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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이면 더 그리운 '개성댁' 어머니 손맛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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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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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숙자 /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대표이사

   
 

올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한 데다 장마도 길었던 듯하다. 너무 더워 잠을 설치는 밤에는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이 더 자주 난다. '개성댁'인 어머니는 무더운 여름날 인삼을 넉넉히 넣은 닭죽을 끓여주셨고, 간혹 자랄 만큼 자란 닭을 잡아 돼지고기까지 넣은 '개성 삼계탕'도 해주셨다. 텃밭에 주렁주렁 달린 애호박에 새우젓으로 간을 하여 애호박 젓국찌개를 만들어주시거나, 어린 가지를 짭조름하게 조리한 가지쟁김치로 입맛을 돋우어주셨다. 때로는 물에 된장을 심심하게 풀어 넣고 끓이다가 거기에 어린 호박잎·아주까리잎·깻잎을 살짝 데쳐내어 강된장과 내놓으면 가족 모두 쌈밥을 한입 가득씩 넣었다. 그 맛들을 잊을 수 없다. 지금 생각하니, 어머니는 더위에 지친 우리의 몸과 마음을 개성의 맛으로 다독여 주셨다.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님의 고향도 개성이다. 선생님도 생전에 폭염에 지친 날이거나 마음이 까닭 없이 울적해 위로받고 싶은 날에는 선생님의 어머니께서 개성 음식인 칼싹두기를 만들어주셨다고 추억하셨다. 선생님은 "맷돌에 갈아 거칠고 누렇고 거무튀튀한 메밀가루를 적당히 반죽해서 다듬이 방망이로 밀어서 칼로 썩둑썩둑 썰어낸 것을 맹물에 삶아 약간 걸쭉해지면 그 국물과 함께 한 대접씩 퍼 담는 것이 요리의 끝이었다"고 했다. 따로 양념장을 곁들이지도, 고명을 얹지도 않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무던한 메밀의 순수함 그 자체가 좋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맛을 잊지 못하는 더 큰 이유가 "메밀 맛보다 화해와 위안의 맛이 더 크기 때문일 것"이라고 회상하셨다.

내가 태어난 곳은 지금은 갈 수 없는 개성이다. 아버지의 본가는 바로 옆인 개풍군 대성면인데 개성시 농사시험소장이셨기에 나는 개성 관사에서 태어났고, 자라다가 6·25전쟁이 터져 가족과 남으로 피란을 왔다. 지금은 아버지·어머니 모두 떠나셨지만 복더위면 옛 시간들이 더 그리워진다. 특히 어머니의 손맛이 그리워 눈시울이 뜨거워지곤 한다.

가끔 이북오도청이 개최한 '개성 시민의 날' 행사에 찾아가 고령의 어르신들 손을 붙들고 아버지·어머니를 그리워하곤 했다. 그런 연유로 한국전통음식연구소는 4년 전부터 개성·개풍에 사셨던 어르신들과 북쪽이 고향인 어르신들을 모시고 '개성 음식 특별전'을 열고 있다. 올해는 오는 10일 '개성 지방 복중 음식 특별전'을 서울 종묘 옆 연구소에서 연다. 이북에서 피란 오신 모든 분과 가족에게 위안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에서다. 내가 그리운 어머니를 만나는 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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