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12.12 화 17:28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기고
한일관계 개선은 시민교류의 기반 구축이 절대적이다일본 '김치의 여왕'의 한국 사랑
이수경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7.12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이수경ㅣ도쿄가쿠게이대 교수]

   
▲ 이수경 도쿄가쿠게이대 교수

교단에 있는 세월만큼 제자들이 늘다보니 제자들 중에는 예상 밖의 진로 변경으로 놀라는 경우도 있다. 다국적 제자들을 자식처럼 대하며 그들의 성장에 관련되어 왔지만 개중에는 세계일주 후 수도승 차림으로 나타나서 철학적 설법을 논하다가 영어 교사가 된 경우나, 서울로 유학 가더니 찜질방에서 한국어를 마스터한 뒤 일본 주요 언론의 저널리스트로 맹활약 중인 제자들도 있다. 한국 유학생들 중에는 일본 대형 병원의 중책을 맡고 있거나 비행기회사에서 활약 중인 제자들도 꽤 된다. 모두 든든한 사회 구성원으로 활약하기에 필자의 큰 자부심이자 내 삶을 지탱하는 큰 힘이 되기도 한다.

그 중에서도 오늘은 요즘 일본에서 ‘김치의 여왕(キムチの女王)’으로 불리며 김치 강의에 정신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는 제자를 소개하려 한다. 제자라지만 필자가 2001년에 부임했던 야마구치현립대학 시절의 제자라서 이제는 중년을 바라보고 있다. 한국에 친근감을 갖고 있었기에 서울에서 대학원을 마쳤다.

일본으로 돌아와서 언론사에 있을 때는 함께 우베의 쵸세이(長生)탄광을 연구하기도 한 이 친구는 내가 결혼식 스피치를 꼭 해줘야 한다고 해서 필자가 결혼식 대표 스피치를 맡았던 적도 있다(참고로 아직도 보수적인 일본에서 여자교수가 대표 스피치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 뒤, 한국 문화에 관심을 가지고 함께 책도 집필하기도 했지만, 두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가정에 주력하는 듯 했기에 그런 제자를 응원했고, 간혹 아이들을 학교에 데리고 오면 필자는 즐거이 할머니 역할도 하였다.

   
▲ 일본 '김치의 여왕' 오카모토 유우코 씨. ⓒ이수경

그렇게 가정에만 있던 제자가 어느 날, 야마구치시의 유명 요릿집 요리사에게 김치를 가르치는 케이블 TV 프로그램에서 ‘김치의 여왕(キムチの女王)’이라고 소개되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것도 한 달에 100명을 가볍게 넘는 수강생 앞에서 김치와 한국 문화를 설명하며 함께 만들고 새로운 요리법으로 퓨전 한국식도 도전하고 있다. 사실 커리어우먼 타입으로 요리를 잘 하는 이미지가 없었기에 의외였고, 무엇보다 손이 많이 가고 물기가 많은 일본 배추로는 아삭아삭한 한국식 김치 만들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잘 알기에 의아심을 떨칠 수 없었다.

한국을 떠나 살다보니 김치 사랑이 각별한 필자 역시 배추김치를 성공시키려고 3일 정도 물기를 말린 뒤 한국서 공수한 요리책으로 정성껏 담가봤지만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 했던 쓰린 기억을 갖고 있다. 다행히도 세계 5대 건강식품의 하나인 김치가 요구르트의 180배 이상의 유산균은 물론, 각종 영양소가 갖춰져 있고, 일본 낫토(納豆, 청국장과 비슷한 발효콩)와 함께 먹으면 최강의 다이어트 효과를 보인다 해서 그 인기는 대단하다. 이제는 대형 슈퍼는 물론 작은 편의점에서조차 종류별로 김치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일본식 맛이기에 한국식 발효 김치 맛을 기대하기란 쉽지 않다. 더구나 최근의 새빨간 색상의 다시마를 넣은 걸쭉한 일본식 김치에는 거부감조차 느끼는 터였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식 음식으로 자란 일본인 제자가 ‘김치의 여왕’이라 불리게 된 걸까?

그것은 한국인이 아니기에 김치에 대한 절대적인 고정 개념을 깨트리고 다양한 소재로 김치의 요리로서의 가능성에 쉬이 도전하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발상의 유연성이라고 할까?

가족들 건강을 위한 유기농 음식을 챙기다 보니 자연산 소재를 고집하게 되었고, 건강에도 좋은 부추를 김치로 만들면서 다양한 식재료, 예를 들면 아이들도 먹을 수 있는 방울토마토에 부추김치를 덜 맵게 배합시키거나 식사는 물론, 와인용 오드볼로 치즈 혹은 아보카도를 곁들여서 소그룹 파티의 주요 음식으로 페이스북에 소개를 하다 보니 새로운 음식 추구에 민감한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고 한다.

