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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맹신’에 처량해진 자주국방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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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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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수석논설위원

‘안보적폐’ 세력 드러낸 사드 누락 파문
자주국방 앞장서다 동맹파로 변신한 김관진
軍, 안보는 우리가 주도한다는 의지 갖기를

   
▲지난달 17일 취임 후 처음으로 국방부를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을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가운데)과 한민국 국방장관이 수행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에서 군 출신 인사들의 외교ㆍ안보라인 장악 폐해가 단적으로 드러난 게 장경욱 기무사령관 경질 사건이다.

남재준 국정원장,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김관진 국방장관, 박흥렬 경호실장 등 이른바 ‘4인방 체제’가 구축된 지 얼마 안돼 군 내부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들이 제각기 측근과 후배의 진급과 보직을 챙기는데 대한 반발이었다. 장 사령관이 이를 파악해 청와대에 올린 게 부메랑이 됐다는 게 정설이다.

박 전 대통령의 군 출신 인사 중용은 군 특유의 충성심과 조직력을 활용하려는 의도에서였다. 그러다 보니 남북관계, 대미관계에서 외교적 접근보다는 군사적 해결 방식이 선호됐다. ‘안보 만능주의’가 정권 내내 외교ㆍ안보 현안을 다루는 기조가 된 것이다. 만약 관료전문가 그룹이 적절히 안배됐더라면 사드가 이처럼 쉽게 들어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사드는 철저히 미국의 전략적 필요성에 의해 도입된 무기다. 동아시아 MD(미사일방어 체계)의 한 축인 한반도 사드를 통해 미국의 군사 패권을 강화하려는 전략적 목적이 내포돼있다.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사령관이 2014년 사드를 첫 언급하기 전까지 우리 군에 사드에 대한 전략적 개념이 없었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휴전선 부근에 배치된 북한의 장사정포 1,000여 발이 쏟아지면 서울이 마비상태에 빠진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집단이 군부다. 요격 범위에서 수도권이 제외된다는 것은 사드가 오로지 북한 핵 대응용이라는 주장의 허구성을 입증한다.

오도된 ‘사드 맹신론’은 거꾸로 우리 발목을 잡는 족쇄가 되고 있다. 사드 논란이 미국을 자극시켜 사드 철수와 한미동맹 파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 보수진영에서 나오고 있다. 사드를 지키면 나라가 살고 아니면 나라가 망한다는 식의 논리 비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드가 한국을 지켜주니 돈을 내라”는 터무니 없는 요구를 하는 것이다. 방위비분담금 인상이 기정사실화되듯이 사드에 목을 맬수록 미국의 ‘안보장사’는 더 기승을 부리게 돼있다.

사드 보고 누락 파문은 간단히 넘길 사안이 아니다. 안보 만능주의를 내세워 국민을 오도하고 기득권을 누려온 ‘안보 적폐’세력의 실체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사드 문제가 새 정부의 최대 안보현안이 될 거라는 건 주지의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사드 반입과 배치 상황을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에게 상세히 보고해야 하는 건 너무도 당연하다. 하지만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후임자에게 아무런 자료를 넘기지 않았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청와대의 추궁에 “그런 게 있었느냐”는 엉뚱한 답변을 했다.

더구나 보고 누락 이유가 미군과의 비공개 합의 때문이라니 자국의 대통령보다 동맹국을 우선시하는 행태가 황당하다. 군 수뇌부가 사드에 부정적인 문재인 대통령을 따돌리려 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과거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의 자주국방 기조에 불만을 가진 군 수뇌부가 의도적으로 NLL에서의 사격을 허위 보고해 파문을 일으킨 것과 똑 같은 양상이다.

분명히 짚고 넘어갈 건 김관진의 변신이다. 그는 노태우 정부 때 합참에서 평시작전통제권 환수의 핵심 역할을 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합참의장으로 전시작전권 전환에 대비한 개혁작업을 주도했다. 당시 자주파 장교들의 선두에 섰던 그가 보수정권인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에서 국방장관을 연임하더니 태도가 돌변했다. 과거 자신이 직접 만든 전작권 전환 계획과 국방개혁안을 부정하는 데 앞장섰다.

국가간 연합방위 태세가 주류인 현대전에서 한미동맹 체제의 중요성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렇더라도 자주적으로 국가를 방위하고 부족한 부분은 동맹으로 보완하는 게 안보의 제1원칙이다. 언제부턴가 군 수뇌부에게서 자주국방의 결기가 보이지 않는다는 얘기가 들린다. 무기를 미국에서 사오는 대신 미군의 억지력에 의존하면 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자주국방을 가장 강력히 추진한 사람이 군 출신인 박정희ㆍ노태우 대통령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해 봐야 한다.

   
▲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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