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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本의 言論에 비친 한국의 새 대통령 – Ⅱ
권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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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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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정 ㅣ 일본 류코쿠대 명예교수]

   
 

일본의 매체가 한국의 새 정권의 탄생과 관련해 미운 말을 하든, 고운 말을 하든 그 자체에는 그다지 흥미도 없고 놀라지도 않는다. 2012~2013년 경부터 서점에 널려져 있는 혐한·반한의 단행본, 월간지, 주간지를 질리게 보아온 터라 웬만한 자극엔 끄덕도 않을 만큼 단련이 되어있는지 모르겠다.

일본의 매체가 전하는 한국의 새 정권 탄생 관련 기사에 빨려들어간 이유는, 그 기사들 속에서 다음과 같은 단정적인 메시지를 읽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첫째, 문재인은 진보다. 혹은 새 정권은 혁신 정권이다. (문재인은 좌파다. 혹은 새 정권은 좌파 정권이다.)
둘째, 문재인은 반일이다. 혹은 새 정권은 친일 타도를 획책한다.(친일은 적폐다.)
셋째, 문재인은 친북이다. 혹은 새 정권은 북한과의 융화를 꾀한다.
넷째, 문재인은 미국에 대해 떨떠름하다. 혹은 새 정권 아래 한미동맹에 틈새가 생긴다…

진보・좌파=친북・친공=반일이라는 등식이 너무나 선명하다. 그러나 등식의 선명함과는 달리 단정적인 항목 하나하나의 근거가 불투명하여 어디서 많이 보아온 것과 같은 전화(転化), 비약, 과도한 일반화(一般化)의 논리가 기사의 바닥에 깔려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우선, 문재인은 진보・좌파라는 근거만 보더라도 그가 노무현 ‘좌파 정권’에서 대통령 비서실장 등 요직에 있었다는 것 외에 그의 생각이나 행적을 분석해 내놓은 게 없다. 그 전에 노무현 정권이 ‘좌파 정권’이었다는 감각적인 단정 이외에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상적 친북・친공이고, 심지어 새 정권이 들어섬으로서 한국은 ‘빨간 나라’가 되었다고 요란을 떨면서도 그에 대한 증거는 하나도 내놓지 않고 있다. 문 대통령의 양친이 북한에서 피난을 왔다고 보도를 했으면, 양친이 진짜 빨간 나라를 탈출해 피난을 했던 사실보다 더 중요하고 무거운 어떤 이유나 계기가 문재인을 친북·친공자로 만들었는지 설명이 필요하지 않을까. 문재인은 좌파다, 좌파는 빨갛다, 따라서 문재인은 빨갛다는 식의 유치하고 치졸한 논법 이상의 설명 근거를 찾기 어렵다.

문재인은 반일이다, 문 정권하에서는 한일 관계의 개선이란 기대하기 어렵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해서도 납득할 만한 이유는 대지 못하고 있다. 고작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 규명위원회’가 설치되어 활동하던 시기의 정권에서의 요직 경험, 친일 척결,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일 정부간의 합의의 재검토 필요 등의 발언을 근거로 반일이라는 렛텔을 붙이고 있다. 친일 혹은 친일 척결이란 말이 현재의 일본을 배척하자는 것도 반일하자는 것도 아니라는 것쯤은 알 만한 기자들이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한국인이라면 식민지 잔재, 식민지적 사고를 청산해야 한다는 염원을 가지고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친일 척결을 말한다는 사실을, 몰랐다면 이 기회에 공부 좀 하기를 일본 기자들에게 권하고 싶다.

위안부 문제는 분명히 델리케이트한 문제이다. 여기에 국제 ‘합의’까지 곁들여져 문제는 더욱 복잡해졌다. 그러나 어떠한 국제간 합의라도 필요하다면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지혜를 가꾸어온 국제사회다. 일본 스스로 불평등하고 불합리한 국제조약을 재검토하고 수정하는 데 많은 지혜와 노력을 기울인 경험을 갖고 있지 않은가. 문 대통령이 말하는 위안부 합의 재검토란 한국인의 정서를 일본에 강요하거나 일본 정부만의 책임을 묻자는 게 아니라, 국내의 합의도 도출하지 않은 채 국제 합의로 가버린 절차상의 문제 등 한국정부도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미도 포함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위안부 합의의 재검토 제안을 곧 반일이라고 대든다면 이야말로 국제적 매너의 결핍이요 오만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진보・좌파(익)=친북・친공(빨갱이)=반일(반미)이라는 이 등식의 발명자가 일본(인)인지 한국(인)인지 실은 잘 모르겠다. 오랫동안 한국에서 똑같은 등식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보수・우파(익)=반공=친일(친미)이라는 쌍둥이 등식도 널리 통용되어왔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이 등식들이 미디어를 점령해버리고 말아왔다. 이 등식들이 춤추는 걸 보다 보면 한국이 송두리째 왼쪽으로인지 오른쪽으로인지 금새 넘어가버릴 것 같아 가슴이 두근 거릴 때도 있었다. 여기까지 기억이 살아나면, 이 등식의 원조는 역시 한국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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