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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사우디의 패권경쟁과 중동 갈등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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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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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수 / 한양대 문화인류학과 교수

   
 

이란과 아랍은 처음부터 화합할 수 없는 앙숙이었다. 650년 이슬람화된 아랍의 지배를 받아들였지만, 인도-유럽 계통인 이란인들은 아랍인들과는 민족도 언어도 문화적 배경도 완전히 달랐다.

두 민족 간 비극의 뿌리는 680년 10월 10일(이슬람력 1월 10일) 이라크 중부도시 카르발라에서 시작되었다. 이슬람의 예언자 무함마드의 외손자이자 적통 후계자였던 후세인과 생후 몇 개월 된 그의 어린 아들 알 아스가르마저 아랍군대의 공격으로 무참하게 살해되었기 때문이다. 무함마드의 혈통 승계를 무시한 아랍왕조에 충성 맹세를 거부했다는 이유였다. 이것이 시아파가 형성되는 결정적 단초였다. 지금도 매년 1월 10일이 되면 시아파들은 그날의 참극을 기리며 자해를 통해 후세인의 고통을 체험적으로 재현하는 통곡의 추모제를 치른다.

두 번째 비극은 1802년 4월 21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우디 왕정의 압둘아지즈 빈 무함마드 통치 시기에 와하비라 불리는 교조적 이슬람 집단들이 1만2000명의 군대를 동원해 시아파 추모일에 카르발라를 침공하여 수천 명의 시아파들을 살육하고 성지인 후세인의 묘당을 훼손한 것이다.

20세기 들어서는 이란과 이라크 8년 전쟁(1980∼1988)으로 이란과 아랍은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상처를 주었다. 더욱이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집권한 이란 정권이 강력한 반미노선을 표방하자, 석유산업에 국가 운명을 걸고 있던 사우디는 미국과 손을 잡았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두 국가는 영원한 경쟁자이자 적대적 당사자였다.

따라서 사우디가 주도한 아랍권 8개국의 카타르 단교는 충분히 예상되었던 시나리오다. 시아파를 거의 이단으로 보는 사우디 와하비파와는 달리 카타르는 수니파와 시아파는 물론 오만의 이바디파까지 수용하며 이슬람 종파 간 상생과 화합을 강조해왔다. 이란과도 좋은 관계다. 또한 자국 소유인 아랍 최대의 방송 매체인 알자지라 채널을 통해 가감 없는 비판 정보까지 송출하면서 기존 아랍 왕정이나 주변 독재 국가들에 눈엣가시가 되어 왔다.

중동의 이슬람 국가들은 지난 70여 년간 두 가지 원칙을 단단하게 공유하고 있었다. 이슬람의 종교적 연대와 이스라엘에 부당하게 점령당한 팔레스타인의 독립이라는 절대 명제였다. 최근에는 이 축마저 무너져 버렸다. 팔레스타인 투쟁단체인 하마스와 레바논 최대 정파 헤즈볼라, 예멘의 후티 정권과 이집트의 무슬림형제단 등을 두고 이들을 지원하는 이란과 반대하는 아랍 진영이 갈라지고, 알카에다나 이슬람국가(IS)를 두고도 커다란 온도차를 보였다.

최근 발생한 아랍권 8개국의 카타르 단교와 IS의 이란 테러를 보면, 사우디-이란의 패권경쟁이 사태의 본질이다. 굳이 종파 요소를 든다면 수니-시아파 갈등보다는 와하비-시아 종파 간 반목이 문제의 핵심이다. 무엇보다 이란의 확장정책이 사우디 동부 유전지대의 20%에 달하는 시아파 주민들에게 도달한다면 사우디로서는 생명선이 위협받게 된다. 더욱이 강경한 이란 압박정책을 펴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태도도 중동의 혼란을 부채질하고 있다.

결국 주변 국가들과 카타르의 외교관계는 중도 성향의 터키 쿠웨이트 오만 이라크 등의 중재를 통해 파국보다는 현실적인 공존으로 나아가겠지만, 사우디와 이란 관계의 악화로 사우디가 이란보다는 이스라엘을 선택하고 시리아 이란 러시아 중국의 대응축이 공고화되면서 중동 전체의 역학구도는 근원적인 변화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제2중동 붐을 준비하는 우리도 그만큼 복합적이고 정교한 전략이 절실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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