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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정보보호협정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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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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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의동 /논설위원

2012년 6월29일 오후 3시가 좀 넘은 시각, 일본 외무성으로 향하던 도쿄의 한국 특파원들은 오후 4시로 예정된 행사가 연기됐다는 연락을 받고 발길을 되돌려야 했다. 행사는 ‘밀실추진’ 논란을 빚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서명식이었다. 이명박 정부가 사흘 전 국무회의에서 비공개 의결을 하면서까지 밀어붙이려던 이 협정은 국내 여론의 반발이 심상치 않자 당시 여당이던 한나라당까지 우려를 표명하면서 결국 1시간 전에 무산되는 ‘외교 해프닝’을 빚었다. 그로부터 4년5개월 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시민의 관심이 쏠려 있던 지난해 11월23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체결됐다. 당시 국방부가 재추진을 발표한 뒤 27일 만에 일사천리로 체결을 강행한 것이다.

협정 체결이 우여곡절을 겪은 것은 동아시아에서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확대된 데다, 과거사를 둘러싼 양국 간 갈등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과 군사분야에서 손을 잡아야 하는 데 대한 저항감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군사정보협정은 국가 간 군사비밀 공유를 위해 지켜야 할 정보 제공방법과 보호원칙, 파기방법, 분실대책 등을 정하고 있다. 이후 양국은 2급 이하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직접 공유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양국 정보교환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일본이 제공하는 북한의 군사정보가 유용하다고 보고 협정을 1년 연장한 것으로 최근 확인됐다. 우리에게 없는 정찰위성 5기를 비롯해 탐지거리 1000㎞ 이상 지상 레이더 4기, 조기경보기 17대, 해상초계기 77대 등 막강한 정보자산을 동원해 수집한 일본의 정보가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다. 협정은 90일 전까지 상대국에 파기통보를 하지 않으면 효력이 1년 더 연장된다.

현실적인 결정임은 부인하기 어렵지만 한반도에 관한 정보를 일본에 기대야 하는 처지가 썩 유쾌한 일은 아니다. 세계 패권을 꿈꾸는 중국을 머리 위에 이고 살아야 하는 숙명을 감안하더라도 일본과의 군사협력에는 신중하고 지혜로운 대처가 필요하다. 남북관계 복원을 지렛대로 동아시아의 외교주도권을 확보해 한국이 군사정보가 아닌 ‘평화정보’를 주변국에 제공할 날은 언제쯤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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