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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회고록과 영화 ‘택시운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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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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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유 / 논설위원]

1953년 세계 문학계가 발칵 뒤집혔다.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로버트 프로스트 등 당대 최고의 문인들을 제치고 노벨 문학상을 받은 것이다. 작품명은 『제2차 세계대전 회고록』. 스웨덴 한림원은 “처칠이 48년부터 6년에 걸쳐 자신의 기억과 사료·문서 등 팩트(사실)를 근거로 전쟁의 참상을 문학적으로 생생하게 기술했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 전례 없는 파격이었다.

   
 

우리나라 지도자에게 처칠 같은 회고록을 기대하는 건 사실 욕심이다. 처칠은 종군기자로 활약했고 에세이와 소설까지 집필했던 문필가였다. 하지만 그건 별개 문제다. 회고록의 본질은 팩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은 팩트는 덮고 자화자찬만 늘어놓는다. 국민이 감동할 리 없다. 윤보선·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 등 역대 대통령 7명의 회고록이 대부분 그랬다. 그중 전두환 회고록이 가장 심하다.

전두환 회고록은 올 4월 출간됐다. 출판사 측은 “30년간의 침묵을 깨고 공개하는 최초의 회고록”이라며 “최초의 무역수지 흑자 전환과 88 서울올림픽을 유치한 대통령”이라고 홍보했다. 출판사 대표는 장남 재국씨였다. ‘5·18 학살 책임자’의 역사 반란서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컸다. 한데 웬일인지 출간 초기 베스트셀러에도 올랐다.

그런 전두환 회고록이 철퇴를 맞았다. 법원이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하고 비하했다”며 출판·배포 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다. 문제의 회고록은 3권 중 1권 ‘혼돈의 시대’다. “5·18은 북한군이 개입한 반란이자 폭동이다, 계엄군이 시민에게 총을 겨누지 않았다, 헬기 사격은 없었다” 등 33가지 주장이 쟁점이었다. 법원은 “모두 표현의 자유를 넘어선 허위 주장”이라고 판단했다. 당연한 조치다.

요즘 극장가에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열기가 뜨겁다. 37년 전 광주의 참상을 생생하게 그린 영화를 보며 관객들은 분노의 눈물을 흘린다. 나도 그랬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꼭 봐야 할 영화다. 조지 오웰은 “회고록은 수치스러운 점을 밝힐 때만 신뢰를 얻을 수 있는데 자화자찬은 십중팔구 거짓말”이라고 했다. 전두환 회고록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87세인 그에게 회고록이 아니라 참회록이 더 어울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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