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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총격과 文정부 유화책
문화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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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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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환 / 한국외국어대 교수 국제정치학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을 통해 북한군 병사 1명이 지난 13일 귀순했다. 이는 지난 2007년 JSA 북한군 병사 1명이 귀순한 지 10년 만에 발생한 사건이다. 총상(銃傷)에 폐렴과 패혈증까지 겹쳐 사경을 헤매고 있는 그가 우리 사회에 던져주는 메시지는 의미심장하다.

귀순 상황에 대한 정부의 공식적인 설명이 미흡한 상황이라 속단할 수는 없다. 하지만 JSA 내 위기 상황에 대한 우리의 대처가 적절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JSA가 지니는 특수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북한군 추격조가 군사분계선(MDL) 남측으로 넘어와 총격을 가했는데도 우리 측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정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초기에 이 사건을 접하고 “우리도 비조준 경고사격이라도 하는 게 국민이 생각하는 평균적 교전수칙이 아니겠느냐”고 국민 정서에 응답했다. 하지만 이러한 발언은 하루 뒤 청와대 관계자에 의해 유야무야(有耶無耶) 됐다. JSA 교전수칙이 유엔군사령부 소관이므로 우리가 왈가왈부할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이 정전협정을 위반했는데도 우리 정부의 반응은 무사안일하다.

군 관계자의 설명은 상황의 긴박성으로 인해 확전을 막으려 했고, 총격 사건 발생 시 전투준비 태세를 우선 갖추려 했다는 것이다. 상황을 악화시키지 않는 것이 기본인 JSA 교전수칙을 지켰으므로 할 일 다 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북한군이 MDL 남측 지역을 향해 총을 난사하는데도 비조준 경고사격조차 하지 못한다면 향후 JSA 내 북한군에게 그 이상의 도발도 가능하다는 오판을 하게 하지 않겠는가.

북한의 계속되는 도발에 반복되는 정부의 유화적 태도는 국민 대다수가 불안감은 물론 무력감까지 갖게 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료해가는 데도 한반도 비핵화만 말할 뿐 이를 관철할 우리의 자주적 역량은 보이지 않는다.

총에 맞아 쓰러져가는 귀순 병사를 보고만 있은 우리의 자화상을 들여다보자. 우리가 고려해야 할 대상은 북한 김정은 정권인가. 북한 주민인가. 전자가 아니라 후자라면 비조준 엄호사격을 했어야 했다. 북한의 도발에 대해 유화적 대응을 할 때마다 정부가 하는 말은 “남북한 관계를 고려했다”는 것이다. 누구를 위한 남북한 관계인가. 김정은인가, 북한 주민인가.

또한, 귀순 병사의 몸에서 나온 기생충 수십 마리가 보여주는 북한의 실상을 간과해선 안 된다. 왜소한 체형, 짧은 소장(小腸)의 길이, 옥수수가 대부분인 복강의 음식물….참으로 가슴 아프다. 세계식량계획(WFP)에 따르면 북한은 2015년 가뭄 이후 주민의 약 70%가 식량 부족을 겪고 있고, 5세 이하 아동 중 발육장애아 비율이 25%나 된다고 한다. 장내 기생충 감염률이 57.6%이고, 말라리아와 결핵 환자만도 10만 명이 넘는다. 그래도 김정은 정권은 핵·미사일 개발에만 혈안이 될 뿐 북한 주민의 고통은 안중에도 없다.

식량 부족과 질병으로 고통받는 북한 주민을 방치하는 김정은 정권을 좌시해선 안 된다. 우리가 통일을 원한다면 그 대상은 북한 주민이지 김정은이 아니다. 지금 진행 중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가, 북한 주민을 김정은 정권과 분리하는 결과를 가져오도록 해야 한다.

이번 북한 병사 귀순 사건이 우리에게 주는 메시지를 잊어선 안 된다. 단호한 안보 의식과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주민을 끌어안는 대북 압박 전략만이 전쟁을 막고 장기적으로 통일을 가져올 것이다. 더는 실기(失機)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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