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7.10.20 금 21:23
재외선거, 의료보험
> 오피니언 > 기고
한국은 행복합니다!
권오정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7.09.08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권 오정 / BOA이사장, 류코쿠대학 명예교수]

   
 

일본 친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이 친구 곧 80인데도 아주 정정하게 여러가지 사회활동, 학술활동도 하고 미인이라 자랑하는 부인과 함께 여행도 곧잘 다닌다. 내가 아는 일본 사람 중에서 두번째로 한국말을 잘 하고, 세상 일을 매우 합리적으로 보고 판단한다. 나를 포함해 한국을 무척 좋아하고, 나보다 더 한국 음식, 그중에서도 삼계탕을 즐긴다. 삼계탕 때문인지 나보다 한국에도 자주 가는 편이다.

스마트폰을 두개씩이나 가지고 다니는 첨단 노인인 이 친구는 카카오톡, 라인 등 여러 가지 SNS도 활용한다. 그날도 카카오톡 전화였다. 우린 전화든 메일이든 서두의 인사말은 늘 생략한다.

“나 서울에 볼일이 있는데 가도 될까?”
“아니 누가 말려? 지난번에 서울에서 혼날 일이라도 하고 왔어?”
“아니, 그게 아니고, 요즘 TV고 신문이고 하도 겁나는 말을 많이 해서… 한반도에서 곧 전쟁이 터질듯이 말이야…”
“글쎄 나도 서울 분위기가 어떤지 모르지만, 일본에서 호들갑떠는 것과는 다를걸. 아무튼, 80이 다 되어서 미사일 타고 저승 가는 것도 나쁘지 않잖아. 걱정 말고 다녀오셔. 마음 쓰이면 유서 써놓고… 와이프 빼놓고 모든 재산 나한테 준다고 말이야.”

허허 웃으며 전화를 끊은 다음다음 날 “유서 써놨음. 내가 미사일 타고 저승 가면 와이프를 포함한 모든 걸 당신한테 준다!”고 라인에 메시지를 남기고선 그 친구는 서울에 갔다.

닷새가 지나 그 친구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무사히 갔다 왔어. 가기를 참 잘 했어.”
“축하하네, 무사히 돌아와서. 당신이 미사일 타지 못한 건 유감이지만… 그런데 서울 어떻던가?”
“야, 전혀 달라. 일본에서 호들갑떠는 것하고는 완전 딴판이야. 서울은 도쿄보다도 태평스러운 분위기였어. 전쟁이라는 전자도 못 느꼈네. 한국 사람들 모두 행복한 모습이었어. 한가지 빼놓고 모두 재미있었어. 삼계탕도 맛있었고…”
“한가지란 게 뭔데?”
“택시기사! 전에는 택시를 타면 대통령이든 정부든 거침없이 ‘욕’하는 게 참 재미있었는데 이번엔 그걸 하나도 못 들었어. 그래서 북한의 미사일 겁나지 않느냐, 정부가 잘 대응하고 있느냐고 슬쩍 꼬셔봤더니, 백미러로 날 흘끔 보고 나서 대통령이 어떤 누구도 한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서 전쟁 일으킬 수 없다고 했으니 우린 그걸 믿는다고 단호히 대답해서 놀랐네. 지도자를 그렇게 믿을 수 있다는 게 부럽! 택시가 재미없어 지하철을 탔더니, 거기 사람들도 모두 태평스러운 표정이었고 나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까지 있어 당황했네. 역시 한국은 행복해. 일본은 총리 스캔들을 덮어버리려고 괜한 호들갑을 떨어 국민들을 불행하게 만들고 있어.”

전화를 끊고 나서도 그 친구의 마지막 말이 머리에 남아있었다. 정치적 스캔들이 불거지거나 정권의 취약점이 드러날 때 가장 흔히 사용하는 수법이 안보를 팔아 정권 지향적 통합을 꾀한다고 한다. 항상 자신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도도하던 아베 군이 이 수법을 써야 할 만큼 궁지에 몰렸나보다라고 생각하며 혼자 웃었다.

한국의 정권들도 밖에 적(허구적 요소도 포함해서)을 설정해놓고 늘 자기들에 유리하게 국민을 선동도 하고 속이기도 해왔다. 이승만 정권 때는 “반공・방일(防日)”로 국민통합을 꾀했다. ‘한국적인 것’을 절대 정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 북한이나 일본을 부정적 소재로 내세우는 한국 정권의 발상법이 이미 그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군사독재 때는 북한의 수공(水攻)에 대비하기 위해 평화의 댐을 건설한다며 시민으로부터 성금을 거둬들이는 ‘거짓 안보팔이’까지 했다. 민족과 조국을 찾겠다고 한국에 유학 온, 조총련과 같은 하늘 아래 살아온 죄밖에 없는 재일동포 젊은이들을 북한의 스파이라고 날조함으로써 시민의 안보 경각심을 조이고 정권 안정을 획책했던 일도 있었다. 아무리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해도 이렇게 어처구니 없는 안보팔이 거짓이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져온 것이다. …이런 생각이 떠올라 가슴이 서늘해져 마음을 돌리고 싶어 예의 친구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메일을 보냈다.

