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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사드 보복을 끝낸 진짜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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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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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정호 / 논설위원

외국인 투자 위해 한국과 관계 개선
외국기업 탄압 시 ‘중진국 함정’ 빠져

   
 

중국이 돌변했다. 한 달 전만 해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보복에 골몰했던 중국이었다. 지난달 중국 공산당의 나팔수인 환구시보가 사드를 “지역 안정을 해치는 ‘악성종양’”에 빗대며 온갖 악담을 퍼부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이랬던 중국이 언제 그랬냐는 듯 홱 돌아섰다. 지난달 18일 개막된 19차 당대회를 전후해 온갖 해빙 조짐이 나타나더니 31일 한·중 정상회담 계획이 덜컥 발표됐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지난 3월 한국을 찾았던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사드 보복을 자제하라”고 아무리 촉구해도 꿈쩍 안 했던 중국 아닌가.

결론부터 말하면 보복 철회는 철저히 중국 자신의 필요로 내려진 결정이다. 지난 25일 열린 한 조찬 연설 행사가 이런 확신을 낳게 했다. 이날 연사는 중국 정부의 싱크탱크 격인 국무원 발전연구센터 자오진핑(趙晋平) 부장.

그는 3시간 반에 걸친 시진핑(習近平) 주석 연설의 핵심을 추려줬다. 자오 부장에 따르면 “중국 경제의 엔진이 꺼질지 모르니 다시 개방으로 나가자”는 게 시진핑 2기 정책의 요체라는 거다. 이를 위해 제시된 전략이 외국인 직접투자와 외국기업을 통한 수출 확대였다.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중국 경제의 기적은 외국기업에 힘입은 바 컸다. 2011년까지는 수출의 절반 이상을 외국기업이 해 줄 정도였다.

하지만 최근 대중(對中) 외국인 투자는 빠르게 쪼그라들었다. 2010년 22%였던 외국인 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8.1%로 고꾸라졌다. 게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국 기업의 해외투자를 철저히 막아 중국은 더 불안해졌다. 자오 부장은 이를 “투자 보호주의”라고 비판했다.

시 정권의 또 다른 걱정은 ‘중진국 함정’이다. 브라질·태국처럼 개발도상국이 어느 정도 성장하다 선진국 문턱 앞에서 주저앉는 현상이다. 시 정권은 최근 경제성장률이 시들해지면서 중국도 이렇게 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07년 14.2%에 달했던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지난해 6.7%로 반 토막도 안 됐다.

이 때문에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개방형 신(新)구도’라는 카드를 뽑아 들었다. 중국을 다시 활짝 열어젖혀 외국 자본을 적극 끌어들이자는 전략이다. 자오 부장도 이날 연설을 통해 “국내뿐 아니라 외국기업의 연구개발(R&D)에도 보조금을 주겠다”고 선언했다. 전에는 상상도 못한 일이다.

이런 맥락을 이해하면 갑작스러운 사드 보복 중단이 납득이 된다. 중국 내 외국인 투자 순위에서 한국(2.9%)은 랭킹 3위다. 일본(4위·2.4%), 미국(5위·1.6%)보다 높다. 1·2위는 홍콩·싱가포르로 주로 화교 돈이다. 순수한 외국인 자본만 따지면 한국이 단연 1위인 셈이다. 결국 외국인 투자를 늘리기 위해서는 한국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고, 이것이 바로 사드 보복이 사라진 진짜 이유였던 것이다.

이런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우리 기업을 극진히 모시기는커녕 온갖 박해를 서슴지 않았다. 특히 19개국에서 20여 개 사업을 펼치는 다국적기업 롯데를 괴롭혀 마트 부문을 접도록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사드 보복 때처럼 막 나가면 중국도 결정타를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정치적 이유로도 애꿎은 외국기업을 탄압하는 나라로 인식됐음을 중국은 알아야 한다. 이런 식이면 세계 어느 기업이 선뜻 중국에 들어가려 하겠나. 중국은 사드 보복 같은 만행을 되풀이할수록 중진국 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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