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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국 심사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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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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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원 / 논설위원

   
 

법조계 원로 A씨가 친구들과 함께 미국 여행을 갔다. 미국 공항의 입국 심사관이 유독 A씨를 붙잡고 이것저것 캐물었다. 화가 난 A씨는 자신이 한국 법조계 고위직 출신임을 밝히며 항의했다. 그러자 미국 공항 측은 아예 그를 별도 격리시켰다. 친구들은 입국했지만 그는 결국 혼자 귀국해야 했다. 한국의 중견 기업인 B씨가 미국에 입국하려다가 공항에서 집중 검색 대상이 됐다. 이유는 알 수 없었다. 미 관리가 그에게 거의 속옷만 입은 채로 제자리 뛰기를 시켰다. 열렬한 미국 예찬자였던 그는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미국 공항 입국과 관련된 에피소드는 끝이 없다. 직장을 그만둔 후 미국 여행을 하려던 한 여성은 매춘업에 종사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입국이 거부되자 심한 모멸감을 느꼈다고 했다. 어설픈 영어가 문제가 되는 경우도 있다. 민감한 사안에서 입국 심사관이 부정문으로 한 질문에 한국식으로 'Yes'라고 말해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이런 일은 한국인들만 겪는 것이 아니다. 미 인권단체들은 미 정부가 인종에 대한 선입견을 갖고 범죄를 수사하는 인종 프로파일링(racial profiling)을 공항에서도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미 교통안전청(TSA)은 2007년 '행동감시관' 3000명을 미 전역의 공항에 배치했는데, 주로 백인 이외의 인종을 주요 단속 대상으로 본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 2012년 보스턴 로건공항의 보안 요원들이 흑인·히스패닉·아시아계·중동 출신을 집중 단속한 사실이 뉴욕타임스 보도로 드러났다.

▶미국 공항만 문제는 아니다. 명상 관련 단체 소속 한국인 85명이 며칠 전 미 애틀랜타공항에서 무더기로 입국을 거부당한 후 강제 송환됐다. 서류상 입국 목적과 입국 심사 때 진술한 목적이 달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단체가 과거 수련회를 목적으로 미국에 들어갔다가 영리 활동을 한 것이 이미 포착된 상태였다고 한다.

▶외교부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공항 시스템이 강화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을 막기 위해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쌓겠다"고까지 했다. 취임 직후엔 6개 이슬람 국가 출신들의 입국을 금지해 논란을 낳기도 했다. 미 TSA는 이제 각국에 미국행 비행기 탑승객은 출발 공항에서부터 별도의 인터뷰와 검색을 받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불법 이민과 테러 용의자를 걸러내자는 것이지만 일반 승객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애틀랜타 한국인 집단 송환 사태는 앞으로 미국 입국이 더 까다로워지고, 더 피곤해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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