[아베 정권은 70% 가까운 지지를 받아왔는데 총리 자신의 여러 정치적 스캔들 의혹이 증폭되자 서민들까지 화를 냈고 지지율이 뚝 떨어졌지. 총리 부인이 명예교장인가를 맡고 있는 학교법인에, 설립 예정인 초등학교 부지용으로 시세보다 훨씬 싼 값으로 토지를 불하하도록 했어. 당신도 알겠지만 이 법인은 자신들이 운영하는 유치원 유아들에게 군국주의적 교육칙어를 암송시킬 정도로 초 우익이며 부인과는 특별한 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어. 또 총리 자신의 동창에게 조건이 맞지 않는다는 말을 뿌리치고 대학 설립 인가를 내주도록 했다는 게 밝혀졌지. 개각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었는데 때맞춰 김정은이 미사일을 쏘아대고 트럼프가 서툰 대꾸를 해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동북아시아에 맴돌기 시작하자, 아베 군, 이때다 하고 호들갑을 떨기 시작한 거야. 매스컴들도 맞장구를 치고 나와 한국 여행자들까지 당신처럼 겁먹게 만들고 있어. 김정은이 아베의 은인이라는 말이 나돌만큼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이네.

아베 군, 한국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아. 자기 주변을 위해 권력을 사용하고, 안보팔이로 정권 지향적 국민통합을 꾀하는 수법, 이런 것들 한국의 특기가 아니었나. 메이드 인 코리아를 공짜로 수입해갔을 뿐만 아냐. 이보다 앞서 아베 군은 자신의 1차내각 때에, 도덕을 교과화하고 국사교육을 강화해 국가의식・애국심을 함양해야 한다는 ‘교육재생구상’을 내놓았고, 실제로 이를 정책화해서 실시하기 시작했잖아? 이거 박정희 정권 때 국민교육헌장을 제정, 공포하고 나서 교육과정을 개정해 수위교과 도덕・국민윤리, 독립교과 국사를 만들어 놓고 철저한 국가주의교육을 했는데 그대로 복사해간 거 아닌가. 국민교육헌장까지 만들고 싶었겠지만, 그것까지 만들어줄 만한 석학들은 확보하지 못했었나 봐.]

곧 다음과 같은 내용의 회신이 왔다.

[아베가 한국에서 배워 흉내 내는 게 아닐세. 일본은 옛날부터 안보장사를 해왔어. 15세기 전국시대에 이미 닌자(忍者・스파이)를 시켜 데마(demagogie・유언비어), 거짓 정보로 상대방을 혼란시키고 제 편을 긴장시키는 안보장사에 아주 익숙해 있어. 중일전쟁, 미일전쟁 때도 얼마나 많은 거짓말로 국민을 속이면서 정권 지향적 통합을 성공시켰는가. 중국이 먼저 공격해왔다, 미국이 일본으로 하여금 전쟁을 일으키도록 음모, 조작했다는 등… 일본 국민들은 어리석게도 권력자의 말을 곧이듣고 전쟁에 나가 나라를 위해 목숨 바치는 걸 영광으로 알았던 거야.

교육도 한몫 했지. 수신이라는 교과를 두어 충성・효행・종순을 철저히 가르쳤고, 국사교육을 통해 단일민족으로서의 일본민족의 얼을 주입하려 했었지. 국민도덕과 국민교육의 기본이념을 밝힌 ‘교육칙어’가 있었으니 국민교육헌장이 부러울 리 없어.

안보팔이도 안보교육도 일본이 한국보다 한수 위야. 아베가 박정희한테 배운 게 아니라 박정희가 일본의 군국주의를 배워 온존시킨거지. 박정희는 식민지 시절에 사범학교, 육군사관학교를 나온 사람이잖아?. 그야말로 일본의 군국주의가 골수에 박혀있었어도 하나도 이상할 게 없네. 그렇다고 아베가 박정희한테 배워야 할 필요가 어디 있겠나? 그의 가계(家系)를 보나 정권의 기반세력을 보나 진짜배기가 바로 자기 안에 있는데… 다만, 박정희와 아베 생각의 뿌리가 같을 뿐이지. 일본의 군국주의!]