   
▲ 오카모토 유우코 씨의 페이스북 캡처  ⓔ 이수경

처음엔 부추에 젓갈과 고춧가루 등의 양념을 넣은 김치를 요리에 곁들이거나 오이김치 등을 파전, 해물전 등에 장식하는 등, 그릇(시각)과 맛(미각)과 일본 여성들이 요구하는 TPO에 어울리는 김치 요리 강의를 전개해 왔고, 약밥과 잡채, 미역국 등도 함께 곁들여 페이스북에 올리다 보니 일본 전국에서 와 달라는 요청을 받게 되는 등, 각지의 방송에서도 인기를 타게 되었다고 한다. 너무 바빠서 아이들 챙겨줄 시간조차 없다는 비명(?)을 지를 정도이니 한일 관계의 경색상태를 심려하던 필자로서는 실로 기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제자들과의 그룹 SNS를 통해 해외의 제자들에게 선배의 활약 소식을 알렸더니 후배들도 선배따라 김치를 해 봤다며 토론토에서 김치 작품(?) 사진을 보내오거나 하와이서 김치 블로그를 작성하겠다는 등, 선후배가 선의의 김치 경쟁을 보일 정도이니 이처럼 훈훈한 김치 사랑이 얼마나 든든한지 모르겠다. 물론 전통적인 발효음식 과정을 숙지하여 만드는 것이 아니기에 전통 김치를 고수하는 분들에게는 그야 말로 퓨전 음식이고, 김치로 인정할 수 없는 겉절이 형태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 점, 그녀도 곧 시간을 잡아서 한국에 본격적인 김치 수행을 하러 갈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일본인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특훈을 받은 것도 아닌, 그야말로 독학을 통해 시민강좌 차원으로 다양한 김치문화를 확산시키고 있는 이 김치 강좌는 한국을 사랑하기에 가능한 것이고, 한국 문화를 알리며 즐기려는 일본 시민의 한일 교류 기반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며, 김치 특유의 냄새와 맛 땜에 김치를 멀리하려는 요즘 아이들에게 김치의 다양성과 새로운 면모, 즉 힐링 푸드로서 즐길 수 있는 친근감을 가져다주는 계기도 된다.

제자의 김치 사랑이 아토피로 고생하던 두 아이들의 건강 지킴이도 되었다면 엄마의 지극한 사랑과 정성의 승리이자 '김치의 위대한 파워'로 의식동원(醫食同源)의 실천은 물론, 특별한 날의 특별한 요리로 승화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일본에 알리게 한, 자그마하지만 든든한 위업이 아닐까?

내셔널리즘이 강하게 내재된 민족주의적 신념으로 주입식 전달을 하는 강의가 아니라 평범한 일본인 주부의 가족 건강식 추구와 더불어 한국 문화사랑과 김치 애호를 통해 만들어졌기에 풀뿌리 교류의 진면목 속에서 수강생들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잔잔한 미소와 부드러운 어조와 능숙한 한국어 구사로 많은 수강생들의 마음을 휘어잡고 있는 오카모토 유우코(岡本優子)의 김치 강좌는 정치적 외교관계를 민간 차원에서 풀어가고 있는 소중한 한일관계의 자산이라고도 할 수 있다.

지난 6월, 야마구치와 부산의 초등학교가 한반도 위험 정세 때문에 17년간의 청소년 교류를 중지했다는 뉴스가 흘렀다. 역사, 영토 문제 등 양국이 해결해야 할 외교적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러한 어려움 속에서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는 한일 외교를 위해서 서로의 나라를 사랑하고 생각하는 시민들의 교류를 부각시키고, 아래로부터의 교류 관계를 통해 서로의 미래지향적인 관계 구축을 위한 지혜를 모으며 다가서기를 하는 것이 한일 상생의 해법이 아닐까?

문 대통령의 방일에는 동포 기업가나 유명 인사들을 초빙한 우리 동포 격려만이 아니라 정치가 주목하지 않는 이러한 시민 교류의 주인공들을 초대하여 아래로부터의 물꼬트기를 독려하고 변함없는 시민활동을 부탁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이 아닐까?

일본인 서예가로서 한국의 문학과 문학사에 관심을 갖다 보니 아예 한글 서예 작품을 적느라 한국어까지 공부하여 한국에 대한 사랑을 생활 속에서 실천 중인 다나카 유운(田中佑雲)씨는 오는 7월 28일, 동포 학교인 청구학원츠쿠바에서 광복절 특별강연을 갖는다. 필자가 봐온 그의 한국사랑은 결코 흔들림이 없다. 그 어떤 정치성이나 계산된 행동이 아니라 얽혀진 한일관계를 자신의 역할로 풀어보려는 양심적 의지에서 나오는 순수한 한국 사랑으로 일관하고 있다.

위에서 소개한 오카모토 유우코 씨, 다나카 유운 씨… 이런 시민들의 기반이 있기에 헤이트 스피치로 사각에 몰려야 했던 재일동포 커뮤니티도, 한일 관계도 최악의 상태로 치닫지 않고 버텨낼 수 있는 것이다. 시민교류가 무너지면 정치의 효율성도 기대할 수 없음은 익히 잘 알고 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은 지난 한일관계를 생각할 때 정치외교적 속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진정성 있는 한일 미래구축을 생각한다면 화려하지는 않지만 변함없는 사랑으로 한일 관계를 생각하고 묵묵하게 양국의 가교역할에 힘쓰는 일본 시민들도 초청하여 독려하는 참 외교도 이뤄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소개한다.

재일동포 구정주자는 물론 많은 뉴커머가 생활하는 일본과의 관계에는 파워풀한 외교관계는 물론, 아래로부터의 시민 교류 활성화 기반이 구축되어 아시아 파트너십을 돈독히 하는 것이 역사 청산의 해법으로도 이어지는 지름길이 되리라 믿는다.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