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교/ 인하대 대외부총장

오랜 불황의 터널을 벗어난 일본에서는 요즘 졸업이 곧 취업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인력난을 겪고 있다. 통역과 조리사 등 서비스업에 외국인이 취업하기 쉽도록 하겠다는 내각부의 방침도 그 대책의 하나다. 숙박·음식 업계가 외국어에 능통한 인재(人材)를 더 쉽게 확보하도록 돕기 위해 실무 경험과 학력 등 취업비자 요건을 완화한다는 것이다. 대졸 신입사원을 뽑겠다는 410개 상장사의 총 채용 인원이 지난해보다 5.24%나 줄고, 326개사는 채용 계획조차 못 세웠으며, 채용을 포기한 업체가 182곳이나 되는 우리로서는 부러운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우리는 내수도 수출도 살아나지 않아 일자리 창출은 희망에 불과하다. 특히, 수출이 2015년 세계 6위에서 지난해 8위로 떨어졌다는 세계무역기구(WTO)의 최근 발표는 수출 대한민국에 대한 의심을 하게 만든다. 1957년과 1958년을 제외하고는 2년 연속 수출이 떨어진 적이 없었던 데다, 세계 수출 부진보다 더 큰 폭으로 수출이 줄었기에 비관론이 더 클 수밖에 없다. 불경기로 글로벌 수입시장이 축소되고, 보호무역주의 확산, 역(逆)세계화 등으로 지난해 세계 무역 규모는 29조7410억 달러로 1년 새 2.7% 줄었다. 하지만 현대차 파업과 갤럭시노트7 파동으로 같은 기간 한국의 수출은 세계의 2배 수준보다 높은 5.9%나 줄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교역량이 줄어드는 가운데 제조업 중심의 낡은 산업 구조를 벗어나지 못해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 폭은 더욱 커졌다. 올해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여 국가 차원의 통상외교와 기업의 대응책을 찾지 못하면, 연초의 수출 호조는 역전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미국으로부터는 철강에 이어 석유화학 제품에 대해 반덤핑 조치를 당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통상정책이 가시화하고 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으로 멕시코에 진출한 기업들이 타격을 받고 있고, 중국에 대한 통상 마찰로 수많은 현지 진출 기업의 조업이 영향을 받으면서 국내 중간재 수요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국경세 부과와 중국 시장경제질서(MES) 문제에 대한 통상 마찰로 세계 경제는 몸살을 앓을 것이며,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곧 브렉시트가 진행되면서 EU 붕괴론으로 글로벌 통상 질서는 전례 없이 어려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대외적 불확실성 못지않게 국내 정치·경제적 상황은 한 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정도로 불투명해지고 있다. 국내 최대 기업 삼성 그룹의 부회장이 구속되면서 재계는 움츠러들었고, 대통령 선거가 앞당겨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경제를 옥죄는 정치 포퓰리즘은 극에 달할 수 있다.

경제 활성화에 정치 안정과 리더십이 중요함은 아베 신조 일본 정부의 실적에서 찾을 수 있다. 장기침체에서 벗어나 수출이 안정을 되찾고 신규 일자리도 창출되고 있어 최근 들어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일자리를 잡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금 대학을 졸업하는 청년들에게 취업 문이 활짝 열리고, 기운찬 수출 뱃고동이 울리기를 소망하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것이다. 4~5월쯤으로 예상되는 대통령 선거는 우리 경제의 10년을 좌우할 게 틀림없다. 지금 우리에게는 ‘세금 일자리’가 아니라, 성장과 수출 경쟁력 강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을 뒷받침하는 건전한 리더십을 갖춘 정치지도자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