이 친구 나보다 톤이 높네. 톤 올리기는 나한테 배웠을텐데…
아무튼 이 친구의 메시지가 사실이라면 일본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호들갑을 떨어 정권 지향적 통합을 꾀하는 재주의 뿌리가 깊다는 게 납득이 간다. 거기에 일본 사람들은 전쟁을 포함한 재난에 민감하고 철저히 대비하는 게 체질화되어 있다는 것도 잊어서는 안된다. 관동대지진이 일어난 9월 1일에는 10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학교가 어린이를 보호하고 있다가 보호자가 학교를 직접 방문해야만 어린이 귀가 인수인계 절차를 확실히 밟은 다음에 하교시키는 관례(기억과 훈련)를 지키고 있다. 안보팔이가 잘 먹혀들어갈 수밖에 없고 정권 지향적 통합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그 친구로부터 이번엔 라인 메시지가 들어왔다.

“대통령의 말을 믿고 태평스럽게 살 수 있어 역시 한국은 행복합니다!”

정말 한국은 행복할 수 있는가?
잃을 게 없어 무서운 것도 없어 보이는 적대국이 핵무기 실험을 계속하고 미사일을 쏘아대는가 하면, 군수산업 없으면 지탱하기 어려워 보이는 ‘동맹국’의 지도자가 가벼운 입방아를 찧고 있는 이 상황에서 한국은 정말 안심하고 행복할 수 있는가?

대통령을 아무리 신뢰한다 해도 한국의 대통령이 적대국의 지도자, “동맹국”의 지도자, 주변의 영향력 있는 국가 지도자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 아직 힘이 모자라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 상황에서 정말 한국은 자신 있게 행복할 수 있는가?

평화의 댐 건설비용보다 적지 않을 것으로 생각되는 비용을 지불하고 배치해놓은 사드 때문에 그 비용보다 더 클 것 같은 경제적 손실을 보고 있으며 안보에 직결되는 국제관계(중국 관계)가 삐걱대는 이 상황에서 정말 한국은 모자라는 지혜로 행복할 수 있는가?

북한 미사일의 속도와 사드의 속도가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모르지만, 상식적으로 볼 때, 한국을 지키기엔 아무래도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사드를 설치한 것은 어디를, 누구를 지키기 위한 것이었는지, 만일, 서울에 폭탄 하나 떨어지면 외자가 얼마나 빠져나갈지, 바이어가 얼마나 도망칠 것인지 확실하게 대답을 들을 수 없는 이 상황에서 정말 한국은 평온하게 행복할 수 있는가?

전쟁은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된다!!
전쟁은 우리들로부터 목숨을 포함한 인간의 모든 조건을 빼앗아간다. 전쟁을 체험한 마지막 세대로서 “초등학교 1학년의 나의 전쟁”의 공포가 7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고 있다. 아직도 그 때의 체험을 꿈속에서 재 체험하고 있다. 개구리, 뱀을 먹는 꿈을 꾸다 무섭고 구역질이 나서 깰 때도 있고, 도망치다 죽는 나를 붙잡고 공포에 떨며 울다가 꿈을 깰 때도 있다.

공포를 조장하거나 호들갑을 떨어 정권 지향적 통합을 꾀하려는 권력자는 대부분 무서운 전쟁의 실체를 모를 가능성이 높다. 더러 예외는 있지만 위급한 상황에서 제일 먼저 도망치는 것은 권력자이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대통령의 안전한 도피를 위해 성급하게 한강 다리를 폭파해 피난길의 수많은 시민을 희생시켰던 뼈아픈 기억이 있다. 정치가가 전사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없다.

전쟁을 피하고 국민의 안전을 돌보겠다는 의지보다 정권 유용성을 우선 시켜 정권 지향적 통합을 꾀해 호들갑을 떠는 게 훤히 보여 일본의 집권자들이 우스꽝스럽고 비열하게 보인다. 그렇다고, 아무 생각 없이 대통령만 믿소! 라고 스스로의 안전과 생존 문제를 강 건너 닭싸움 보듯이 하는 한국인을 칭찬하고 있을 수만도 없다.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해 일반 시민이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나라의 에너지를 허비하고 분산시키는 것을 막는 역할은 시민의 몫이라고 본다. 국력의 허비와 분산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그걸 막아내는 역할을 해낼 수 있을 만큼 한국의 시민은 성숙해 있다고 확신한다.

대통령의 말이 거짓이 안되기를 바란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없는 상황이 하루속히 정비되기를 빈다.
그리고 “한국은 행복합니다.”가 꼭 실현되기를 기원할 뿐이다.

   
▲ 북한 미사일 발사 속보와 대피권고의 언론

 

   
▲ 일본 교원양성대학에서 전쟁의 참상과 인권에 대해 강의 중인 필자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회사소개광고문의기사제보구독신청찾아오시는길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우) 110-888 서울시 종로구 종로 19 B동 1118호 (종로1가, 르메이에르종로타운) | Tel 02)2075-7141~3 | Fax 02)2075-7144
등록번호 : 서울특별시 아 01003 | 등록일자 : 2009. 10. 24 | 발행인 : 이구홍(전 재외동포재단 이사장) | 개인정보취급담당자 : 최유정
Copyright 2008 세계한인신문. All Rights Reserved.mail to oktime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