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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이 아니라 실천이다
김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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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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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삼오/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전 파이스턴 이코노믹 리뷰 서울특파원]

오래 미뤄왔던 글을 비로소 쓴다. 얼마 동안 스마트폰을 타고 연거푸 날아온 한 원로 교수 관련 기사가 발동을 걸었다.

   
▲ 김형석 철학가.

김형석. 97세, 기독교인 철학가, 수필가, 대중강연가, 연세대 명예교수. 보통 몸매에 약간 깡마르고 꼬장꼬장하면서도 부드러운 인상. 나에게 전혀 낯선 사람은 아니다. 1960대 초 군대시절 그의 수필집 ‘사랑과 영원의 대화’를 읽었다. 다음 1980년대 중반이었다. 시드니순복음교회(故 정우성 목사)에서 이틀간 한 강연을 들었다. 전문 녹음하여 그때 내가 내던 ‘호주소식’ 신문에 그대로 실었다.

최근 ‘백년을 살아보니’의 발간을 계기로 또 한 번 고국 매체의 주목을 받은 것 같다. 날아온 기사는 그 책과 인터뷰에서 발췌한 것들이다. 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행복은 누구나 원하는 삶의 가치다. 선인의 결론은 인격이 최고의 행복이다… 내 인격만큼 행복하고, 소유하고 또 베풀 수 있다.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다. 물질적 소유나 권력으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

이 또한 전혀 낯선 말은 아니다. 예수, 석가, 공자로부터 많은 선현, 인생의 원로, 철학가들이 설파한 가르침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인류 공동선을 위하여 영원히 변할 수 없는 진리가 아닌가.

대접과 푸대접

그럼에도 노 교수가 돋보이는 이유는 실천이다. 나는 그의 사생활을 잘 모른다. 그러나 알려진 바에 따르면 큰 직함이나 돈 욕심을 부린 적이 없다. 그랬다면 그도 흔한 대학 총장, 재벌 고문, 무슨 총회장, 정부의 전문 위원장 자리 한 두 번은 하지 않았겠는가.

그 자리가 왜 나쁠까, 아니 얼마나 좋을까? 해보지 않았으니 나는 잘 모른다. 분명한 사실은 그걸 하겠다면 우리 사회풍토에서 잔머리를 굴리지 않고는 안됐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것부터가 사회 갈등의 시작이다. 더욱 그 자리에 앉아 우리 사회에 누를 끼친 사례가 많다.

내가 친구를 따라 교회를 처음 나간 것은 70년도 넘는 아득한 초등학교 6학년 때다. 그간 셀 수 없이 많은 설교를 들었다. 그런데도 가장 오래 기억에 남는 건 그 때 시골 주일학교 교사가 한 소박한 말이다. 사치와 믿음은 서로 거리가 멀다. 좋은 옷을 입으면 때가 묻을세라 몸을 사리듯 높아지면 오만해진다는 게 요지였다.

오래 살다 보니 각계의 큰 별(?)이 된 인사들의 생애를 알게 된다. 몇 사람은 잘 알던 사이였다. 비서 몇 명을 두고 큰 방을 쓰는 자리에 오르면 거의 모두 올챙이시절은 깡그리 잊어버리는 것을 보게 된다.

유교문화권인 우리는 유별나게 좋은 말씀을 많이 들으며 자랐다. 요즘은 공맹사상 등 고전 읽기 인문학 강의가 새로운 조명을 받고 있다. 거기다가 외국인에게 말하기 쑥스럽지만 한국은 기독교 국가다. 대부분 한국인이 가정에 성경 한 권은 비치해놓고 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저명인사들의 강연과 설교를 듣게 된다.

그러나 말씀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실천이 먼저지만 현실은 전혀 반대다. 이유는 무엇인가? 그 연구는 행태과학의 몫이다. 방향만 짧게 말한다면, 실천하는 사람을 대접해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보상이 없는 실천을 누가 하겠나. 합리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대원칙인 상벌(賞罰, Reward and punishment)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까놓고 말이지 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세상적으로 살기 편하지 않겠는가. 이름도 쉽게 낼 수 있다. 그러니 아무리 그게 아니라고 역설해도 먹히지 않는 것이다. 그에 필적하는 다른 심리적 및 정신적 보상, 달리 말하면 사회적 인센티브가 있어야 한다.

여기서 머리에 떠오르는 게 오래 전 호주 신문에 난 한 사회조사 결과다. 10가지 생활 가치관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순위도를 묻는 질문에 ‘To be liked by others’가 가장 먼저로 나타났다는 거다. 우리말로 옮겨본다면 “남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사랑 받고 싶다”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고 싶다”가 된다.

돈과 권력은 아마도 서너 번째였던 것 같다. 그게 응답자들의 정직한 대답이었느냐는 따지지 말자“ 평소 남에게 어떻게 기억 될 것인가를 두려워 할 때 도덕성 회복과 평화와 안정, 그리고 국민통합이 가능할 것이다. 법과 제도보다 앞서는 사회심리학적 해법이다. 법과 제도는 이런 데까지 미치지 못한다. 남에게 사랑과 존경 받기는커녕 남이야 뭐라고 하든 ‘나와 내 가족만 잘 살면 돼’ 하거나 높은 자리와 돈을 거머쥐어야 알아주는 사람이 대다수라면 내 인격만큼 행복하다’는 김 교수의 가설은 설 곳이 없다. 요즘 고국의 대선을 보면 아쉬운 게 많다. 모두 거창한 공약을 늘어놓지만 위와 같은 국민 행태적 기본 이슈를 거론하는 후보는 하나도 없다. 표가 안 나올 것이므로 아닌가.

   
▲ 김삼오/전 호주국립한국학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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