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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스와 김영남
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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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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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재연 / 국제부장

평창 오는 美 부통령·北 명목 수반 / 성사 떠나 두 사람 접촉 초미 관심 / 남북대화, 북·미대화 연결 좋지만 / 올림픽 폐막 이후 상황 대비해야

   
 

이틀 뒤면 평창동계올림픽의 막이 오른다. 한반도 미래를 좌우할 ‘평창 외교’도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평창 외교 무대의 주인공은 주최국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은 평창올림픽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하는 미국, 북한 등 각국 정상급 인사와 만나 북핵 외교를 주도하게 된다. ‘운전석’에 앉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그제 “분단된 국가, 전쟁의 상처가 깊은 땅에서 시작되는 평화의 메시지”라고 평창올림픽 개최에 의미를 부여했다.

무대에는 주인공만 있는 건 아니다. 주연급 조연도 있다. 대표단을 이끌고 참석하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과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다. 두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을 대신한다. 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언론의 주목을 받을 것이다. 성사 여부를 떠나 두 사람의 접촉이나 조우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재개된 남북대화를 북·미 대화로 연결해 한반도 긴장을 완화하고 국면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게 문재인정부의 구상이다. 이들의 방한을 북핵 문제의 평화적 해법을 찾기 위한 단초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긴요한 일이다. 청와대가 김영남의 방남을 반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문 대통령이 지난 2일 트럼프와의 전화통화에서 “펜스 부통령의 방한이 한반도 평화 정착에 기여하는 중요한 전기가 되길 바란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화올림픽’을 표방한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평화 국면이 조성되는 건 바람직하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키를 쥔 북·미는 생각이 다른 듯하다. 특히 미국 측 기류가 냉랭하다. 펜스는 연일 대북 강경 메시지를 던진다. 지난 2일(현지시간) “‘전략적 인내’는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러 한국에 간다”고 하더니 4일엔 “북한이 선전전을 통해 올림픽의 메시지를 납치(hijack)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5일엔 백악관이 나섰다. 고위관계자는 “(펜스가 올림픽 개회식의) 리본을 자르러 가는 게 아니다”고 했다. 펜스의 올림픽 참석 이유가 대북 압박 강화와 북한의 올림픽 메시지 납치 불허에 있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펜스가 평창에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를 대동하는 것이나 서울에서 탈북민을 만나려는 것도 같은 차원이다. 인권 문제를 고리로 북한을 압박하려는 것이다. 미국은 펜스와 북측 인사가 마주치지 않도록 동선을 짜 달라고 우리 정부에 요청했다고도 한다. 우리 정부가 섣불리 북·미 대화를 주선하기도 어렵게 됐다.

내일은 북한의 건군절 열병식이 예고돼 있다. 평창올림픽 개막 전날이자 문 대통령과 펜스 부통령의 만찬이 예정된 날이다. 북한이 명목상 국가수반인 김영남을 평창올림픽에 파견한 것은 나름 성의를 보인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핵·미사일 관련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북한이 열병식을 강행하면 북·미 대화는 물론 남북관계와 평화올림픽 취지에도 찬물을 끼얹게 된다.

미 CNN방송은 “북한의 참가 결정 이후 평창올림픽이 극도로 정치화한 게임이 되면서 한국이 애꿎게 곤경에 처하게 됐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북한의 기싸움으로 북·미 관계를 중재하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이 곤란해졌다는 지적이다.

평창올림픽을 평화적이고 성공적으로 치르는 일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한반도 평화의 불씨를 살리고 키워나가는 것은 필요하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이 막을 내린 이후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일시적 휴지기에 들어간 북·미 대립은 올림픽이 끝난 뒤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를 느슨하게 하고 핵무력을 완성할 시간을 벌기 위해 평창행을 결정했다. 미국도 올림픽을 의식해 군사옵션 행사를 잠시 보류했을 뿐이다. 정부는 북한에 끌려다니는 일을 경계해야 한다. 미국과 손발을 맞추는 일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평창 이후까지 내다보는 창의적이고 주도면밀한 외교력을 선보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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