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북한 김정은이 잇달아 특대형 도발을 저질렀다. 12일 북극성 2형이라는 새로운 중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하루 뒤인 13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백주 대낮에 이복형인 김정남을 독살했다. 현재까지 김정남의 피살이 북한의 소행인지가 명백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북한이 계획적으로 벌인 테러임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번 사건을 어떤 관점에서 주목해야 하고 그 시사점은 무엇인지 살펴보면서 대응책을 숙고해야 한다.

우선, 김정은이 해외를 떠돌고 있는 김정남을 굳이 살해까지 할 이유가 무엇이냐 하는 점이다.

다음의 몇 가지를 추론해 볼 수 있다. 첫째, 김정남에 대한 콤플렉스가 작용했을 가능성이다. 김정남은 김정일의 적장자이며 한때 후계자 1순위에 올랐던 인물이다. 북한식 가계(家系) 셈법으로 따진다면 김정남은 백두혈통의 원가지이며 김정은은 곁가지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정은은 친모인 고용희가 김정일의 총애를 받은 덕분에 후계자의 자리에 올랐다. 한마디로 김정은은 상대적으로 정통성이 떨어진다. 그러니 언제고 자신의 권좌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제1순위 대안으로 거론될 수 있는 인물이 바로 김정남이다. 중국이 개방적 성향에다 친중(親中) 인물인 김정남을 보호한 것도 이런 상황을 염두에 두었을 개연성을 보여주고 있다. 둘째는 2009년 김정은이 후계자로 책봉되자 김정남은 세습체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혔고 그 후에도 여러 경로를 통해 이런 입장을 반복함으로써 김정은에게 눈엣가시와 같은 존재였다는 점이다.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도 2013년 파리정치대학 재학 시절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삼촌인 김정은을 독재자로 호칭함으로써 그 일가를 도전세력으로 지목했을 것이다. 셋째는 김정남이 한국 또는 타국으로 망명할 것을 우려했을 가능성이다. 북한은 일찍이 황장엽 씨가 망명하여 북한의 치부를 공개했을 때도 강력 반발했다. 만일 김정남이 그런 결단을 하게 된다면 김정은 정권 유지에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들로 김정은은 일찍부터 김정남을 밀착 감시하며 제거의 기회를 노리던 중 중국 땅을 벗어난 기회를 포착해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도 김정은이 5년 전부터 김정남 제거작전을 줄곧 시도해 왔다는 사실을 확인한 바 있다.

우리가 또 주목해야 할 점은 김정남 피살이 담고 있는 의미다. 첫째, 김정은 정권 취약성의 방증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2011년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을 물려받은 김정은이 지난 6년여 동안 외형적으로는 권력을 공고히 한 것처럼 보이지만, 지난해 태영호 영국 주재 북한공사를 비롯하여 엘리트층의 잇단 탈북에서 보듯이 심각한 내부 갈등과 동요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북한의 급변 가능성을 대비해야 한다. 둘째, 김정은의 공포와 폭압정치하에서의 불가측성이다. 김정은 정권 수립 이후 중심에 있던 인물들이 하나둘씩 사라져갔다. 리영호 총참모장 처형을 신호탄으로 고모부 장성택, 그리고 이복형인 김정남까지 김정은에 도전이 될 만한 인물로 낙인찍히면 그 누구도 제거 대상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 최근 김원홍 국가보위상의 해임에서 보듯이 이런 공포와 폭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그 누구도 김정은에게 `노(No)`라고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즉흥적이고 편집광적인 김정은이 만에 하나 잘못된 판단과 지시를 내릴 경우 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셋째, 북한 정권 비판에 앞장서고 있는 인사들, 즉 태영호 씨 등 고위 탈북민에 대한 무차별적인 테러 가능성, 그리고 이번 사건의 물타기 목적으로 자행할 수 있는 또 다른 형태의 도발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