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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내용이 감동적인 이유
미주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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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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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영/논설실장

   
 

문재인 대통령의 현충일 62주년 추념사가 많은 감동을 주고 있다. "현충일 추념사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들어본 것은 처음" "문장 하나 하나가 아름답고 감동적" "비서진이 쓴 것이겠지만 대통령의 휴머니즘, 정의감이 고스란히 반영된 것" 등 각양의 반응들이 쏟아지고 있다. 애국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고, 독립운동가들이 제대로 평가받아야 하고, 태극기에 좌우가 없고, 파독 노동자와 여공들도 대한민국의 초석이었고, 이 모든 평가와 보훈은 응당 국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게 주요 메시지다.

특별히 놀랄 내용도 없지만 마땅히 대통령으로부터 들었어야 할 '보통 어휘'들을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것처럼 사람들은 반색한다.

"그냥 대통령으로서 해야 할 말을 하는 것 뿐인데 왜 이렇게 눈물이 나죠…" 심지어 그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사람들까지도 문재인에게 박수를 보내고 있는 것은 그가 탁월하게 무엇을 잘해서라기 보다는 그동안 대통령으로부터 듣고 싶었던 '당연한 보통 어휘'를 듣게된 것이 고마워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현충일 추념사 전문을 읽었다. 문 대통령이 먼저 위로의 메시지를 준 대상은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었다.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지킨 것은 독립운동가들의 신념이었습니다.(…)살이 찢기고 손발톱이 뽑혀나가면서도 가슴에 태극기를 품고 조국을 버리지 않았습니다.(…)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이 국가의 예우를 받기까지는 해방이 되고도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뒤집힌 현실은 여전합니다. 독립운동가의 후손들이 겪고 있는 가난의 서러움, 교육받지 못한 억울함, 그 부끄럽고 죄송스러운 현실을 그대로 두고 나라다운 나라라고 할 수 없습니다."

친일 부역 세력이 해방 후에도 전혀 처벌받지 않고 오히려 대한민국의 제도권에 편입되어 지금까지도 기득권의 중추를 형성하고 있는 부정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대통령이 '독립운동 3대 망하고 친일 3대 흥하는' 현실을 내놓고 말한 건 용기와 당당함이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관통하며 수차례 '국가가 해야할 일'을 강조했다. 응당 국가가 해야할 일을 외면했거나, 소홀했던 과거 정부에 대한 비판이자 자성이었다.

대통령은 조국을 위한 헌신과 희생이 단지 독립과 전장에만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뜨거운 막장에서 탄가루와 땀으로 범벅이 된 채 석탄을 캔 파독광부, 병원의 온갖 궂은 일 견뎌낸 파독간호사(…)청계천변 다락방 작업장에서 애국자 대신 여공이라 불리며 젊음을 바친 그 분들이 한강의 기적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오늘 정부를 대표해서 그 분들에게 마음의 훈장을 달아드립니다."

독립운동가의 태극기가 전선의 태극기가 되고, 파독광부·간호사들을 환송하던 태극기가 5·18과 6월항쟁의 태극기가 되었듯이 애국하는 방법은 달랐지만 모두가 애국자였음을 강조하면서 애국을 정치적으로 이용, 독점해온 불행한 역사도 언급했다.

"애국의 역사를 통치에 이용한 불행한 과거를 반복하지 않겠습니다. 전쟁의 경험을 통치의 수단으로 삼았던 이념의 정치, 편가르기 정치를 청산하겠습니다.(…)국가를 위해 헌신하면 보상받고 반역자는 심판받는다는 흔들리지 않는 믿음이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나라다운 나라입니다."

당연한 말에도 많은 국민들이 감동한다는 것은 그동안 정상적인 인식과 정상적인 어휘가 얼마나 많이 실종되었고, 국민들로부터 멀어져 있었는지를 역설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리라. 암흑 같았던 탄핵정국을 벗어나 새 정부 한달째다. 국민들은 비정상의 정상화 느낌 속에 조심스레 희망을 이야기한다. 갈길은 멀지만 더 나은 나라로 뚜벅뚜벅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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