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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아시아 순방, 보따리 챙겼지만 마음은?
미주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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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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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욱 / 스탠포드대 아시아태평양 연구소 소장

   

트럼프 대통령이 2주간의 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돌아왔다. 비즈니스맨 출신답게 한국을 포함해 아시아에서 3,000억 달러 이상의 무기구매와 투자를 받으며 ‘세일즈 외교’의 진수를 보여 주었다. 아마도 그는 지금 매우 흡족해 하며 여독을 풀고 있을 것이다.

한-중-일을 비롯해 트럼프 대통령이 환대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아베 총리는 골프에 이어 4번이나 함께 식사를 했고 문재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이 첫 방한 일정을 소화하는 캠프 험프리스를 깜짝 방문해 청와대가 아닌 미군부대에서 그를 반갑게 맞았으며, 시진핑 주석은 아예 자금성을 통째로 비워 중국다운 통 큰 손님 접대에 나섰다. 또한 방송인으로 이름을 알린 트럼프와 모델 출신 영부인에 대한 아시아 시민들의 관심과 호기심도 우호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한몫 했다.

더구나 한국 국회에서의 연설은 한반도 전문가인 내가 봐도 멋진 연설이었다. 연구소 동료들 사이에서도 “그 연설문 누가 쓴 거야?” 할 정도로 20세기 한국의 역사와 남북 간의 차이를 의미있게 잘 표현하였다.

순방 중 돌출발언이나 트윗으로 방문국을 곤란에 빠뜨리지 않을까, 북한이 트럼프를 자극하는 도발을 하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기우로 그쳤다. 트럼프가 가져온 선물 보따리는 그의 지지층들이 좋아할만한 것들이라 국내 정치적 관점에서 보면 괜찮은 결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순방 성과가 과연 장기적으로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될까?

냉정히 분석해보면 트럼프는 아시아 순방에서 미국의 대 아시아 정책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나 북핵문제에 대한 뚜렷한 해법 제시도 없이 변죽만 울리다 오고 말았다. 기껏해야 그동안 일본이 주장해 온 ‘인도-태평양’ 라인을 새로운 미국의 안보축인양 치켜 올린 정도에 그쳤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로 고조된 한반도의 긴장을 레버리지로 삼아 무기장사를 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트럼프다운 비즈니스 감각을 잘 발휘한 셈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아시아 순방은 미국의 국가 안보면에서 볼 때 그 여파가 길게 남을 것이다. 특히 그의 고립주의적 ‘미국 우선주의’는 시진핑의 ‘세계화’ 역설과 대비되면서 아시아에서 미국의 리더십 쇠퇴와 중국의 리더십 확장을 확인해 주는 결과를 낳았다. 중국에 마치 무역보복이라도 할듯 하던 그의 기세는 시진핑의 선물보따리에 반해 오히려 시진핑은 ‘매우 특별한 사람’이라는 찬사를 남겼다.

더구나 아베, 문재인, 시진핑 모두 트럼프를 극진히 대접했지만 진짜 속마음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지울 수 없다. 손님접대를 중시하는 것이 아시아의 전통과 문화이긴 하지만 과연 이들이 미국의 대통령으로서의 트럼프에 대한 존경심으로 그를 맞았을까, 아님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트럼프의 돌출발언이나 행동을 우려하며 조바심 속에서 그를 대접했던 것은 아닌지 자문해 본다.

미국의 진정한 힘은 군사력과 경제력을 넘어 규범적 가치나 소프트 파워 즉 교육이나 문화와 같은 제도를 통해 세계 각국의 시민들이 미국을 부러워하고 이를 자발적으로 따라하고 싶게 만드는데 있다. 미국 대학이 세계 엘리트들의 선망이 되고 실리콘 밸리가 세계 각국의 인재를 끌어들이며 여러 나라에서 혁신의 아이콘이 되는 힘 말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이러한 소프트 파워를 활용하여 비교적 세련된 제국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의 저돌적인 세일즈 외교는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독일 시장조사 업체인 사이몬 앤홀트는 지난주 발표한 2017년 국가 브랜드 지수에서 1위를 달리던 미국이 6위에 랭크됐다고 발표하면서 이러한 급격한 추락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효과’에 기인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부상으로 힘겨워하는 아시아의 많은 나라들이 미국의 흔들림 없는 리더십을 기대하고 있다. 트럼프의 이번 순방은 이러한 기대가 실망감으로 바뀌는 결과를 낳았다. 힘을 내세워 선물 보따리를 챙겨오기는 쉽지만 마음까지 가져올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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