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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아라비아의 도널드 트럼프 다루기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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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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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드 자카리아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이번 주의 맨체스터 폭탄테러는 극렬 이슬람집단의 테러 위협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으스스한 사실을 상기시킨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의 중동방문은 테러리즘 확산의 중심에 서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어떻게 이에 대한 책임과 비난을 피해갔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실제로 트럼프는 이번 방문을 통해 중동지역에서 멋대로 행동할 수 있는 재량권을 사우디아라비아에 부여했다.

이미 널리 알려졌듯 사우디아라비아는 지난 50년간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편협하고 금욕주의적이며 비관용적인 이슬람 버전을 전 세계의 무슬림 지역에 전파했다. 그뿐 아니다. 오사마 빈 라덴은 물론 9/11 테러리스트 19명 가운데 15명이 사우디 국적을 갖고 있었다.

외부로 유출된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이메일을 통해 우리는 사우디 정부가 카타르와 함께 최근 수년간 이슬람국가(ISIS)를 비롯한 이 지역 수니파 급진단체들에게 비밀리에 자금 및 군수 지원을 제공해 온 사실을 알고 있다. 사우디 국적자들은 외국출신 ISIS 전사들의 절반을 차지할 뿐 아니라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테러리스트들 중 최대 그룹을 형성한다. 사우디 왕국은 예멘의 알카에다와 묵시적 동맹 관계에 있다.

ISIS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채택한 이슬람 경전의 와하비 버전을 신앙의 근거로 삼는다. 지난해 사우디 왕국 그랜드 모스크의 전 이맘(imam: 영적 지도자)은 이렇게 말했다: “ISIS는 우리의 신앙적 독트린을 그대로 차용했다…기본적으로 양측 모두 동일한 사상을 따르지만 실천방식은 우리가 훨씬 고상하다.”

사우디의 자금은 현재 유럽의 이슬람을 몰라보게 변모시키고 있다. 외부로 새어나간 독일의 정보 보고서는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쿠웨이트 등과 밀접히 연결된 자선단체들이 모스크, 학교 등지에 자금을 제공을 하고 있고 이맘들이 독일 전체에 근본주의자들의 불관용적인 이슬람 버전을 퍼뜨리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의 코소보 특파원 캘로타 갤은 500년간 이어져온 온건한 이슬람의 전통이 파괴되고 있다며 이렇게 지적했다: “사우디에서 훈련을 받은 이맘들은 고국으로 돌아가 와하비주의의 원칙들, 다시 말해 샤리아법의 우월성과 폭력적인 지하드(성전)를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그들의 종교적 해석을 따르지 않는 이단자들은 죽이거나 파문해도 좋다는 원칙을 집중적으로 알렸다…자선단체들이 제공하는 지원에도 종종 조건이 따라붙었다. 금전적 도움을 받은 가족들은 모스크에서 설교를 들어야 했고 여성은 나이에 관계없이 반드시 베일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악명 높은 일부 종교적 관행들을 보류하기 시작했다. 현재 사우디 정부는 젊고 지적인 개혁론자인 모하메드 빈 살만 부왕세자가 실질적으로 움직인다. 그는 두바이의 선지자적 지도자인 셰이크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과 마찬가지로 신선하리만큼 실리적이다. 그러나 이제까지 사우디의 개혁은 경제정책 개선으로 나타났을 뿐 막강한 종교제도와의 결별은 추진되지 않았다.

이슬람에 관한 트럼프의 연설은 지하드 성전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무슬림들과의 교감에 초점을 맞추었다. (추산에 따르면 이들이 전체 무슬림의 95%를 차지한다.)

그는 “테러리스트들에게 은신처와 재정지원은 물론 모병에 필요한 사회적 지위까지 제공하는 정부를 거론하지 않는다면 테러위협을 근절하기 위한 그 어떤 논의도 완전치 않다”고 짚었다. 그러나 트럼프가 거론한 국가는 방문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니라 이란이었다.

이란은 분명 중동지역의 안정을 위협하는 세력이고 일부 불량국가를 지원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이란을 지하디 테러의 근원지로 지목하는 것은 지나치다.

킹 칼리지의 레이프 웨나가 글로벌 테러리즘 데이터베이스의 자료를 분석한 바에 따르면 2001년 이후 이슬람주의자들의 테러로 인한 사망자의 94% 이상이 ISIS와 알카에다 및 다른 수니파 지하디스들이 자행한 테러공격의 희생물이었다. 이란은 이들을 지원하는 게 아니라 이들과 싸우고 있다. 서방에서 발생한 모든 테러공격은 어떤 식으로건 사우디아라비아와 연관이 있다. 반면 이란과 연결된 테러는 단 한건도 없었다.

트럼프는 테러리즘과 관련한 모든 책임을 이란에 전가하는 사우디의 정책을 받아들였다. 사우디는 경험이 별로 없는 트럼프의 협상팀에 아낌없는 관심을 퍼붓는 한편 미국산 무기를 구입하고 이방카 트럼프가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세계은행 기금에 대규모 기부를 약정하는 등 선심성 물량공세를 펼쳤다. (2016년 대선후보시절 트럼프는 페이스북에 “클린턴 재단에 막대한 자금을 댄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다수의 국가들은 여성을 노예화하고 동성애자를 죽이기 원한다”며 “힐러리는 그런 국가들로부터 받은 돈을 단 한 푼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돌려주어야 한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간단히 말해 사우디아라비아는 트럼프를 갖고 놀았다. 미국은 중동 전 지역에서 시아파와 그들의 동맹을 상대로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려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외교정책에 동조했다. 이로 인해 워싱턴은 중동지역의 끝없는 종파 다툼에 휘말리면서 지역적 불안정성을 부채질하고 양측 모두와 사이좋게 지내기를 원하는 국가들과의 관계를 복잡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트럼프가 사우디아라비아에 동조함으로써 미국에 대한 직접적이며 지속적인 위협인 지하드 테러리즘에 전혀 대처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내 생각에 트럼프의 외교정책은 미국 우선주의가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우선주의로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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