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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마사요시가 한국인이라면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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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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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아 / 도쿄 특파원

   
 

손 마사요시(한국명 손정의·孫正義) 소프트뱅크그룹 사장. 재일교포 3세로, 차별의 서러움을 겪으며 성장했다. 1990년 33세 때 일본으로의 국적 변경을 결심한 이유는 사업상의 편의 때문이었다.

이때 자신의 성을 ‘손’으로 등록하려 했지만 일본에 없는 성씨라고 거부당하자 일본인 부인의 이름을 ‘손우미’로 개명해 ‘전례’를 만들어 손씨 성을 지킨 일화는 유명하다. 이는 한국에 대한 애정 때문이라기보다 인간으로서 자존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16세 때 미국 유학을 떠나 넓은 세상을 체험한 그는 이미 오래전에 세계인이 돼 있었다.

그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성공한 기업인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일본인들의 시각은 칭찬 일색은 아닌 듯하다. 그에게는 ‘괴물’ ‘괴짜’ ‘허풍선이’ 등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또 무슨 일을 벌이는 거지?” 식의 시선도 많다. 보통사람에게는 무모해 보이는 과감성 때문이다.

그 과감성이 이번엔 미래 인재에 투자하는 ‘키다리 아저씨’로 발현됐다. 미래 리더로 성장할 젊은이를 지원하는 ‘손마사요시 육영재단’을 만든 것.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지진 복구 지원에 40억 엔을, 자연에너지재단에 10억 엔을 쾌척한 데 이어 세 번째 사재 출연이다.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야마나카 신야 교토대 교수 등과 함께 글로벌 인재를 키우자는 데 의기투합했다. 구체적으론 “인공지능(AI)이 인류의 지적 능력을 넘어서는 특이점, 싱귤래리티(singularity) 시대가 도래할 때 인류를 대표할 리더를 키우고 싶다”는 취지다. 빌 게이츠나 스티브 잡스 같은 천재 경영자와 교유해온 손 씨는 획일화한 일본 교육의 풍토에 대해 “이대로 가면 미래는 없다”고 개탄해왔다.

1100명의 응모 영재 가운데 서류심사와 면접,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7월 28일 8∼26세의 96명을 선발했다. 5월 최종 심사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심사위원으로 참가해서는 눈시울을 붉히며 “감동했다. 아직 일본에 희망은 있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미 창업해서 사업을 하는 고교생, 어려서부터 프로그래밍 콘테스트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중학생, 로봇을 개발 중인 고교생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목표를 갖고 노력하는 영재들이 선발됐다. 이들에 대해 4년 동안 각자 희망하는 금액을 상한 없이 필요한 만큼 맞춤형으로 지원해준다고 한다. 지원의 대가는 “각자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꿔 달라”는 것뿐이다.

소프트뱅크그룹의 시가총액은 10조 엔에 육박하고 손 씨는 지금 일본 최고의 부자다. 평소 ‘60세 은퇴’가 지론이었지만 지난해 이를 깨고 은퇴를 늦췄다. 그 이유로 손 씨는 ‘특이점’ 싱귤래리티를 말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지력을 능가하는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윤리 도덕의 힘으로 AI를 다룰 수 있어야 한다’ 등의 주장을 설파하고 있다. 소프트뱅크 안팎에서는 “앞으로 본인 머릿속 데이터를 AI에 이식해 영구 최고경영자(CEO)가 되는 것 아니냐”란 농담도 들린다.

선발된 96명 중에 손 씨를 능가하는 차세대 리더가 자라날 수 있을까. 최고 명문대 출신까지 9급 공무원 시험에 목숨을 거는, ‘안정 추구’가 최우선 가치가 돼 버린 한국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며, 일본의 미래 영재는 최소한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아 부러울 따름이다. 젊은 세대가 안정만을 추구한다면 미래를 선도할 리더는 태어날 수 없다.

생각은 좀 더 꼬리를 문다. 역사에서 ‘만약’은 의미 없다지만 손 씨의 할아버지가 일본에 가지 않았더라면? 손 씨가 한국에서 사업을 시작했더라면? 아니, 그럼 지금처럼 세계적인 사업가가 됐을까? …. 여러 질문이 떠오르며 은근히 속이 쓰려 오는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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