없다. 박근혜 눈치를 봤지만 이젠 볼만큼 봤다. 이재오를 통해 한나라당의 친정체제화를 더 확실히 강화해 끌고 가야겠다는 새로운 발상이 시작되고 있다. 박근혜 생일날 청와대 오찬에서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박~근~혜”를 함께 부르고 축하떡을 잘라 주었지만 그게 이명박이라고 이해하면 본질적인 착각이다. 어떤 수모를 감수하더라도 목표 달성을 반드시 하고야 마는, 그걸로 잔뼈가 굵은 기업인 기질이 이명박의 정체다.

이런 이명박의 포석을 읽지 않았다면 친형 이상득이 친 이재오계 의원들의 ‘함께 내일로’ 모임에 나가 “앞으로 100일이 이명박 정부에 중요하다”고 모처럼 분명한 말을 할 리가 없다. 이재오의 투입을 통해 한나라당을 실질적으로 굴러가게 만들려는 대통령의 구상을 파악한 것이다. 이 정도로도 ‘반(反) 박근혜 연대’가 꿈틀거리는 마당에 이재오의 정계복귀는 한나라당에 핵폭탄을 던지는 것, 정치적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칠 수밖에 없다. 이재오는 ‘박근혜 저격수’가 될 수밖에 없다. 친이 대 친박은 빙하 벽이 쩍 갈라지듯 두 토막으로 나눠질 것이고, 박희태 체제의 붕괴는 시간 문제가 된다. 브레이크를 밟을 줄 모르는 한국의 다혈질 정치 풍토에서는 계파 간 사생결단이 보름만 계속돼도 ‘차라리 분당(分黨)으로 가자’는 결론에 아주 쉽게 도달한다. 김영삼·김대중의 1980년대 분당이 그렇게 이뤄졌다. 집권당 분당이라는 정치적 대혼란이 생길 수도. 4·19 직후 장면 정권이 총선 압승 후 신·구파로 나눠져 정권 몰락의 길을 걸었다는 역사적 사실, 그래서 박정희를 불러들였다. 대통령 이명박의 ‘이재오 실험’은 집권당 분당이라는 빅뱅을 향해 시한폭탄이 재깍재깍 돌아가고 있는 형국으로 흐를 수도 있다. 친이계의 유망주들은 이재오의 그림자에 밟혀 성장하기도 어렵다. 이재오가 한나라당에 들어간다 해도 한나라당을 장악하기 어렵다. 기업적 측면에서 아무리 둘러봐도 득될 게 없다. 정당이 기업, 관료 세계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점에 대한 대통령 이명박의 통찰력이 절실해 보인다.

대통령 이명박은 이재오의 ‘귀국’을 막아야 한다. 아직 시기가 아니다. 집권당의 대혼란이 예고되는 실험을 강행하는 건 무모한 도박이다. 이건 대통령 이명박 본인을 위한 정치적 선택이다. 결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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