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일보=이민호 서울지사장] ‘내 사랑 대한민국’을 되뇌었던 재일동포 애국 애족가의 마지막 행선지는 동지들과 함께였다. 지난 5월 19일 오후 3시, 충남 천안의 국립 ‘망향의 동산’. 재일동포 전용 국립묘지인 이곳에 ‘아이치현 대통령’으로 불리던 고 정환기(鄭煥麒, 1924~2016) 씨가 영면했다.

단 1평의 아담한 묘소. 고인은 고향인 경남 진주에 晉陽鄭氏 선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먼저 별세한 재일동포 동지들과 막내 여동생 부부가 있는 ‘망향의 동산’을 택했다. 이날 고 정환기 안장식에는 부인 具日會 씨와 鄭博(차남), 鄭統圭(삼남), 鄭由美(장녀) 씨를 비롯한 직계 유가족과 친지, 고인이 사재를 기탁하여 장학재단을 세운 진주교육대학 관계자 등 70여 명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했다.

정환기 씨의 유골과 영정은 이날 나고야를 출발하여 인천공항을 경유하여 천안으로 향했다. 국립 망향의 동산 관계자는 “유족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하나 같이 편안한 얼굴로 제사를 지내는 모습은 실로 보기 드문 풍경”이라고 전했다. 모국의 지인인 李林柱 교수는 “在日의 인생을 누구보다 훌륭하게 살았던 분”이라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恩誼이며, 버려서는 안될 것을 義理라 강조하며 信用第一을 신조로 삼으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생전에 정 씨는 하루에 3분은 남을 위해 무슨 일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실천에 옮겨왔다고 자부했다.

망향의 동산은 1976년 10월 조성된 재일동포 전용 국립묘지. 한국 정부가 부지를 마련하고, 건립비용은 민단을 중심으로 한 재일동포 모금 일화 5억 엔(현재 시가로 500억 원 이상)으로 조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