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구조개혁 평가서'에 따르면 본국 및 미주 한인들의 노동시간은 회원국 가운데 1위지만 생산성은 선진국의 절반도 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OECD는 해결책으로 노동시장 구조개선·여성의 노동시장 참여 확대를 제시하고 소득 불평등 완화도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인구의 절반이 넘는 여성이 쉬는 일이 많아 경제성장·사회통합을 저해하고 이를 위해 보육의 질을 높이는 동시에 출산·육아휴직 장려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추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위에 적힌 사례 가운데 우리가 모르는 방안은 하나도 없다. 단지 실천이 되고 있지 않을 뿐이다. 간단히 설명하면 무모한 자리 지키기 식 '뻗치기' 대신 일의 효율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오죽하면 한국 대선 정국에서도 후보마다 '저녁 있는 삶'을 외치며 안식년제 도입까지 공약으로 내건 실정이다. 그러나 약속이 제대로 실행되느냐는 별개 문제다.

유대인들의 잠언 가운데 '몸을 쓰지 말고 머리를 쓰라'는 문구가 있다. 보여주기식보다 실질적인 능률의 위대함을 강조한 말에 다름 아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자면 한인들의 남다른 교육열을 들지 않을 수 없다. 재미동포 출신 연예인이 '서울대를 떨어져 할 수 없이(?) 하버드대에 입학했다'는 말이 방송을 타며 화제가 될 정도다. 그러나 아이비리그·스탠퍼드·MIT에 합격한 한인 수재들의 40%가 졸업장을 못 딴 채 중도 탈락한다는 비극적 현실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이밖에 하버드·스탠퍼드에 동시 합격하고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격려 이메일을 받았다는 최근의 사기극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명문대 타령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보여준 사례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은커녕, 잠도 제대로 못자며 '공부 로봇'으로 명문대에 들어가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에만 목매게 될 것이다. 특히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아들·외딸이 늘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헛똑똑이'도 증가 추세다.

대한민국 엄마들의 교육에 대한 태도는 의욕 수준을 넘어 '병적 레벨'에 다다랐다.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중심으로 고교 수준의 영어·수학·과학·외국어 과목을 선행학습하는 초등학생들이 적지 않다. 만3세가 되면 프리스쿨 외에 각종 과외·개인 교습을 시작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영재 테스트를 치르고 합격한 아동을 대상으로 주요 과목을 가르치는 학원도 인기라고 한다.

그러나 세상사가 그렇듯 무슨 일이나 나이에 맞는 기준이 있는 법이다. 무리하면 당연히 후유증이 따른다. 아무리 조숙한 영재라 하더라도 추억을 지녀야 할 초등학생이 중학교·고등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을 따라가야 한다면 인재양성이 아닌 '아동학대'가 아닐까.

명문대 타령, 그 마음 자체는 나쁘지 않다. 그렇지만 지나치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체면치레와 자식자랑에 불과한 '얼치기 사랑'에 머무는 법이다. 북한 용어로는 이런 경우 '낯내기'란 표현을 쓴다.

몇년 전 공부에 지친 딸을 때려가며 예일대에 진학시킨 중국 엄마가 '타이거 맘'으로 미국 언론에 대서특필 된 적이 있다. 대부분 중국 부모들의 심리는 '부럽다', 미국 부모들은 '어처구니없다'며 의견이 갈렸다.

이제 한인 부모들도 단순히 좋은 학교 보내면 문제가 다 해결된다는 학벌 의식보다 자식의 진정한 관심사를 살펴 충족시켜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부모로서의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21세기에도 여전히 학벌 타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면 본인이 '비정상 콤플렉스' 환자가 아닌지 한번 둘러봐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