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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의 추위를 팔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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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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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세계경제포럼(WEF)으로 유명해지기 전에 스위스 다보스는 폐결핵 환자들의 휴양지였다.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토마스 만은 아내의 병 치료를 위해 다보스에 머물렀고, 이 시절의 경험은 장편소설 『마(魔)의 산』의 배경이 됐다. 셜록 홈스의 저자 코넌 도일도 아내의 결핵 치료를 위해 다보스를 찾았다. 겨울의 햇볕과 맑고 청량한 공기가 당시 다보스의 마케팅 포인트였다. 다보스는 우중충한 하늘 밑에 살던 영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명성은 유럽 상류사회로 퍼졌다. 평범한 것도 상대를 잘 찾으면 비범한 것이 된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난달 보도한 겨울 스포츠의 위기를 읽다가 평창의 ‘평범함’이 눈에 들어왔다. 겨울 스포츠는 기후 변화와 인구구조 변화라는 두 가지 위험에 노출돼 있다. 따뜻해서 눈이 녹으니 스키장 유지관리가 힘들어지고 이런 비용은 고객에게 전가돼 스키를 고비용 스포츠로 만들었다. 스키를 즐기는 부자 노인은 점점 줄어드는데 젊은 층은 예전보다 스키를 덜 탄다. 캐나다 워털루대의 대니얼 스콧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2015년 합의한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져도 1924년 프랑스 샤모니부터 평창과 2022년의 베이징까지 21곳의 겨울올림픽 개최지 중 13곳만이 2050년대에 겨울올림픽을 열 수 있을 정도로 춥다. 파리 협약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2080년대 겨울올림픽을 열 수 있는 곳은 평창을 비롯해 베이징·솔트레이크시티·알베르빌·캘거리·삿포로 등 8군데뿐이다. 직전 올림픽이 열렸던 러시아 소치는 낙관적·비관적 시나리오 중 어느 것을 택하든 향후 올림픽을 열기에 적당하지 않았다. 추워서 걱정이라는 평창에서는 적어도 2010년 밴쿠버에서처럼 헬리콥터를 동원해 올림픽 경기장에 눈을 퍼 나르는 불상사는 없을 것이다.

따뜻한 겨울 탓에 전 세계 스키장은 인공 제설에 점점 더 의존한다. 제설에는 물과 전기가 필요한데, 이는 환경주의자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한 스키장은 물이 부족해 상수도로 값비싼 제설을 하다가 하수를 재처리하는 ‘창의적인’ 방법까지 고안했다. 평창의 깨끗하고 풍부한 물과 원전 강국인 한국의 값싼 전기로 볼 때 우리의 제설 경쟁력은 충분하다. 손님 모셔 놓고 추위에 고생하게 할 수는 없다는 아름다운 마음은 이해하지만 그런다고 달라질 일도 아니다. 기후 변화에 잘 버티고 있는 평창의 추위, 깨끗한 물과 값싼 전기의 제설 경쟁력을 이번 기회에 널리 알려야 한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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