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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인재들이 다 떠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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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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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 도쿄 특파원

“○○ 씨, 고도인재포인트 계산해봤어?”

   
 

얼마 전 한 친목 모임에서 도쿄에서 일하는 30, 40대들과 동석했다가 살짝 충격을 받았다. 국제공인회계사, 정보기술(IT) 기업 근무자 등 내로라하는 전문직 종사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단연 화제는 일본 영주권 혹은 국적 취득이었다.

주재원으로 파견돼 일하던 40대 초반 공인회계사 A 씨는 귀국 날짜가 다가와 일본에서 일할 수 있는 다른 직장을 알아본다고 했다. 영주권 취득도 진지하게 고려하고 있었다.

한국 유수의 회계법인에서 일하다 일본 글로벌 기업으로 자리를 옮긴 30대 B 씨는 이미 일본 국적을 취득했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이유는 ‘삶의 질’이었다. 한국의 전 직장 동료들이 밤낮으로 접대 회식과 접대 골프에 시달리는 데 반해 자신은 매일 제시간에 퇴근해 가족과 함께 ‘저녁이 있는 삶’을 즐긴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성과가 적으냐 하면 그것도 아니란다. 고객사인 일본 기업들은 자금 규모가 큰 데다 신뢰를 중시해 한번 맺은 계약관계는 웬만하면 바꾸지 않는다. 특별히 관리를 하지 않는데도 엄청난 매출 규모의 기업 여러 군데를 상대로 실적을 쌓고 있단다. 그 자리에서 가장 어린 30대 IT 전문가 C 씨는 이런 대화에 열심히 귀를 기울였다.

흔히 일본은 이민을 받아들이지 않는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 일손 부족 해소와 경제 활성화를 위해 고급 외국인 인재를 적극 유치하고 있다. 2012년 시작된 ‘고도인재포인트제’는 학력 경력 연봉 연령 실적 등을 기준으로 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이면 영주권 신청 자격을 준다. 체류기간 조건도 5년에서 3년으로 줄더니 올해에는 최단 1년 만에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는 ‘패스트 트랙’도 생겨났다.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전문직일수록, 연봉이 높을수록, 젊을수록 문호는 활짝 열려 있는 셈이다.

다른 한편에선 한국의 대졸 신입사원을 채용한 일본 기업들의 입이 찢어졌다는 말도 들린다. 한국인들이 일본 직원보다 업무나 대인관계에 적극적인 데다 영어에 능하고 문화나 언어의 장벽도 쉽게 극복한다는 평가다. 일본 젊은이들이 해외지사 근무를 기피하는 데 반해 한국인들은 서로 나가겠다며 손을 드니 그저 고마워할 뿐이란 얘기도 들린다. 이런 사정들은 한국에도 어느 정도 알려져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대학 등이 일본 취업 알선에 나서기도 한다. 한국 대학가에서 일본 기업들이 여는 취업설명회는 갈수록 성황이란다.

때는 글로벌 시대. 직업 선택도 국적 선택도, 개인의 자유다. 한국은 취업난으로 인재가 넘쳐나고 일본은 일손이 부족하니 이거야말로 ‘윈윈’의 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마음 한구석이 개운하지 않다. 일본의 요즘 인력 부족은 베이비붐 세대(1947∼49년생)의 집단 은퇴에 더해 사회진출기에 취업 빙하기를 맞은 현재의 35세부터 40대에 이르는 세대가 프리터(시간제 노동자) 등으로 전락하면서 공백을 만든 탓도 크다. 일본 정부는 지금이라도 이 세대를 활용하기 위해 이들을 채용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지만 큰 성과는 얻지 못하는 듯하다.

인구를 연령순으로 줄을 세웠을 때 딱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나이를 뜻하는 ‘중위수 연령’을 보면 지금의 일본은 47.5세, 한국은 40.7세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젊지만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감안하면 일본을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의 취업 빙하기, 긴 안목의 밑그림 없이 임하다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는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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