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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초가 한국 외교, 돌파구는 있다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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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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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철 / 전 아리랑TV미디어 상임고문

北 평창동계올림픽 참가 결정
UAE 논란 일단락 분위기 환영
세계 안보 위협 북핵 문제 여전
고위급회담 계기 새 해법 기대

   
 

드디어 한고비 넘겼다. 북한이 평창동계올림픽에 참가하기로 했다. 선수는 몇 안 되지만 응원단, 공연단 해서 최대 규모가 될 거라 한다. 핵 문제로 올림픽 흥행에 찬물을 끼얹던 북한이 태도를 바꾼다니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반가웠을 것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이슈도 칼둔 행정청장의 방한으로 구구한 억측이 풀리고, 양국 간 이견도 정리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잊어서는 안 된다. 원전 수출이 중요하고 평창올림픽이 중요한 국가 이벤트이지만 북한 핵만큼 중대하지는 않다는 것을. 평창 안 해도 살고 실패해도 살지만, 북한 핵은 한민족 생존의 문제임을. 핵문제가 태산이라면, 평창은 계곡에 널린 예쁜 조약돌에나 비길까? 핵은 우리의 생존만이 아니라 세계 안보를 위협하는 중대 현안이라, 세계 질서를 양분한 강대국의 세계 전략과 분리할 수 없어 해결이 더욱 어렵다.

1980년대 미국은 서태평양을 담당하는 7함대만으로도 중국의 전체 전력을 상대하고도 남았고, 2008년 미국의 국방예산은 중국의 6배도 넘었다. 그러나 최근 2, 3년 사이에 중국의 국방예산이 빠른 속도로 늘어 미국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인구 14억 명의 거대 국가가 거세게 추격하니, 미국이 중국의 부상에 예민한 것도 당연하다.

결과 미국의 세계 전략에서, 셰일 유전의 상업화에 성공한 후 중동의 가치는 반감되고 중국 봉쇄가 최우선 순위가 됐다. 대북 경제 제재는 중국을 현재 상태로 묶고 싶은 미국에 좋은 핑곗거리였다. 대북 제재의 최대 피해자는 중국이 될 거라는 필자의 예측대로, 최근 북한에 석유를 판매했다가 미 정보 당국에 적발된 선박은 대부분 중국 선적이다.(지난해 11월 9일 자 ‘김구철의 새론새평’을 보라)

중국 봉쇄에는 일본과 인도, 러시아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미국은 특히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기대하면서, 그 대가로 동북아 지역에 대한 상당한 발언권을 줬다. 20세기 초 동북아에서 일본의 식민 지배권을 인정했던 영일 동맹과 테프트-가쓰라 조약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결과 일본은 성노예 사건에 대해 ‘불가역적 해결’을 한국에 강요할 수 있었다.

아베 일본 총리는 문제 많은 성노예 협상에 관한 한 “1㎜도 못 움직인다”고 떼쓰며 ‘평창 불참 운운’ 협박한다. 그 후안무치함에 피해자 할머니들은 피눈물이 난다. 한편 김정은은 핵단추에 손을 얹고 느긋하게 기다린다. 이미 북한은 한미연합훈련 연기라는 선물을 받고 남북회담을 시작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 핵을 빌미로 한국과 중국에서 800억달러, 2천500억달러라는 어마어마한 선물을 받아갔다. 북미 중 택일하라, FTA 협상 다시 하자, 요구도 많다. 한미훈련 연기에 동의하고, 남북대화에 찬성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중국은 사드(THAAD) 보복을 공식 해제하지 않은 채, 평창과 북한 핵을 시소 양쪽에 놓고 한국을 저울질한다. 중국이 미국에 비굴할 정도로 굽힐 때는, 마음 급한 한국에 얼마나 굽히고 숙일 것을 기대하는 것일까? 모두 한국에는 ‘갑’이다. ‘슈퍼 갑’이라도 좋으니 내 편이면 좋겠는데, 화끈한 한국 편은 없다.

삼국지에 촉(蜀)의 유비가 죽고 미숙한 유선이 집권하자 위(魏)의 사마의가 다섯 갈래 대군을 동원해 촉을 공격하는 대목이 나온다. 천하의 제갈량도 대책을 못 찾아 며칠 출사를 못하고 고심할 정도의 큰 위기다. 우리 외교 상황이 그렇다. 상대는 일·북·미·중· UAE 다섯, 어느 한쪽이 만족하면 다른 한쪽의 불만이 폭발한다.

평창 개막이 한 달도 남지 않았다는 게 다행스러울 지경이다. 얼른 한 달이 지나가야 작은 선택권이라도 쥘까? 4대국 대사가 커리어 외교관이 아니라 문제가 커졌다는 말, 나는 믿지 않는다. 나는 믿는다. 그들이 커리어 외교관이 아니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낼 것이다. 제갈량이 다섯 갈래 대군을 방어했듯 사면초가의 위기를 돌파해낼 것이다. 엊그제 남북 고위급회담이 단초가 될 것이다.

참, 잊어버릴 뻔했다. ‘위안부’(comfort woman)란 표현, 절대 쓰지 말자. 누구의, 누구를 위한, 누구에 의한 위안(comfort)이란 말인가? 그들은 자신의 의사에 반해, 청춘과 인격을 짓밟힌 성노예(sex slave)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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