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운 ㅣ 재중동포 작가]

▲ 최상운 재중동포 작가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이 있다. “앉아있는 영웅보다 나다니는 바보가 났다”는 말도 있다. 사람은 밖으로 많이 돌아다녀봐야 시야가 넓어지고 지식도 풍부해진다. 글로벌시대로 발전하는 현시대에 자지방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타지방, 더 나아가서 외국으로 나들이를 한다면 자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수 있고 사회발전과 자신의 식견을 넓히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외국 나들이는 공무원들은 물론 기업가와 문화인들이 갖추어야 할 과제가 될 것이다.

나는 수십 년 동안 작가가 되려던 꿈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이루지 못하고 지내왔다. 그러다 예순이 되던 해 한국에 갈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리고 한국에서 3년 남짓 체류했었다. 체류해 있는 동안 한국에 대하여 뭔가 쓰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우리민족의 뿌리를 찾고 싶고 우리민족의 역사를 알고 싶었다.

내가 한국에 갈 때만 해도 한국 다녀온 우리 조선족들은 수십만에 달했을 것이다. 많은 조선족동포들은 근면한 노동으로 가정살림을 여유롭게 하였다. 그분들 중에는 문학적인 소양이 깊은 분들은 한국생활체험기를 서술하여 문단에 발표하였다. 그분들이 쓴 글은 대체로 한국생활의 고달픔을 서술하는 것이 대표적이었다. 유감스러운 것은 우리민족의 역사와 문화전통과 뿌리에 대한 글들이 너무 적다는 것이다. 나는 그분들이 쓴 글을 보고 내가 한번 우리 민족의 역사와 뿌리를 자세히 알려주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졌다. 목표가 정해지자 나는 역사지식을 넓히려고 한국사와 중국 5천년사를 비교하여 보았다.

나는 휴일에는 배낭을 메고 역사 유적지 탐방을 떠났다. 먼저 이조조선역사를 알기 위해 서울을 돌아보았으며 천년 신라의 역사를 알기 위해 경주를 찾아갔다. 그리고 백제 역사를 알기 위해 부여로 갔으며 고려의 역사를 알기 위하여 강화도를 찾아갔다. 역사유적지 탐방과 함께 한국의 이름난 명승지를 돌아보았다.

나는 낮에 일하면 밤에, 밤에 일하면 낮에 글을 썼다. 나는 한국에 3년 반 체류해 있는 동안 15만자에 달하는 한국기행을 써냈다.

귀국한 후 나는 바로 조선 여행을 하였다. 다섯 차례의 조선 여행에서 평양, 개성, 판문점, 원산, 나진, 선봉을 돌아보았으며 금강산, 묘향산을 보았다. 조선 여행을 통하여 고구려의 문화와 고려의 역사에 대하여 깊이 있게 알게 되었다. 나는 조선 조선에 대한 기행문을 쓰고 한국 기행문과 묶어서 ‘코리아 남북’이라는 책을 펴냈다.

사람의 욕심이란 한이 없다. ‘코리아 남북’을 쓰고 보니 더 넓은 세상으로 가고 싶었다. 누군가 나에게 이런 조언을 하였다. “세상은 넓고 크고 인생은 짧다. 빨리 여행을 떠나라”고.

나는 그 말에 힘을 얻었다. 먼저 동남아의 싱가포르, 말레아시아, 태국 관광을 하였다. 그 후 일본, 대만,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 이어 서유럽의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스위스, 룩셈부르크를 여행했다. 그리고 오스트리아, 뉴질랜드에 이어 미국, 캐나다, 멕시코, 하와이, 이집트, 아랍연합공화국 등지를 다녔다. 전 세계 20여개 나라를 돌아보니 나는 시야가 넓어지고 지식이 풍부해짐을 느꼈다.

여행은 참 좋다. 어떤 의미에서는 책에서 배울 수 없고 또 배우지 못한 많은 지식들은 여행을 통해서 배울 수 있고 또 현명해 질 수 있다는 것을 터득하였다.

