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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1강(一强)의 그늘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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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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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원재 /도쿄 특파원

   
 

마에카와 기헤이(前川喜平)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은 올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학원 스캔들을 폭로하며 화제가 된 인물이다. 최근 수많은 매체와 인터뷰했지만 공영방송 NHK에만 등장하지 않았다는 의외의 사실을 알게 됐다. 지난달 본보와의 인터뷰에 응한 마에카와 전 차관은 “정확히 말하면 NHK 기자와 인터뷰했는데 방송이 안 됐고 이후 취재 요청이 끊겼다”며 “일종의 ‘손타쿠(忖度)’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최근 일본에서 올해의 유행어 1위로 꼽힌 손타쿠는 ‘지시하지 않아도 그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알아서 긴다’는 뜻이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2012년 말 취임 후 NHK 이사회에 측근을 대거 투입했고 이후 방송의 논조가 상당히 달라졌다. 공영방송뿐 아니다. 아베 총리에게 비판적이던 민방 앵커들은 여러 이유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여기에도 누군가의 ‘헤아림’이 있었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그 결과 국경 없는 기자회가 발표하는 언론자유지수의 일본 순위는 아베 정권 출범 후 매년 하락해 올해는 72위다. 2010년 11위에서 급전직하한 것으로 한국(63위)보다 낮다.

아베 총리 1강(强) 체제의 민낯은 올해 연이은 학원 스캔들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총리 부인 아키에(昭惠) 여사를 명예교장으로 둔 학교법인 이사장은 ‘아베 신조 기념 초등학교’를 짓겠다며 재무성에 국유지를 ‘제로에 가까운 가격’으로 달라고 했다. 당국자는 위세에 눌려 시가의 7분의 1인 1억3000만 엔에 땅을 넘겼다. 또 총리 보좌관은 ‘총리의 의향’을 입에 올리며 아베 총리의 40년 지인이 이사장인 가케(加計)학원에 수의학과 신설 특혜를 주도록 압박했다. 아베 총리는 두 건 모두 “직접 관여한 바 없다”고 해명하지만 민심은 싸늘하다.

마에카와 전 차관이 본보에 털어놓은 하시마(端島·별칭 군함도)섬의 세계유산 등록 전말에서도 아베 정권의 작동 방식이 잘 드러난다. 문화청 담당 위원회에서 아베 총리의 소꿉친구가 추진하던 군함도 등의 세계유산 추천을 막자, 내각 직할로 별도 자문위를 만들어 안건을 통과시켰다. 유례없는 일이었다. 이후 문화청 위원회에서 등록을 반대했던 인사는 재임에서 탈락했다. 정보센터 설치 장소 역시 문부성 반대에도 불구하고 관저가 현장에서 1000km 떨어진 도쿄(東京)로 밀어붙였다.

다른 부처 공무원에게 물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주요 안건은 관저에서 모두 결정하며, 장관을 제치고 관저에서 사무차관을 불러 방침을 전달하면 끝이라며 무력감을 토로한다. 최근 주간지에는 미치코(美智子) 왕비가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왕궁 방문에 부정적이었지만 총리 측이 밀어붙였다는 기사도 나왔다. 사정이 이러니 아베 총리를 두고 관가에선 ‘아베 천황’이라는 말이 나온다.

아베노믹스로 다소 호전된 경제가 아베 정권의 ‘빛’이라면 국가 행정 왜곡과 언론 자유 위축은 ‘그늘’이라 할 수 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그늘에서 살아남는 방법으로 ‘면종복배(面從腹背)’를 추천했다. 마음이야 어떻든 일단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라는 것이다. 물론 비겁한 방식이다. 하지만 그는 퇴직 후 친(親)정부 성향 언론에 사생활이 까발려지면서도 사실을 증언하며 뒤늦게 자신의 몫을 다했다. 일본 국민들이 ‘이대로 좋은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것도 그 덕분이다. 언젠가 제2의, 제3의 마에카와가 나타나면 아베 1강의 그늘에서 도대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백일하에 드러날 것이다. 누가 누구를 위해 어떻게 손타쿠를 했는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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