토마스 풀러는 이런 말을 했다. “바보는 방황하고 현명한 사람은 여행을 한다.” 지금 많은 사람들이 퇴직하고 무엇을 할까 고민한다. 각자의 취미에 따라 자유로이 자기의 길을 선택할 수 있다. 나는 퇴직한분들, 여유로운 분들은 여행을 하면 매우 의미가 있으리라 여긴다. 내가 세계여행을 선택한 것은 가장 현명했고 노후에 좋은 직업을 얻었다는 긍지감을 느낀다. 세계관광을 하고 글을 쓰니 얼마나 보람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세계는 한권의 책이며 여행자들은 그 책의 한 페이지를 읽었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나 역시 세계라는 한권의 책을 한 페이지만 읽고 있다. 계속 다음 페이지도 읽고 싶은 것이 내 욕심이다. 나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면서 처음 느끼는 또 다른 행복들을 만끽하였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아주 자세히 관찰하며 사진을 찍고 또 그때그때 글로 옮겼다. 여행을 하다보면 여행은 마치 학문과 같은 것이며 아는 것도 많아지고 지식도 소리 없이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음을 느꼈다.

나의 세계여행 기행문이 중국 현지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되자 많은 독자들이 축하와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나는 그분들이 보낸 메시지를 받고 날아갈 듯 기뻤다. 어떤 독자는 나한테 세계여행을 하면서 어떤 감수가 있는지 문의했다. 나는 세계는 내가 상상 못할 정도로 발전돼 있으며 불가사의한 역사유적과 유물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답변했다. 또 어떤 독자는 제일 인상 깊었던 나라는 어느 나라인지도 물었다. 나는 이탈리아, 이집트, 오스트리아.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이라고 대답했다. 이탈리아와 이집트는 고대 역사문물이 많은 노천박물관 같은 감이 들었고 미국은 거대하고 물산이 풍부한 나라라는 느낌이 들었고 오스트리아는 풍부한 자연자원으로 국민들이 여유롭게 살며 일본의 공산품은 아담하고 정교로웠다. 농작물과 목축업을 유기적으로 결합시키는 프랑스의 농업방식이 인상 깊었고 나무숲으로 덮인 독일이 인상적이었다고 대답했다.

나는 세계여행을 하면서 중국인으로서의 우월감을 충분히 느꼈다. 솔직히 30년 전 나는 외국인들을 우러러 보았다. 그러던 것이 여행을 통하여 느낀 것이 지금의 외국인들은 우리 중국을 높이 평가하며 중국 여행객을 돈 많은 부자를 대하듯 잘 대하고 있었다. 중국 여행객들은 대국사람답게 통 크게 놀았다. 또 다른 것은 돈 많은 사람이 살기가 좋은 곳은 하와이이며 서민이 살기 좋은 나라는 중국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유는 내가 다녀온 나라들 중에서 인구 대비 ‘거지와 노숙자’가 적은 나라는 중국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은 참으로 좋다. 시야가 넓어지고 지식이 넓어지고 있다. 많은 여행을 통하여 견문과 감수가 한 페이지 두 페이지 쌓여간다.

첫 외국 나들이를 할 때가 어제 같은데 이제는 12년 세월이 흘렀다. 10여 년 동안 쓰고 모아둔 문장들이 이제는 책으로 묶을 수 있게 됐다. 그것도 70만자에 달한다. 내가 쓴 글을 내가 읽어보아도 참으로 감미롭다. 이제는 작가가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낀다. ‘견문과 감회’을 쓰면서 이렇게 생각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논할 때, 무엇으로 그 사람을 평가할까? 아마도 그가 창조하고 만든 업적에 따라 다를 것이다. 중국 속담에 ‘짐승은 자취를 남기고 사람은 업적과 흔적을 남긴다.’는 말이 있다. 사람마다 남긴 업적과 흔적은 다르다. 각자의 능력과 자질에 따라 다른 업적을 남길 수 있다. 평범한 사람에겐 업적이라고 말할 수 없지만 흔적이라도 남겨도 좋다. 글 쓰는 사람은 글을 남겨야 한다.

고희를 넘겨도 늙었다는 생각을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나다. 아련한 젊었을 때의 꿈을 현실로 이뤄보고자 하는 나다. 여행을 하며 글을 쓰는 것을 내 인생의 두 번째 직업으로 삼고 있다. 오늘도 내일도 나는 두 번째 직업에 충실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